길냥이들, 특히 학교 안에 있는 길냥이들을 보면 부모 자식 간이나 형제자매가 같은 영역에서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미가 새끼를 독립시킨다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신기하게도 자식이 성묘가 되었는데도 같은 영역에서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들은 코코와 망고 모자다. 이 두 모자는 포카리스웨트 색의 신비스러운 눈동자가 특징이고, 얼굴형도 정말 똑같다. 사실 망고에서 갈색을 조금 더하면 코코가 되는 수준이다. 코코가 엄마, 망고가 아들이다.

이 모자는 딱 봐도 순하다는 게 티가 난다. 하악질하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
오늘 이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유는 이들 모자가 캠퍼스에서 겪은 불우한 일들 때문이다. 길고양이들 중 힘들게 자라지 않은 친구들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 둘은 상당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길에서 살아왔다.
우선 내가 망고를 처음 목격한 것은 올해 5월, 훈련소를 가기 얼마 전이다. (나는 5월 20일 사회복무요원으로 4주간 훈련소에 다녀왔다.) 당시 초록색으로도 보이고 하얀색으로도 보이는 망고의 두 눈은 정말 예뻤다. 처음에는 여자아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망고의 눈은 마치 유리구슬 같았다. 투명하고 아름답지만 깨지기도 쉽다. 내가 망고라는 이름을 지어 놓고 훈련소에 다녀오자, 망고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할 불운이 닥쳤다. 아래 사진은 보는 사람에 따라 혐오감을 줄 수 있으니 넘겨도 좋을 것 같다.
상처가 보인다. 이것은 일부고 배를 통해 반대쪽 옆구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 상처는 내가 훈련소에 있는 동안 망고가 입었던 상처다. 옆구리에서부터 배까지 십오 센티미터는 족히 될 만한 상처가 났다. 훈련소에서 나오고 핸드폰을 받자마자 내가 맨 처음 본 사진이 바로 이것이다.
당장 학교에 밥을 주시는 캣맘님과 부원들에게 연락을 취해 봤다. 이미 망고의 상처는 에브리타임에서도 언급이 되고 있었다. ‘얘 다쳤네요?’라는 글을 보니 상처는 심각했다. 식빵을 구우면 옆구리가 찢어진 게 한눈에 보였다.
캣맘님은 본인이 포획업자를 사비로 고용해서라도 포획해서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하셨다. 학교 앞 동물병원에 사진으로 문의해보니 이 정도 상처는 자연적으로 나기 드물고 사람이 낸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게 슬쩍 말씀하셨다.
“사실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어요.”
그 용의자라는 사람은 학교 근처에 사는 노인이었다. 평소 고양이에게 밥 주는 걸 극도로 싫어했고, 고양이가 자기 집에 못 들어오게 담벼락에 유리조각을 박아놨다고도 했다. 심지어 며칠 전 쥐약을 사는 걸 목격했다는 사람도 있었다.그것을 제보한 사람은 학교 근처에서 음식점을 하면서 밥을 주시는 다른 캣맘님이었다.
당시 나는 그를 경찰에 신고할까 한참을 고민했으나, 제보해 주신 캣맘님이 그러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동네 장사다 보니 안 좋은 소문이 퍼지면 가게에도 타격이 갈지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는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껴 신고 생각은 접었다. 대신 망고를 병원에 데리고 가야 했다.
당시 우리 동아리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통덫이 있었는데 (지금은 누군가가 가져갔는지, 버렸는지 모르겠다) 그것을 가지고 캣맘님은 며칠 망고를 따라다니셨지만 망고는 잡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망고에게 통덫이 익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망고는 그 해 3월에 중성화 수술을 했는데 당시는 6월이었다. 자기를 잡아간 그 노란색 상자를 고작 삼 개월 만에 까먹을 리는 없을 테니까.

살짝 겁먹은 듯한 표정이 망고의 트레이드 마크.
망고 최근 사진.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망고는 확실히 겁이 많은 편이다.
결국 캣맘님과 우리는 방식을 바꿨다. 내원하지 않고 직접 약을 주기로 한 것이다. 항생제랑 소염제를 병원에서부터 구했다. 이게 불법이라고 어디에서 들은 것 같은데, 불법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 생명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불법, 합법을 가릴 수는 없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망고는 매일 간식에 약을 섞어 먹었다. 평생 항생제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망고의 상처는 엄청 빠르게 아물어갔다. 예전에 북한 귀순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교수가 ‘항생제에 내성이 없어서 약이 아주 잘 듣고 있다.’고 인터뷰한 것이 기억나는데 그것과 비슷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뭐 나야 약에 대해서 문외한이니까.
나중에 들어보니 길고양이 중 성묘가 된 아이들의 면역력은 엄청나다고 한다. 길에서 성묘가 될 때까지 살면서 많은 항체를 몸에 저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후로도 상처 입은 고양이들이 몇몇 보였는데, 망고도 그랬으니까 잘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 성묘라면 그 생각은 거의 맞았다.
그리고 이 주일도 안 되어 망고의 상처는 다 아물었다.

상처가 제법 많이 붙었다. 이때는 진짜 말라 있다.

완벽하게 나았다. 하지만 상처의 흔적이 선명하게 흉터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무렵 망고 엄마 코코가 조금 이상해졌다. 몸이 둔해진 듯했고 젖이 불었다. 이건 백퍼센트 임신이었다. 사실 그간 코코를 중성화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코코의 연륜을 무시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임신을 했으니 출산해서 새끼들이 젖을 뗄 때까지는 코코를 중성화시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길고양이가 출산 후 바로 TNR을 하면 건강이 상당히 안 좋아진다. 나는 실제로 출산 후 한 달 만에 중성화를 하러 가서 어미랑 새끼 둘 다 생명이 위독할 만큼 건강이 안 좋아진 사례도 본 적이 있다.
코코는 결국 9월경에 출산을 했는지 배가 홀쭉해졌고, 10월이 되자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데리고 다니는 아이는 셋이었는데, 전부 갈색에 하얀색이 섞인 아이들이었다. 코코의 털에서 한 가지 색을 가지고 태어난 셈이었다. 참고로 코코의 아들 중 하나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아이가 나타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후술하겠다.
조로록, 한 줄에 다 담겼다. 이 대가족은 오래 가지 못했다.
코코네 가족은 학교 뉴스에도 나왔다. 여름 더위에 다들 녹아버린 듯.

망고가 엄마 대신 동생들을 돌봤다. 고양이들이 공동육아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남자애도 하는지는 몰랐다.
이들이 가장 행복했을 시간. 일주일이나 갔을까.
밥을 잘 먹길래 나는 별일 없이 잘 클줄 알았다.
불행의 시작은 조그맣게 나타났다. 한 아이의 얼굴에 이상한 상처가 난 것이었다. 예전 별님이에게 났던 것과는 또 다른 상처였다. 꼭 누가 공격한 것만 같은 그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얘가 형제들 중 가장 힘이 없고 밥도 잘 안 먹는 녀석이라는 것이었다. 면역력이 약해서 염증이 생긴 건지, 그건 아직도 모르겠다. 일단 아이에게는 망고가 먹던 항생제랑 소염제가 투입되었다.
아무리 봐도 심각하지 않은가?
그런데 본인은, 아니 본묘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그냥 조용히 있더라.
얼굴의 상처는 다행히도 점점 나아갔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이 녀석의 형제가 온몸에 끈끈이를 덮어쓰는 사태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심각했다. 털이 확 벗겨진 줄 알았다.
코코가 맨날 핥아줘서 결국 끈끈이는 일주일 정도 지나자 사라졌다.
그런데 끈끈이가 다 사라지자, 아이들은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끈끈이 묻었던 아이가 늘 힘이 없자 혹시나 해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범백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당시 나는 서울에 없고 고향에서 카톡으로 상황을 주고받았는데, 범백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캣맘님은 스위스로 여행을 떠나셨고 추석 연휴인지라 학교에 있는 부원들도 얼마 없었다. 우선 임시 보호를 해주겠다는 분이 계셔서 그분께 아이를 부탁드렸다.
아이는 치료한 보람도 없이 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첫날에 주사기로 캔 국물을 좀 먹은 후 기력이 생겼나 싶었는데, 그 후 힘이 생겨서 밥을 계속 거부하다가 결국 고양이별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름도 짓지 못한 채.
고양이별에 가면서도 눈을 뜨고 있었다.
나는 당장 그 주에 서울로 올라갔다. 나는 공익근무를 하는 고향 청주에서 서울을 한 달에 한 번씩은 오갔는데, 그때는 한 달에 두 번 갔었다.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새끼들 둘의 범백 전염 여부였다.
범백검사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범백검사는 고양이의 항문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그 둘을 어떻게든 잡아야만 했다. 그래서 밤에 아이들을 잡으러 코코네 가족에게 갔는데, 경계가 여간 심한 게 아니었다.

망고가 나를 대놓고 경계하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해서 한 아이를 포획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병원에 간 다음이었다. 범백 검사를 하려 하는데 너무 난동을 부려서 검사가 불가능했던 것이었다. 산 넘어 산이었다. 어떻게 데리고 왔는데 또 난관에 빠지다니. 한참을 생각하다가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이제 아이도 어느 정도 컸고 중성화를 해도 좋을 나이니까, 중성화 수술을 하기 전에 먼저 마취부터 하고 범백 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만약 음성으로 나오면 그대로 중성화 수술을 하고, 양성으로 나오면 중성화 수술 대신 범백 치료를 하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몸무게가 1.7킬로그램인데 이 몸무게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생후 3개월에 체중이 3킬로그램은 나가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기껏 병원까지 데려왔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이를 다시 데려갔다. 내 표정을 보더니 선생님은 내게 위로의 말을 한마디 해주셨다.
“이렇게 팔팔한 거 보니까 범백 절대 아니에요.”
그 후 남은 코코네 아기 둘은 사라졌다. 코코가 어디 숨겼는지, 아니면 그들도 범백이 전염되어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코코는 결국 그 다음달에 중성화 수술을 하러 갔고 이제 더 이상 망고의 동생들이 생기는 일은 없게 되었다.
두 모자는 그렇게 학교의 빈 공터에서 아직도 계속 살아가고 있다.

이 두 모자는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다.
* 댓글로 달아주신 기사를 확인해보니 작년 여름에 찍은게 지금 기사로 나왔네용. 제가 인터뷰한 거 맞습니다! 사진도 그때 제공해드린거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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