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일기 1화 : 글을 시작하면서

길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느냐고 물으면, 거의 답은 하나다. 길에서 우는 고양이를 보고 안쓰러워 밥을 챙겨주다가, 그 아이 하나 챙기던 것이 옆에 있는 친구들 챙기고, 더 나아가 그 골목에 사는 친구들을 챙기고, 결국은 자기 집 반경 일 킬로미터의 고양이들을 챙기게 된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전까지만 해도 길고양이들이 보이면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TNR이 되어 있는지, 성묘인지 자묘인지, 임신 중인지 아닌지, 털 상태가 어떤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내 눈에 길고양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방학이 이 주 남아 있는, 이제 슬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때 나는 충무로역에서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인쇄소들이 모여 있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람 울음소리 같기도 했고 새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 생각하고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속옷을 갈아입었다.

당시 옆집에 살고 있던 친한 동생과 저녁때 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또 그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에게 이게 무슨 소리 같으냐고 물었다. 울산이 고향인 그 동생은 자신 없어하며 내게 슬쩍 말했다.

 

무슨 갈매기 소리 같은데?”

 

그런데 그 소리는 어느 골목을 기점으로 갑자기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어느 인쇄소 앞에서 가장 크게 들렸다. 밥을 먹고 오니 인쇄소 직원들이 퇴근해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멎어 있었다. 그래서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소리는 인쇄소 바깥쪽의 한 틈새에서 나고 있었다. 더 자세히 보니 인쇄기에 사용하는 잉크통이 몇 개 쌓여 있었는데, 그 뒤에서 나고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통을 치워보았다. 손에 잉크를 묻혀가며 통을 다 치우고 나니, 그 안에는 아기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내 주먹보다 조금 더 큰 고양이는 눈 한쪽에 염증 같은 게 생겼는지, 빨갛게 부어 있었다.

그때 신기했던 건 아무도 걔를 거기 그대로 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나랑 동생은 고양이를 박스에 넣어서 동생네 집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동생네 집이나 우리 집이나 바로 옆집이었다.

고양이를 손으로 만져보니 갈비뼈가 잡힐 정도로 말라 있었다. 고양이는 목이 쉰 채로 계속 울고 있었다. 왜 우는 걸까 우리는 핸드폰으로 이리저리 찾아봤다. 배가 고파서, 목이 말라서, 아니면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자기 혼자 힘으로 배변을 하지 못해서. 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배운 대로 배변 유도라는 것을 해주려 물티슈로 고양이의 항문을 계속 톡톡 약하게 두들겼다. 그러나 오줌이 한두 방울 새어나올 뿐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뭔가를 먹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고양이용 간식을 팔고 있었으나, 거기에는 모두 ‘1세 이상 성묘용이라고 쓰여 있었다. 얘가 한 살이 안 되었으리라는 건 문외한인 우리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사는 충무로는 반려동물 용품점으로 유명한 곳인데다 동물병원도 여러 곳 있었다. 우리는 당장 아이를 박스에 넣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때가 일요일 저녁인지라 웬만한 병원들은 전부 문을 닫은 채였다. 다행히도 용품점 한 곳이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우리는 가게 문을 열고, 사장에게 박스 안의 고양이를 보여주었다.

그는 뭐 더러운 물건이라도 보는 듯이 박스 안을 꼼꼼히 살피고는 우리에게 이 말만을 남겼다.

 

지금 봐선 살 것 같지가 않은데. 먼저 병원을 데려가요.”

 

 


처음 발견했을 당시의 별님이. 내 주먹만 했다.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여기서 가장 가까운 문 연 병원은 왕십리에 있었다. 그런데 밤 열 시가 넘으면 야간 진료비가 붙는다고 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택시기사는 박스에서 나는 울음소리에, 안에 뭐가 들었느냐고 했다. 우리가 고양이라고 대답하자 룸미러로 보이는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그는 살짝 새어나오는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이, 씨 첫 손님인데.”

 

그는 당당하게 우리에게 말했다. 이 업계에는 몇 가지 미신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첫 손님에 동물을 태우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도 조그만 개나 그런 거라면 몰라도 고양이, 특히 우리처럼 소리를 계속 내는 어린 고양이는 재수 없다고 했다. 그의 입에서는 살짝 담배 냄새가 풍겼다.

그는 중간에 차가 정차하자, 우리에게 농담 반으로 트렁크에 실어도 좋고. 뭐 아직 쪼그만 놈인데 트렁크에 싣는다고 어디 안 도망가잖아요?” 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우리는 대답하기도 싫어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기사의 기분을 더 거스르고 싶지 않아 현금으로 만 원을 주고 거스름돈은 가지라고 했다. 그는 우리를 내려놓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

병원에 가자, 그제야 얘가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던 이름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이름,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나랑 동생은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별똥별처럼 갑자기 어딘가에서 우리에게로 떨어진 아이의 이름을 별님이라고 지었다.

별님이는 병원의 진찰대 앞에서 겁먹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호기심이 많은지 계속 돌아다녔고 의사 선생님의 손가락을 발톱으로 긁기도 했다. 선생님은 전문가답게 아이의 귀 상태를 보았고, 다친 왼쪽 눈을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몇 개월쯤 되었는지 판단하려고 성기나 이의 상태 같은 것도 보았다.

그는 습식 사료를 엄지손톱만큼 퍼서 별님이 앞에 두어보았다. 별님이는 종일 굶주려서인지 그것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한 달하고 조금 더 된 것 같아요.”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우리에게 이런 습식 사료는 먹여도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작은 것을 보아서는 몸이 약해서 엄마에게 버림받은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가장 중요한 눈에 대해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선생님. 이 눈은 나을 수 있나요?”

이건 눈꺼풀에 세균 감염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속단할 수는 없고 눈에 약을 하루 세 번씩 넣어주시면 좋아질 것 같습니다. 소독 한번 하고, 안약 처방해 드릴게요.”

 

진료비는 야간이 아닌데도 칠만팔천 원이나 나왔다. 새삼 의료보험의 위대함을 다시 깨달았다. 그마저도 의사 선생님이 조금 깎아준 것 같았다. 별님이는 그날 엉덩이에 주사도 한 대 맞았다. 그 병원 선생님이 진료비를 정말 싸게 해줬다는 건 후일에 알았다.

부랴부랴 필요한 용품을 몇 개 샀다. 고양이용 모래랑 캔 사료, 조그만 장난감 같은 것이었다. 진료비까지 합쳐서 십만 원이 넘었다. 당시 나는 십만 원 한도로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가 있었다. 그걸로 내가 십만 원까지 내고 모자라는 액수는 동생이 냈다.

집으로 돌아온 별님이는 밥도 잘 먹고 대야로 급조한 화장실에 소변도 눴다. 그런데 이상하게 대변을 보지 않았다. 삼 사 일이나 그랬던 것이다. 배가 빵빵하게 부푼 것이 억지로 참고 있는 티가 났다. 그리고 눈의 상처도 매일 안약을 넣어주는데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가끔 누런 고름이 새어나오는 게 심상치 않았다. 내 친구 진모가 자기가 돈을 낼 테니 병원에 가자고 했다.

그날은 평일이라 집 근처의 작은 동물병원에 갔다. 의사는 고양이를 보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눈은 못 고쳐요. 이거 실명이에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허피스라는 고양이가 걸리는 감기 비슷한 질병이 있는데, 이것이 눈에도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눈곱이 자꾸 끼는데 이걸 어미 고양이가 잘 핥아 준다면 괜찮으나 잘 관리를 안 할 경우에는 안구에도 염증이 발전해 실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별님이는 이미 안구가 터져 버렸을 거라고 했다.

그는 별님이는 아직 너무 작아서 마취를 할 수 없다며, 나더러 별님이를 꼭 잡고 있으라고 했다. 뭘 하나 했더니 그는 별님이의 왼쪽 눈을 마취도 안 한 채 꿰맸다. 별님이는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별님이를 잡은 손으로 별님이가 떠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태어난 지 한 달이 넘은 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한 수술이었다. 의사는 그것도 모자라 내게 별님이는 안구 적출 수술도 받아야 할 거라고 말해주었다.

별님이는 눈을 다 꿰맸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별님이는 그때 처음으로 대변을 봤다. 진찰대 위에 놓여 있는 두 개의 대변을 보면서 나는 별님이를 내 가족으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눈 멀쩡한 길냥이도 입양을 못 갈 텐데, 이제는 내가 키우자는 생각이었다.

 


병원에서 눈을 꿰맨 뒤 집으로 돌아오자, 별님이는 행거 밑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러나 두 시간도 안 되어 나와서 내 발을 할퀴고 놀았다.
 

 

그러나 나는 당시 군 미필자였고, 내가 사는 집은 월세였다. 입양문의를 넣으면 거의 대부분이 거절할 만한 조건이다. 지금은 착실히 고양이를 키울 준비를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고양이가 양치를 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던 때였다.

나는 당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길에서 고양이를 구조했는데, 내가 키워야만 한다. 키우게 해달라고 했다. 엄마는 그날은 그냥 전화를 끊었는데, 다음 날부터 고양이를 동물보호 단체에 보내주라고 나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나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이미 별님이를 맡은 후부터 동물보호 단체를 알아봤는데, 서울지역의 보호소는 이주일 이내에 데려가는 사람이 없으면 무조건 안락사였다.

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소중한 사람과 다투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서로 언성이 높아졌고, 심한 말을 서로에게 하기도 했다. 그 과정을 여기에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엄마도 나도 서로에게 무척 실망해 한 달간 서로에게 연락이 없었고 나는 그 과정에서 자취방을 뺄 뻔했다는 점만 밝혀두겠다.

 


집주인이 찾아왔을 당시, 별님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집주인의 바지자락에 매달려 장난을 쳤다. 
 

 

끝내는 집주인까지 나섰고, 나는 별님이를 키울 수 없게 되었다. 우선 임시보호를 과 선배가 해주기로 했지만 입양처를 구하긴 해야 했다. 결국 여기저기에 입양처를 알아보았다. 네이버 카페 여러 곳에 전부 글을 올렸고, 길고양이친구들이라는 페이스북 그룹, 인스타그램, 심지어 친구들에게도 전부 연락을 돌렸다. 그리고 다행히도 입양자가 나타났다.

나타났다. 는 표현이 적당한지도 모르겠다. 임시 보호해 주던 선배가 그냥 자기가 입양을 결심해 버린 것이다. 사실 그도 반쯤은 억지로 내린 결정이었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별님이를 쉽게 남에게 넘겨 버리고 한 달여의 관계를 청산했다.

나는 그 후에도 별님이를 보러 종종 선배네 집에 드나들었는데, 별님이가 슬슬 청소년 정도의 나이로 자라기 시작할 무렵 내게 알러지 증상이 나타났다. 검사해 보니 내 알러지 지수는 4점으로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청소년 시절의 별님이. 지금은 많이 뚱뚱해졌지만 이때만 해도 슬림했다. 
의사선생님이 '뱅갈이랑 섞인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별님이는 그 후 학교로 가끔 산책을 나왔다.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나를 그냥 지나가는 사람 1 정도로만 대했다. 쓰다듬어 주면 피하지는 않았지만 내게 먼저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의 왼쪽 눈은 안구 적출 수술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지만 다행히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성묘가 된 별님이. 지금은 이것보다 살이 더 쪘다. 목걸이가 가끔 터진다.
 

 

그 이후로 나는 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네이버의 길고양이 카페에 가입해 임시보호, TNR 뭐 그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학교 고양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밥을 주게 되었다. 그해 10월에는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학교 건물 천장에 아기 고양이가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하필 올라간 천장이 자판기 바로 위라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도 없는 구조였다. 사람들이 자판기 위에 방석도 깔아두고, 천장에 판자를 비스듬하게 세워 내려갈 길을 만들어두기도 했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며칠 후 결국 멈추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201812월에 길고양이 보호 소모임을 창설했다. 당시 나는 바로 그 다음해에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고,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나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바로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와 20213월까지 사회복무를 할 예정이었다. 왜 그런 최악의 시기에 동아리를 만들었느냐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동아리를 만든 지는 올해 딱 일 년이 넘었다. 근 일 년간 고양이들과 있었던 일들을 앞으로 이 사이트에 연재하고자 한다. 아마 일주일에 한 편 간격으로 올라올 것 같다. 물론 사진도 곁들여서

작품 등록일 : 2020-01-07
잘 읽었어요 훈훈하다... 글 계속 연재해줘요!! 동생이지만 오빠라고 하고 싶네요 마음결 비단결
스너글스   
캣맘의 탄생..! 별님이 아픈데도 씩씩해보여서 더 애틋하네. 오빠 힘내라
do*********   
잘쓴다 별님이 건강해라
ㅊㅊ   
고양이 아픈거보면 너무 속상함 언니 잘 치료해주고 살려줘서 고마워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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