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영 - 넌 나를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까?


 

 

후지사와 역은 이방인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도쿄의 지하철역은 모두 한글로 안내판이 붙어 있는데, 시외로 나왔다고 바로 한국어 안내판은 사라지고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만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내게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밖으로 나갔다. 공기에서 희미한 간장 냄새가 났다. 시계를 보았다. 벌써 한 시 이십 분이었다. 호스트와 약속을 정각에 했으니 이십 분이나 늦은 것이다. 어디에 있지? 한창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게 물었다.

“최상?”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 호스트가 여자였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인사를 건넸다. 이십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외모였다. 머리는 어깨를 조금 넘겼고 옅은 갈색으로 물들였다. 그녀는 내게 영어로 따라오라고 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너무 골목이 많아서 어디가 어디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지은 지 오래 된 건물들이 가득했다. 그녀가 갑자기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여기 미로 같지 않아요?”

그녀는 능숙한 영어로 물으며 웃었다. 눈이 반달 모양으로 가늘어졌다. 그렇다고 나는 대답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내게 물었다.

“나는 오후부터 출근을 해야 하는데, 빠르게 점심을 먹고 가려고요. 같이 먹겠어요?”

“좋습니다.”

나의 대답에, 그녀는 골목에 있는 곳 중 하나로 들어갔다. 너무나도 거침없는 움직임이라서, 처음에 나는 그녀가 아무 데나 들어간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곳은 조그만 국수집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여기는 국수 종류가 하나밖에 없어요. 튀김을 골라보세요. 하고 말했다. 새우튀김으로 부탁드려요.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인에게 일본어로 뭐라고 말했다.

국수는 얼른 나왔다. 메뉴가 하나뿐이니 빨리 나오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먹기 전에 잠깐 합장을 했다. 그게 신기해 보여서 불교 신자인가요? 하고 물었다.

“그냥 하는 거예요. 나만의 의식 같은 거.”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국수를 먹었다. 간장 국물을 베이스로 한 육수가 상당히 맛있었다. 튀김도 금방 튀겨서인지 바삭바삭했다. 나는 단숨에 국물까지 먹어치웠다. 사백 엔이네요. 그녀가 말했다. 가격도 쌌다. 백 엔짜리 동전을 세어 건넨 뒤 가게를 나왔다.

골목을 조금 더 걸어가니 어울리지 않는 신축 맨션이 나왔다. 여기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문을 열었다. 비밀번호는 쉬웠다. 1234하고 #. 숙소는 건물의 꼭대기, 즉 오 층에 위치해 있었다.

숙소에 들어가자 시원한 공기가 내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웬 향기가 났다. 꽤 좋은 냄새였다. 인위적인 향기였지만 느낌이 괜찮았다. 거실에서 은은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잘 보니 텔레비전은 없고 스피커가 놓여 있었다.

숙소는 사진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 아마 내가 온다고 청소를 한 것 같았다. 설명처럼 거실이 하나 있고 방이 두 개였다. 거실에는 기타 네 대가 케이스에 걸려 있었다. 일렉 기타가 두 개, 어쿠스틱 기타가 두 개였다. 사용한 흔적이 있는 걸 봐선 장식용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는 화장실과 베란다, 내가 쓸 손님방을 차례대로 알려주었다. 베란다에는 재떨이가 놓여 있었고, 그녀가 피웠을 담배꽁초가 놓여 있었다. 편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겠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안방 문도 살짝 열려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혼자 쓰는 것치고는 침대가 컸다. 생각해 보니 침대뿐만 아니라 집이 전체적으로 컸다. 방 하나는 쓰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혼자 이렇게 큰 집에서 산다는 게 좀 신기했다.

나는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앉은뱅이책상에다 삼단 접이식 매트리스가 깔려있었다. 그런데 방의 벽지가 조금 특이했다. 아이 방에나 쓸 법한, 하늘색 배경에 하얀 구름이 그려진 벽지였다. 방 한쪽에 내 캐리어 가방을 놓고, 책상에 놓인 열쇠를 챙기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시간이 벌써 밤 열 시나 되었다. 자야겠다. 내일은 호스트가 출근해서 없을 것이고, 아까 본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사서 데워 먹어야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매트리스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이불에서 햇볕 냄새가 났다. 나는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이튿날, 나는 전철을 사십오 분쯤 타고 신주쿠에 다녀왔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려 해도, 카페에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맛있는 식당을 알아놓았는데, 그 식당도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너무 화가 나서 그대로 박차고 나왔다. 편의점에서 콜라를 사 한 모금에 마셔버리곤 숙소로 가는 전철을 탔다. 한여름의 도쿄는 너무나 끈적였다. 티셔츠의 가슴께에서 슬슬 땀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샤워하고 에어컨 튼 뒤에 엎어져서 잠깐 쉬어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티셔츠를 흔들어 바람이 통하게 했다. 공기가 끈적여서 그래도 시원하지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어놓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욕실에 있는 바디 워시를 타월에 묻혀 몸을 닦았다. 거기서 수건에서 났던 냄새가 났다. 무슨 향인지는 몰라도 청량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짜서 발랐다. 하나 사서 갈까. 제조사를 보니까 한국에서 파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욕실에는 욕조가 있었는데, 혼자 사용하기엔 정말 컸다. 욕조뿐만 아니고 집의 모든 것이 컸다. 게스트를 받으려고 일부러 큰 집을 장만한 건가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보기에는 호스트가 이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호스트가 준비해 놓은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수건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부엌에 놓인 냉장고가 보였다. 궁금해서 살짝 열어보았다. 문이 하나만 달린 조그만 제품이었다. 야채나 고기, 계란 같은 것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산토리 맥주가 두 캔 있었다. 살짝 목이 말랐던지라 욕심이 갔으나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냉장고 문을 닫았다. 모처럼 여행 왔는데 이렇게 숙소에만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냥 말았다. 누워서 핸드폰이나 해야지.

관광지 같은 델 가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냥 조용한 데에서 근처 풍경이나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둑 같은 데에 돗자리 깔고 맥주 한 캔 까고. 벌써부터 피곤해졌다. 아까 신주쿠에서 본 관광객의 수는 한국 번화가의 인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 인파를 생각하니 도쿄에 가기가 싫어졌다.

거실 탁자 위에 놓인 쪽지가 하나 눈에 띄었다. 'You can drink beer in fridge. Have a good day.' 맥주를 마실까 했지만 너무 많은 신세를 지는 것 같아 그만두고 침대에 들어가 누웠다. 생각해 보니 오늘 아침에 편의점 도시락 하나 먹고 아무 것도 안 먹은 게 떠올랐다. 뭐라도 먹으러 가야지. 싶어 동전 지갑만 들고 방을 나갔다. 동전 지갑에 오백 엔하고 얼마가 더 있으니까 모스 버거에서 대충 먹고 들어오려는 생각이었다.

모스 버거에서 잘 통하지도 않는 영어로 버거를 주문해서,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일본 마요네즈가 한국 것보다 더 맛있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슬슬 퇴근시간이 되어 사람들이 역 쪽에서 몇 명씩 왔다. 도망오길 잘했다. 고도 생각했다.

도망가고 싶었으니까 도망 온 거지. 물론 이 도망이 오래 가진 않을 거였다. 한 달, 딱 한 달이면 다시 한국으로 가야 한다. 가서 다시 치열한 삶을 살다가 몇 달 뒤엔 머리도 자르고 군대에 입대해야 할 거다. 벌써부터 골치가 아팠다.

꼭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했다. 머릿속에서 한 달 후 올 현자 타임의 미리보기가 재생됐다.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의 그 재수 없는 후덥지근한 공기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나빴다.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이틀째고 여행 기간은 한 달이었다. 벌써부터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 대신 숙소 근처를 열심히 뒤졌다. 남이 올린 블로그 리뷰 같은 걸 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구글 지도를 켰다. 재밌는 곳이 있어 보인다 싶으면 그냥 무조건 이름이랑 위치를 기억했다. 번역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현지인들의 솔직한 평가를 볼 수 있어서 좀 나았다. 한국인이 쓴 댓글이 몇 개 이상 있다면 그곳은 무시했다. 난 여기 한국인을 보러 온 게 아니니까.

나는 우선 조용한 해변을 찾았다. 메밀국수집. 튀김 덮밥 집도 체크해 놓았다. 내 여행의 절반 이상은 먹을거리였다. 사진은 핸드폰을 바꾸면 사라지지만 맛있는 걸 먹은 기억은 평생 남으니까.

그렇게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호스트가 들어온 것이다. 인사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오자마자 바로 샤워를 하는 것 같아서 거실로 나가질 못했다. 샤워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몇 시인지 모를 새벽이었다.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자다 난 땀으로 목덜미가 흠뻑 젖어 있었다. 샤워를 하고 화장실도 다녀올 생각으로 방문을 열었다. 베란다를 통해 달빛이 들어왔다.

그녀는 베란다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어서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나는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얼른 화장실로 들어갔다. 사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색할 것 같은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때 그녀가 이쪽을 돌아봤다. 눈이 마주쳤다. 나는 미소를 지을까 했지만 너무 찰나라서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이쪽을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손에 들린 담배에서 연기가 하늘하늘 올라갔다.

샤워를 하고 있으려니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갔나 보군. 샤워를 마치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아까까지 그녀가 앉아 있던 베란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베란다 문을 열고 의자에 앉아보았다. 테이블에 놓인 재떨이에는 담배꽁초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바다에 가기로 한 나의 계획은 아침부터 어긋났다. 일어나 보니까 비가 내리고 있던 것이다. 서핑으로 유명한 해변이라고 해서 궁금했는데, 짜증났다.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오늘도 역시 길 건너 있는 편의점에 가야 할 운명이었다. 신발을 꿰신을 무렵, 내가 우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가깝다지만 비를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신발장을 뒤적였다. 몇 켤레의 하이힐, 여성용 스니커즈 같은 것만 잔뜩이었다. 그런데 웬 남자 구두가 딱 한 켤레 있었다. 이건 왜 있는 거지? 여자 혼자 사는 것처럼 보이면 안 돼서 신발을 놔두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걸 보이지도 않는 신발장 구석에 놔두는 건 말이 안 되는데. 점점 이 집과 호스트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갔다. 그리고 불행히도 우산을 찾지 못했다. 결국 가져온 모자를 쓰고 집을 나갔다.

내가 나올 때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다시피 했는데,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빵을 다 먹고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거세졌다. 편의점에서 사온 비닐우산을 쓰고 횡단보도 앞에 섰다. 그나저나 벌써 며칠째 패스트푸드만 먹고 있었다. 모스 버거랑 편의점이 하루 끼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도 가보고 싶었는데. 벌써 며칠이나 쓸데없이 보낸 거지.

이제 뭐 하지 하고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는데, 문을 따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호스트였다. 나는 소리에 놀라 현관문을 바라보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방에 들어가면 어색할 것 같아 그대로 소파에 앉아만 있었다. 평소엔 이렇게 일찍 들어오지 않아서 생각지도 않았었는데.

그녀는 나에게 밥 먹었어요? 라고 영어로 물었다. 내가 못 알아들을까 봐 밥 먹는 시늉을 했다. 나는 아직 안 먹었다고 말했다.

“나는 간단한 저녁을 요리할 거예요. 당신도 먹을래요? 나는 괜찮아요.”

나는 마침 저녁도 안 먹었겠다, 고맙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퇴근길에 장을 봐 왔는지, 장바구니에 든 물건들을 냉장고 안으로 정리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있던 자리에서는 묘한 향기가 났다. 어제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 맡았던 냄새랑 똑같았다.

그녀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와서 요리를 시작했다. 일식에 대해 조예가 깊은 편이 아니라 뭘 만드는지는 몰랐지만 돼지고기를 볶는 냄새가 났다. 공교롭게도 일본에 와서 처음 먹어 보는 일식이었다. 이걸 화정식이라고 하던가.

그녀는 다 된 요리를 테이블로 가지고 왔다. 제육볶음 비슷한 요리였는데, 생강 초절임이 위에 올라가 있는 형태였다. 그녀는 설명하기가 어려운지 핸드폰의 번역기를 이용해서 내게 요리의 이름을 보여주었다. ‘돼지고기 생강 구이’. 나는 잘 먹겠다고 감사 표시를 한 뒤 밥을 먹기 시작했다. 요즈음 먹은 게 다 인스턴트뿐인지라 싹 비웠다.

“고마워요. 맛있었나요?”

“네. 저는 일본 음식을 처음 먹었어요. 여기 온 후.”

그녀는 맛있게 먹어주어 고맙다고 했다. 무언가 답례를 해야 할 것 같아, 혹시 음료수라도 괜찮으시면 내가 사오겠다고 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혹시 괜찮으면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마시자고 했다. 좋지. 맥주.

우리는 냉장고에 있는 산토리를 꺼내 왔다. 일본 맥주가 맛있다는 건 생맥주만 그런 건가? 캔 맥주는 한국에서 먹는 산토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목이 말랐던 터라 맥주가 술술 넘어갔다. 우리는 술기운에 힘입어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기타 이야기가 나왔다.

“기타요. 혹시 칠 줄 알아요?”

“맞아요. 보여 줄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케이스 맨 위에 있는 어쿠스틱 기타를 가져왔다. 기타에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Nakajima Ai'라고 쓰여져 있는 것이었다. 당신 이름이에요? 내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한 밴드에 소속되어 있었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만들었던 노래가 있으면 들려주실 수 있어요?

그녀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핸드폰을 만졌다. 곧 거실 스피커에서 노래가 나왔다. 엄청나게 펑키한 노래였다. 통통 튕기는 듯한 베이스에 기타 리프, 남자 보컬의 목소리가 죽여줬다. 이 노래는 내가 작곡했는데, 이상하게 인기가 없었어요. 아뇨. 꽤 좋은데요? 내가 묻자 그녀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밴드를 안 하세요?”

“네. 지금은 탈퇴하고 마사지 일을 해요. 미국에서 마사지를 배워왔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지갑을 열었다. 지갑에는 영어로 되어 있는 마사지 자격증이 있었다. Ai Nakajima. 신기했다. 마사지를 할 줄 아는 가수라니. 아니, 노래를 하는 마사지사라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어를 잘 하는 거였구나.

그녀는 자신의 마사지 자격증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콜로라도 주에 있는 덴버에서 마사지 학교를 일 년간 다녔다고 했다. 대단하네요. 하고 나는 미묘하게 칭찬했다. 그녀는 자격증을 다시 넣고 기타를 케이스에 옮겨놓았다. 그런데 기타 뒤에 또 다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KOOL MUSIC'라고 쓰여 있는 것이었다. 마크까지 붙어 있는 걸로 봐선 어느 단체의 이름인 것 같았다.

저 영어 단어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쿨 뮤직이라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쿨 뮤직…. 나는 그 이름을 기억해놓았다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았다. 확실히 인터넷에는 정보가 많았다. J-POP 팬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서 쿨 뮤직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입문자를 위해 소개 글까지 올려놓은 덕이었다. 확실히 매니아들은 정보력이 셌다.

쿨 뮤직은 일본의 음반사인데, 인디 밴드들을 많이 데리고 있는 회사인 모양이었다. 아까 내가 봤던 마크가 쿨 뮤직이 맞았다. 그냥 음반사 수준이 아니라 내가 아는 유명한 밴드까지 소속되어 있었다. 아이가 이 회사랑 무슨 관계가 있지? 나는 궁금해서 구글에 ‘KOOL MUSIC’을 검색했다. 일본어 홈페이지가 존재했다. 고맙게도 사이트를 한국어로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아티스트’ 카테고리를 클릭했다.

내 생각이 맞았다. 카테고리에는 현재 소속된 밴드가 전부 나왔다. 유명한 순으로 맨 위부터 배치되는 모양이었다. 혹시나 해서 맨 밑부터 찾아보았다. 프로필을 누르면 사진과 간단한 소개 글이 나왔다. 그 사진들 중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는 건 꽤 어려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속했던 밴드는 위에서 세 번째에 위치한 ‘The Brilliants’라는 이름이었다. 밴드에 대한 소개 글은 이랬다.

‘더 브릴리언츠, 애칭 브리츠는 2011년 도쿄에서 결성되었습니다. 초기 멤버는 보컬 키리시마 사토시, 기타 나카지마 아이(키리시마 아이), 드럼 사토 미츠루로, 나카지마 아이가 2017년 탈퇴한 이후로는 기타에 새로운 멤버 우치다 하지메를 영입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이의 이름이 나왔다. 초기부터 브릴리언츠의 멤버였다가 2017년 탈퇴. 대체 그 탈퇴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나저나 이름 옆에 ‘키리시마 아이’라는 이름은 왜 붙어 있는 건지도 궁금했다. 아참. 그 카페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처음에 찾아보았던 카페에 들어가서 ‘키리시마 아이’, ‘나카지마 아이’, ‘브릴리언츠’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얼마 인지도가 없는 밴드였는지 글이 몇 개 없었다. 그 몇 개 없는 글 중 2017년 4월 28일에 작성된 글이 눈에 띄었다. ‘나카지마 아이 탈퇴 정리.’ 댓글도 열 몇 개가 달려 있었다. 나는 천천히 읽어보았다.

사토시랑 이혼하더니 결국은 밴드도 탈퇴했네요. 확실히 그전부터 사토시랑 노선이 다르긴 했죠. 그전에도 자기가 작곡한 곡이 앨범에 들어가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로 다툰 적도 있었다고 하고요. 투어 불참할 때부터 마음을 어느 정도 정한 것 같네요. 아쉽네요, 그만한 기타도 없는데요.

새로운 기타는 누구 들어오나요? 근데 아이 코러스가 빠지면 브리츠가 아닐 것 같은데.

하지메가 들어올 거 같아요. 투어 따라다니면서 기타 몇 번 쳤었죠. 사토시가 아끼는 후배라고 언급도 여러 번 했고요.

쿨이랑 계약했죠? 아이 있을 때 작업한 앨범은 엎을 것 같네요. 보니까 쿨에서 나가라고 했다는 말도 있던데요.

이렇게 보니 나카지마 아이라는 사람의 인생사가 어느 정도 짐작이 될 만했다. 밴드를 같이 했던 보컬과 결혼, 그리고 이혼 후 탈퇴. 현재는 마사지사로 일하는 중. 그 몇 년을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했다.

브리츠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브릴리언츠에 대해서도 검색해 보았다. 브리츠라고 검색해야 정보가 조금 나왔다. 그런데 글들마다 앨범이 기대 이하라는 걸 보면 현재는 잘 풀리고 있지 않는 모양이었다. ‘예전에 있던 쫀득한 기타 사운드가 없어서 별로네요.’ 댓글을 보며 나는 아이가 밴드에서 참 중요한 사람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내친 김에 브릴리언츠의 공연 영상을 검색해 아이가 있던 시기의 영상을 한 개 봤다. 머리가 지금보다 더 짧고, 화장이 더 진하지만 그녀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영상 속에서 그녀는 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 하나를 걸친 채 열심히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그녀가 연주하는 기타 솔로였다. 관중들이 일제히 기타 리프에 환호했다. 연주를 끝마친 그녀의 어깨에 보컬이 손을 둘렀다. 아. 이 사람이 전 남편이라는 사토시구나. 그는 웃통을 벗은 채였는데, 배에 밴드 이름을 새긴 타투가 있었고 콧수염도 기르고 있었다. 정말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와 그때의 아이는 완벽하게 다른 사람 같았다. 지금은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옷도 원피스 같은 것만 입고 있는데, 저때는 짧은 머리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니 스타일도 전혀 달랐다. 진하던 화장도 지금은 옅어졌다. 정말 얼굴만 비슷한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법했다.

그나저나 이제 음악은 정말 안 하는 걸까. 아까 물어봤을 때는 그런 말을 딱히 하지 않았다. 아이의 노래라고는 딱 하나 들어본 나지만 괜히 아쉬웠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아이는 출근하지 않은 채였다. 오늘은 출근 안 해요? 내가 묻자 그녀는 오늘은 2시부터 출근이라며,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올 건데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다. 싫다고 말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 편의점에 같이 갔다. 어제 갔던 그곳이었다.

“여기는 돈까스 샌드위치가 맛있어요.”

그녀는 돈까스 샌드위치와 커피를 고르며 말했다. 나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치즈가 들어 있는 스파게티 같은 것을 골랐다. 아침부터 느끼하겠다 싶었지만, 일식은 처음이라서 뭔가 잘못 고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때 아이가 도시락을 하나 골라 주며 말했다.

“아. 이거 맛있어요. 일본 음식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소고기가 올라간 도시락이에요. 그녀의 말에 나는 스파게티를 빼고 그걸 골랐다. 그리고 아이가 맛있다고 추천해 준 샌드위치도 하나 추가했다.

아이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동네의 이곳저곳을 짚으며 어디가 맛있다, 어디는 뭐 하는 곳이다. 하고 말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고로케와 돈까스를 판다는 정육점과 소파가 편하다는 카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먼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저 가게는 술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나 오늘 밤 9시에 저기서 공연을 해요. 괜찮으면 보러 와요.”

당연히 보러 가야지. 궁금했다. 대체 그녀는 어떤 노래를 할지. 밴드에서 하던 노래를 할까? 아니, 기타였는데 노래는 누가 하는 걸지도 궁금했다. 자기가 기타 치면서 노래를 하는 건지. 내가 묻자 그녀는 와서 구경해 보라고만 하고 웃어넘겼다.

나는 근처를 대충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가 알려 준 정육점에서 고로케와 돈까스를 사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얼른 공연을 보고 싶었다. 9시가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도 술집으로 달려갔다.

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꽤 큰 무대가 있었고, 그 주위로 자리가 배치되어 있었다. 사람은 아직 세네 명 정도밖에 없었다. 주인이 일본어로 뭐라고 말했으나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가이드북에서 배운 대로 ‘생맥주 하나 주세요.’라고 일본어로 말하고 바 자리에 앉았다.

일본 생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더웠던 터라 순식간에 한 잔을 비우고, 한 잔을 더 시켰다. 시계를 보니 이제 여덟 시 반이었다.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알고 주인이 서툰 영어로 물었다. 어디에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어요. 오늘의 공연을 보러 왔어요.”

“누구 친구인가요?”

친구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뭐. 나는 아이의 이름을 댔다. 아! 오케이. 주인은 그렇게 말하더니 생맥주 한 잔과 조그만 과자를 내주었다. 김이 붙어 있는 전병 같은 과자였다. 과자를 아삭거리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점점 사람들이 술집으로 들어왔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일본 술집은 실내 흡연이라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나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 했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불을 붙여 주었다. 누군가 했더니 아이였다. 아. 왔어요? 나는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녀는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나는 조금 이따가 공연을 시작해요. 그전에는 다른 사람들 공연이 있으니까 같이 즐겨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하이볼 한 잔을 주문하고, 가지고 온 기타 케이스를 내려놓았다. 모두가 아이에게 다가왔다. 하긴 밴드 경력이 있으니까. 주인이 내게 영어로 설명해 주었다.

“아이는 브리츠라는 유명한 밴드의 멤버였어요. 그녀는 기타를 매우 잘 쳐요.”

물론 어제 인터넷으로 찾아봐서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모른 척을 했다. 아. 정말요? 내 반응에 아이는 웃으면서 아니라고 했다. 오늘 그녀의 화장은 평소보다 조금 진했다. 그리고 검정색 탱크탑을 입고 있었다. 옷자락 아래로 그녀의 배꼽이 살짝 보였다. 딱 어제 영상에서 본 그 모습이었다.

몇 사람이 공연을 하고 아이의 차례가 돌아왔다. 박수 소리가 아까보다 훨씬 컸다. 그녀는 전자 기타를 앰프에 연결하고는 조율을 시작했다. 그저 조율만 할 뿐인데 다른 사람들과 느낌이 달랐다. 그녀는 조율을 하면서 줄곧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담배를 비벼 끄고는 일언반구도 없이 연주를 시작했다. 기타 연주 테크닉이 정말 좋았다. 어제 카페 댓글에서 ‘쫀득한 기타 사운드’라고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맞았다. 연주하는 곡은 익숙한 멜로디였다. 어제 들려줬던 그 곡이었다.

그녀는 좌중을 압도했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움직임에 군더더기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 역시 그녀의 노래에 몰입되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았다. 그녀는 정말로 프로 가수였다. 네 곡이 끝나고서야 나는 박수를 쳤다. 마치 그녀가 술집 안의 공기를 연주하는 동안 억눌렀다가 풀어 준 느낌이었다.

연주를 마친 그녀는 자리로 돌아와 생맥주를 한 잔 주문했다. 나는 연주를 잘 들었으니 내가 돈을 내겠다고 했다. 그녀는 고마워요. 하고 맥주로 목을 축였다.

그때 주인이 일본말로 뭐라고 말하며 우리 앞에 그릇을 하나 내려놓았다. 그릇에는 프레첼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베스트 송! 아이! 주인은 나를 위해 영어로 말을 해주었다. 나는 프레첼을 집어먹으며 자연스럽게 질문을 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기타? 10살 때부터 쳤어요. 18년째 치고 있는 거죠. 아, 밴드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던 남자친구랑, 같은 학교를 졸업한 친구랑 셋이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남자친구랑 결혼하고, 이혼하면서 탈퇴하고. 그 밴드는 지금도 활동해요. 유명한 레코드 회사랑 계약했어요.

음…. 최근 몇 년간은 곡을 만들거나 한 적이 없어요. 가끔 이렇게 무대에서 연주한 적은 있어도. 전 남편이 밴드에서 가장 인기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 사람이랑 이혼을 발표하니까 안 좋은 반응이 많았어요. 팬들이 편지 보내는 건 가벼운 거고. 차에 누가 낙서 해 놓고 그랬었어요. 한국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가요? 그래서 폐차했어요. 산 지 육 개월 된 렉서스였는데, 아쉽죠.

회사에서 밴드 탈퇴하라고 말없이 압박을 줬죠. 예를 들면 다 같이 마실 커피를 사오는데 내 걸 안 사오는 식으로. 그러다 결국은 계약을 해지했어요. 위약금을 많이 받았죠. 그거 때문에 버틴 거에요. 내가 내 발로 나가면 위약금도 못 받아서. 사실 내가 사는 집도 위자료로 받은 거예요. 원래는 신혼집이었지요.

아, 지금 당신이 쓰는 방은 아기 방으로 쓰려고 만든 건데 결국 못 쓰게 됐죠. 벽지 보셨어요? 신경 써서 골랐거든요. 지금 와서 보면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기다렸던 거네요.

도쿄에서 평생 살았는데, 여기 후지사와로 와서 몇 달간은 아무것도 못하고 지냈어요. 우울증이 생겼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나았어요. 마사지를 받았는데,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그 길로 덴버로 갔어요. 마사지 배우러. SNS도 다 닫고 은둔하듯이 간 거죠. 다큐멘터리에서 봤거든요. 거기에 마사지 학교가 있다고.

거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마음이 편해지면서 기타도 다시 칠 수 있었죠. 그런데 아직 곡을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나는 밴드에서만 음악을 해왔으니까. 혼자서 곡을 만드는 건 어색해요. 곡을 쓸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만들었거든요.

밴드는 내 전부였죠. 거기서 쫓겨났을 때의 느낌? 표현할 수가 없어요. 이런 거에요. 시원한 에어컨을 켠 방에 있다가 갑자기 방에서 쫓겨나는 느낌. 스무 살 때부터 스물여섯 살 때까지 다 같이 스튜디오에서 살았거든요. 그랬죠. 네, 지금은 적응했어요.

그날 우리는 술을 더 마시고 가게를 나왔다. 술을 마시는 동안 나는 그녀에게 꼭 다시 음악을 해라. 당신이라면 잘할 수 있다. 고 수십 번도 더 말했다. 그녀는 멋쩍게 웃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키스를 했다. 나는 그녀의 티셔츠를 벗겼다. 그녀의 어깨에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하트 안에 필기체로 ‘Love’. 내 이름이야.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에게는 땀 냄새가 났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녀의 말에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도 했다. 그녀는 고마워. 하고는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나는 숨을 고르다가 잠에 들었다.

다음 날 그녀는 오후 세 시쯤에 집에 왔다. 그리고 퇴근하는 길에 녹음실을 한 달 계약했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녹음하러 갈 거야. 도와줄 수 있어? 그녀의 말에 나는 당연히 도와주겠다고 대답했다.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를 밥을 먹고 기타 케이스를 짊어졌다. 아이를 따라 녹음실까지 갔다. 이번 달만 여길 쓰고 다음 달부터는 남는 방을 녹음실로 쓸까 생각 중이야. 그녀는 기타를 조율하며 말했다.

그녀는 녹음실에 장비를 세팅하고, 직접 몇 개의 리프를 연주했다. 그리고 내게 이게 괜찮은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이건 아쉽다. 이건 괜찮다. 고 대답해줬다. 녹음실에 놔둔 재떨이에 빼곡하게 꽁초가 쌓였다. 기타를 칠 때 그녀는 정말 내가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집중력이 생겼다. 저러니까 프로가 되는구나. 덩달아 나까지 자극을 받을 정도였다.

우리는 그날 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녹음실을 나섰다. 힘들게 일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피곤했다. 그래도 네가 있으니까 괜찮네. 하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캔 맥주를 하나씩 사서 집에서 나누어 마셨다.

“일은 그만둘 거야?”

“곧 그만둬야지. 어차피 위약금으로 받은 돈이 있어서 괜찮아.”

“앨범을 만들 거야?”

“아직 모르겠어.”

그녀는 예전 밴드 시절 아는 친구들에게 세션 연주를 부탁할 거라고 했다. 솔로로 할 거냐는 내 물음에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노래도 어느 정도는 하거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그녀는 노래를 최대한 펑키하게 만들 거라고 했다. 어느 느낌이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곡을 틀었다. 그리고 기타 소리에 맞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거야. 이 정도가 안 되면 할 필요가 없어.”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은 진지했다. 내가 도와줄게. 나는 마지막 남은 맥주를 쭉 비우고는 말했다.

“지금 당장은 우선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어. 그 다음에 앨범을 내던지 다른 걸 해보면 좋을 것 같아.”

“가능할 것 같은데.”

그날 우리는 맥주를 세 캔씩 비우고,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에릭 클랩튼을 좋아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즉석에서 에릭 클랩튼의 ‘Swing Low, Sweet Chariot’을 기타로 연주해 주었다. 그녀의 기타 사운드는 정말 멋졌다. 메탈도 아니고 락도 아닌 그 중간쯤에 있는, 날카롭지만 쫀득한 느낌의 톤이었다.

내가 아래층에서 시끄러워하지 않을까 묻자 그녀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아이에게 이런 면이 있었을 줄이야. 나는 맥주를 마시며 웃었다.

나는 악기를 연주할 줄은 몰라도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편이었다. 그녀가 수없이 연주하는 기타 리프 중 나는 이게 괜찮다, 고 하나를 골랐다. 그녀는 기타를 계속 치면서 코드를 진행시켜 나갔다. 아, 이렇게 곡이 만들어지는구나. 정말 몰랐다.

“언제 돌아간다고 했지?”

그녀가 끊어진 기타 줄을 갈면서 물었다. 7월 20일. 하고 나는 대답했다. 이제 온 지 이 주가 거의 다 되어갔다. 거의 절반이네.

그날 밤 이후, 그녀와 나 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녀는 나를 평소처럼 대했다. 우리 관계는 뭘까. 난 궁금했지만 그녀에게 먼저 물어보지 않았다. 그 후 돌아올 대답이 두려웠고 곧 처할 결말이 두려웠다. 나는 그녀의 연주를 듣고, 어떤지를 솔직하게 대답해 주는 데만 집중했다.

“내일은 어디 놀러 가자. 녹음실 질렸어.”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말했다. 하긴 거의 일주일 정도를 녹음실과 집만 오가면서 지냈다. 이젠 나도 녹음실의 딱딱한 의자에 엉덩이가 배긴 참이었다. 어디 가고 싶어? 내가 묻자 그녀는 말했다.

“바다에나 갈까?”

생각해 보니 저번에 못 간 해변이 있었다. 내가 그 얘기를 하니 그녀는 거긴 너무 사람이 많아서 별로라고 했다. 그러더니 다른 곳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내일 차를 빌려올게.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묶은 머리가 너무 아름다웠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부드러운 목선이 드러났다. 피부가 정말 하얬다. 거기에 옆으로 보이는 긴 속눈썹까지. 아이는 정말 예뻤다.

언제부턴가 나는 아이한테 반하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는 매력이 넘쳐났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녀가 만드는 음악이 성공하리라고 마음속으로는 장담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매력이 있으니까. 음악도 음악이지만, 아티스트에게 매력이 있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오늘도 나는 아기 방의 매트리스에서 잠을 청했다. 안방의 그 큰 침대에는 이후 누워 보지도 못했다.

다음날, 그녀가 아는 사람의 차를 빌려 와서 우리는 곧바로 떠났다. 아무런 짐 없이 집을 나서 보는 게 오랜만이었다. 그동안은 항상 기타나 앰프, 마이크 같은 것들을 가지고 갔으니까. 그동안 녹음실의 크림색 방음벽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창밖의 바다 풍경은 정말 반가웠다.

그녀는 반팔 셔츠에 선글라스를 낀 채 능숙하게 차를 운전했다. 이따금 빨간 입술에 담배를 물기도 했다. 그런 하나하나가 내게는 전부 새로웠다. 그래서 그녀의 옆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선글라스 속에 눈을 감춘 채 차창만 바라보고 있었다.

삼십 분쯤 달렸을까? 우리는 어느 작은 해변에 도착했다.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백사장 뒤로는 집이 몇 채 있고, 산이 하나 있었다. 여기 좋아해. 하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는 가져온 돗자리를 백사장에 폈다. 주위에 편의점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에서 새 우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곡은 조금 있으면 완성될 것 같아.”

아이가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이미 며칠 전에 다른 스튜디오로 가서 세션 연주까지 전부 녹음해 놓은 상황이었다. 남은 건 육성을 녹음하는 일뿐이었다. 가사는 열심히 쓰는 것 같았는데, 일본어라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제목은 뭐라고 할 거야?”

“제목이랑 콘셉트 생각해 둔 게 있어. 그런데 가사 쓰기가 어려워.”

밴드에서는 멜로디 만드는 게 대부분이었거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누워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흔들렸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다. 연기가 산 쪽으로 날아갔다.

“우선 한 곡만 발표할 거야?”

“예전에 나랑 계약하고 싶어 하던 회사가 하나 있었어. 거기에 연락하려고. 이 곡만 우선 낼지, 아니면 앨범으로 낼지는 상의해봐야지.”

“한국에도 팔 수 있으면 좋겠다.”

그녀는 풋 웃더니, 담배를 백사장에 비벼 껐다. 그리고는 나한테 물었다.

“넌 나를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까?”

나는 그녀에게 오랫동안 잊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마워. 하더니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 곡은 너랑 같이 만들었으니까, 꼭 들려줄게. 네가 간 뒤에 나와도.”

우리는 열심히 곡을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곡이 완성되는 걸 보지 못하고 나는 가게 되었다. 마무리 작업만 하면 끝나는데, 하고 그녀는 아쉬워했다. 그녀는 짐 싸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다. 짐은 처음에 올 때보다 조금 더 많았다. 여기에서 괜찮은 물건을 사기도 했고 몇 개를 버리기도 했다. 아이에게 받은 것도 있었다. 그녀는 내게 자기가 끼던 선글라스와 CD를 주었다. 바다에 갔을 때 꼈던 바로 그 선글라스였다. CD에는 'LOVE'라고 사인이 되어 있었다.

“내 이름이야. LOVE.”

이 말을 그날 밤에도 들었었지. 나는 고맙다고 말하며 CD를 챙겼다. 그런데 선글라스는 왜? 내가 묻자 그녀는 네가 저번에 선글라스만 보길래. 하고 대답했다. 사실 선글라스가 아니라 너를 보던 거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다시 일본에 올 거지?”

“그럼. 올게.”

그렇게 말했으나 언제 다시 올지 몰랐다. 나는 군대에 가야 하니까. 허가를 받으면 국외 여행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한국에 갈지도 모르고.”

한국에 오면 안 돼. 여기서 열심히 음악 만들어서 성공해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캐리어의 지퍼를 닫았다. 이제 다 됐다. 내일 출국만 하면 끝이었다. 이제 이 집도 끝이구나.

생각해 보면, 아이랑 이렇게 같이 음악을 만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냥 구경이나 다니다가 오려고 한 거였는데, 훨씬 보람찬 일을 했다. 누군가와 같이 뭔갈 만드는 건 처음이었다. 덕분에 내 식견도 넓어졌고.

우리는 그날 송별의 기념으로 술을 마셨다. 아이가 편의점에 가서 잭 다니엘과 콜라를 사 왔다. 우리는 잭 콕을 만들어 건배했다. 다음에 만나면 샴페인 마시자. 그녀의 말에 나는 좋다고 했다. 그녀는 술에 약했고 나도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었으므로 우리는 빠르게 취했다. 아이가 네 번째 잔을 손에 들고 말했다.

“건배하자. 너랑 내 만남을 위해.”

신곡을 위해.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내게 키스를 해 왔다. 갑자기? 하지만 싫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가 새로 만든 곡의 러닝 타임보다 길게 입을 맞췄다.

그날 밤 우리는 당분간 마지막이 될는지, 아니면 영영 마지막이 될는지 모를 섹스를 했다. 에어컨을 약하게 켜놓아서인지 등에서 허리로 땀이 흘러내려 차게 식었다. 거친 숨을 몇 번이고 몰아쉬었다. 땀이 증발해 방안에서는 페로몬 냄새가 진동했다. 그 사이로 은은하게 그녀의 향기가 났다. 나는 정사가 끝나고 그녀를 안고 계속 가만히 있었다. 언제 젖었는지 침대 시트도 축축했다. 그녀는 내 양쪽 볼을 손으로 감싸고 말했다.

“그동안 너무 무서웠어.”

“어떤 게?”

“모든 게. 특히 사람들이.”

그걸 네가 바꿔 줬어. 보고 싶을 거야. 하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계속 맞장구만 치는 것 같아 대답 대신 키스를 했다.

나카지마 아이. 너에게 나는 뭘까? 그저 한 달간 곡을 만든 사이일까? 아니면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는 걸까.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너무 궁금해. 그렇지 않으면 나는 미쳐 버릴지도 모르거든. 그녀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었다.

“담배 피울래?”

“지금 아무것도 안 입고 있어. 잠시만.”

“여기서 피우면 돼.”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침대 옆 서랍에서 재떨이 대용으로 향초를 가져왔다. 초에 불을 붙이고, 촛불로 담뱃불을 붙였다. 초의 향기가 나서 담배 냄새가 안 날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우리 두 사람의 가슴께에 한 뼘 정도의 작은 불빛이 생겼다.

내일 공항에 데려다줄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담배를 끄고 촛불도 껐다. 나는 조금 더 담배를 피우다가 불을 끄고 그녀의 옆에서 잠에 들었다. 침대는 우리 둘이 누워도 넓었다. 아이도 이제 다시 혼자가 되는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의 자그마한 등을 끌어안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나는 몇 달간 무척 바빴다. 훈련소를 다녀오고, 정해진 복무 기관에서 사회복무를 시작했다.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을 학교가 끝난 뒤 저녁때까지 맡아 주는 시답잖은 일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한 생각을 덜 하게 되었다. 자기를 언제까지 기억할 거냐는 아이의 물음이 생각날 때도 있었다.

어느 날 중고거래 카페에 들어가려는데, 그때 가입했던 J-POP 매니아들의 카페가 생각났다. 아. 여기에 혹시 아이의 소식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당장 카페에 접속해 ‘나카지마 아이’ 라고 검색해 보았다. 역시였다. 그녀의 소식이 몇 개 올라와 있었다. ‘나카지마 아이 복귀. 앨범 준비중.’ 나는 그 게시글을 클릭해 보았다.

밴드 브릿츠의 멤버였던 나카지마 아이가 오기 프로덕션이랑 계약했네요. 기타리스트가 아니고 싱어송라이터로 하는 계약이래요. 먼저 싱글 뮤직비디오 공개한답니다.

나카지마 아이 솔로로 계약했네요? 오래 쉬어서 은퇴할 줄 알았는데 대단하네요.

자작곡으로 채운 앨범 준비한다네요. 한 곡 먼저 공개하고요. 가사 해석 게시판에 가사 번역해서 올렸습니다. 퀄리티 괜찮아요.

나는 당장 가사 해석 게시판으로 갔다. 역시나 아이의 곡이 뮤직비디오와 함께 올라와 있었다. 제목은 ‘The Noise’ 였다. 아이가 제목을 알려준 적이 없으니 이게 그 곡이 맞는지 아닌지는 나도 몰랐다. 나는 곡을 재생했다. 익숙한 기타 리프가 들렸다. 쫀득한 기타 소리, 다른 부분에 편곡이 들어가서 그렇지 아이랑 내가 만든 그 곡이 맞았다.

잘 지내고 있었구나. 뮤직비디오 속의 아이는 평소와는 다른 메이크업이었다. 콘셉트를 새로 잡았는지, 머리는 조금 더 길러서 노란 색으로 염색했다. 뮤직비디오는 바닷가에서 그녀가 노래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바닷가는 우리가 함께 갔던 바로 그 작은 해변이었다. 가사를 확인해보자. 나는 게시글에 적힌 해석된 가사를 읽었다.

가사는 딱히 대단하지 않았다. 노래가 살짝 랩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운율을 맞추기 위한 가사라고 번역자도 적어놓았다. 하긴 뭐 내 얘기라도 쓰진 않았을 테고. 나는 달려 있는 댓글들을 하나하나씩 읽어보았다.

옛날 브릿츠 딱 그 느낌이네요. 아이가 칼 갈고 나왔네요. 차트에서도 기대 이상이네요.

솔로 하자마자 차트 60위면 프로모션 안 한 거치고 잘 나온 거죠.

브릿츠 때부터 곡은 많이 썼는데, 앨범에 안 실린 게 많대요.

한국에 이번에 온다고 하던데 앨범 프로모션 때문인가요?

아이가 한국에 온다고? 나는 카페의 게시판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중 ‘공연정보’ 게시판에 새로운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2019 머시룸 락 페스티벌’. 여기에 있나? 나는 글을 클릭해 보았다. ‘머시룸 락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10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J-POP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도 보이네요.’ 이게 전부였다. 나는 공연 포스터에 나온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았다.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데다가 출연진의 글씨체가 너무 빼곡했다. 유명한 사람은 맨 위에 큰 글씨로, 안 유명한 사람은 맨 아래에 나와 있었다. 나는 확대해서 아래부터 찾아봤다.

있다. 나카지마 아이. 밑에서 두 번째 줄이었다. 첫째 날 다섯 번째 순서로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인터넷으로 티켓을 샀다. 널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 아이. 페스티벌은 한달 뒤였다. 금요일이어서 연차를 쓰기로 결심했다.

페스티벌은 서울숲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입장하고부터 아이를 찾았으나 주차장에 있는 몇 대의 차만 보일 뿐 아티스트들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옅게 비가 오는 가운데 피톤치드 냄새가 났다. 나는 우산도 우비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랬다간 아이가 내 얼굴을 못 볼 수도 있으니까.

오늘 오기로 한 아이돌 가수의 극성팬들과 자리싸움이 심했다. 그들은 대체 내가 왜 껴있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 다섯 번째 무대만 보고 뒤로 빠져 줄 테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무대를 기다렸다.

사실 첫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의 무대는 기억도 안 났다. 네 번째 무대가 끝나고, 기타 조율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제야 무대를 올려다보았다. 거기에 아이가 서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잠시 당황한 듯 하더니 마저 기타를 조율했다. 그리고 일본어로 뭐라고 멘트를 하고는, 곧장 곡을 시작했다. 아. 그 곡이 나오고 있었다. 아이랑 내가 같이 만들었던 그 곡이.

첫 곡이 끝나고, 아이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이번엔 살짝 웃었다. 나도 그녀를 보며 마주 웃었다.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우비를 입고 있지 않은 건 그녀와 나 둘뿐이었다. 비가 그녀의 머리칼을 적셨다.

그녀는 내게 묻고 있었다.

 

작품 등록일 : 2019-10-13
쉬지 않고 읽었습니다.
성층권에서 헬륨을 터트려   
잘읽었슴다
뭏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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