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영 - 다니

“선생님. 건호가 요새 뭐에 좀 깊이 빠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에 수심이 깊었다. 사이비종교나 게임, 혹은 안 좋은 친구들일까. 하고 생각했던 나는 대답을 듣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음악 있잖아요. 랩…. 힙합이라고 하나? 하여튼 학교 끝나고 오면 지 방에서 만날 뚱땅거린다니까요. 미치겠어요. 선생님.”

나는 그 말을 듣고 건호를 만나러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건호를 힙합에 빠트린 건 다름 아닌 나였으니까. 휴학을 낸지라 시간도 넉넉했다. 요번에 새로 산 에어팟을 챙기려다가, 건호가 날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볼 거라는 걸 깨닫고 챙기지 않았다. 건호네 집은 지하철보다 버스가 더 빨랐다.

건호를 만난 것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갔던 봉사에서였다. 당시 내가 속했던 분과에서는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만나 놀아도 주고 심리 상담도 해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는 한 가정의 아이를 만났고 그게 바로 건호였다. 중학교 삼 학년이었던 건호는 심리적으로 별 이상이 없었다. 나는 건호랑 삼십 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건호는 게임을 조금 하긴 하는데 좋아하는 것도 딱히 없다고 했다. 나는 건호랑 같이 PC방이나 가기로 했다. 그때 내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몇 달 전 세상을 뜬 XXX텐타시온의 곡 ‘LOOK AT ME!’가 당시 내 벨소리였다. 건호는 거기에 관심을 보였다.

“선생님. 이 노래 뭐에요?”

“아, 이거…. 텐타시온이라는 가수야.”

건호가 래퍼라는 걸 알 리가 없으니 그냥 가수라고 얼버무렸다. 건호는 노래를 더 들려 달라고 했고, 나는 PC방에서 건호의 머리에 헤드폰을 끼운 채 텐타시온의 노래를 유튜브에서 틀어주었다. 아까 건호가 들었던 ‘LOOK AT ME!’였다. 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노래를 듣다가, 노래가 끝나자 헤드폰을 벗고는 말했다.

“시끄럽네요.”

마이애미 래퍼들 특유의 찢어지는 듯한 강렬한 베이스가 건호에겐 가장 먼저 다가온 모양이었다. 그때 나는 건호에게 텐타시온이 몇 달 전 총에 맞아 죽었다고 말했다. 건호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먹었는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서 그는 그 일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 후 텐타시온에 대해 아무 말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건호가 힙합에 빠진 것이었다.

건호의 집은 응암동에 있었다. 역에서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야 나오는 빌라촌이었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내 등에 땀이 축축하게 났다. 길고양이가 내 옆을 쪼르르 지나갔다. 어느 빌라인지 확실히 기억이 안나 주춤하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음악소리가 들렸다. 요즘 유행하는 힙합 노래였다. 차트에서 1위도 하고 했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혹시 이게 건호가 틀어놓은 음악이 아닐까?

맞았다. 그의 어머니가 문 앞에서 나를 맞았다. 더우신데 고생하셨네요. 하는 그녀의 말은 건호의 방에서 울리는 노랫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았다. 머리가 띵. 머리가 띵. 나는 건호의 방문에 노크를 했다.

“건호니? 작년에 심리상담 했던 선생님이야. 문 좀 열어줄래?”

건호의 방문은 곧장 열렸다. 노래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또 릴 펌이었다. 구찌 갱, 구찌 갱, 구찌 갱, 구찌 갱, 구찌 갱. 영어로 된 노래 가사를 어머님이 못 알아들으셔서 다행이었다. 나는 건호에게 물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노래 좀 끄고 얘기하자. 시끄럽네.

건호는 노래를 껐다. 그는 머리를 눈을 덮을 정도까지 기르고 있었다. 옷은 언제 샀는지 스트릿 패션 브랜드의 것이었다. 그의 책상에는 마이크가 하나 놓여 있었다. 내가 쓰는 마이크랑 같은 기종이었다. SM58.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저렴한 입문용으로 추천받는 것이었다.

“저 랩 시작했어요. 알바해서 이 마이크도 샀어요.”

건호는 자기가 녹음한 작업물도 있다고 했다. 한번 들려 달라는 내 말에 그는 수줍어하면서 아직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내게 물었다.

“선생님도 랩 하세요?”

나는 사실 하지만 안 한다고 했다. 혹시 내가 건호보다 랩을 못할 수도 있으니까. 건호는 딱히 문제가 없어보였다. 랩을 하면서 조금 더 생기가 돈 느낌이었다. 나는 건호에게 어머니가 집에 계실 때는 노래를 너무 시끄럽게 틀지 말라고 일러주고 자리를 떴다. 나는 마지막으로 건호에게 물었다.

“예명은 뭐라고 지었어?”

“다니요. 다니.”

나쁘지 않은 이름이네. 하고 나는 건호의 집을 나섰다. 어머니께는 뭔가에 빠진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너무 뭐라고 하지 마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는 걱정하면서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셨다. 건호가 뭔가를 하고 싶어 한 적은 처음이에요.

어느 날,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 사이트는 자신이 만든 노래를 업로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 달마다 가장 많이 추천을 받은 5명을 선정해 소개했다. 마침 몇 시간 전에 ‘이달의 추천 Best 5’ 게시글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그 게시글을 천천히 훑어보다 깜짝 놀랐다.

3위: Dani

나는 그 다니가 건호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곡을 들어보았다. 맞았다. 그건 건호였다. 요즘 유행하는 트랩이었다. 곡에 올린 프로듀서 이름을 찾아보니 유튜브에 비트를 올리고 살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건호가 쓴 곡은 그의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수많은 곡들 중 하나였다. 유튜브의 특성상 괜찮은 비트를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텐데, 이 비트는 상당히 완성도 있는 것이었다. 비트 못지않게 건호의 랩도 호평이 많았다.

다니 이분 진짜 괜찮네요.

열일곱?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엄청 잘하는데요.

고등래퍼 같은 데 나가면 유명세 타겠는데요.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나는 건호에게 감탄했다. 그리고 직접 전화를 걸었다. 건호는 조금 쑥스러워하면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앞으로 열심히 하라고 했는데, 건호가 갑자기 내게 말을 꺼냈다.

“선생님. 저희 엄마 좀 설득해 주시면 안 되나요?”

“무슨 설득?”

“작업실 얻고 싶은데 엄마가 반대하거든요. 제가 주말에 알바해서 돈 낼 수 있는데, 거기 장비도 괜찮거든요.”

나는 그 말을 듣고 그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호는 진짜 음악에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업실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요. 본인이 아르바이트해서 낸다니까 한번만 믿어 보세요. 그러자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건호가 요즘 음악 시작하면서부터 매일 밤늦게 들어와요. 그래서 걱정이 되네요.”

걱정하지 마시라고 나는 힘주어 말했다. 어머니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러면 건호의 뜻을 따르겠노라고 했다. 슬쩍 건호에게 같이 곡을 만들자고 해볼까. 생각했으나 이내 그만뒀다. 건호가 나보다 랩을 더 잘 한다는 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건호의 사운드클라우드를 팔로우했다.

건호는 이후에도 계속 작업을 했다. 그 즈음, 영보이 새니(Yungboi Xanny)라는 래퍼가 건호에게 피처링을 해주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새니는 나름 규모 있는 소속사와 계약을 맺어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그 후에도 둘은 인스타그램을 서로 팔로우하는가 하면, ‘같은 팀’이라는 뉘앙스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새니의 팀이라 하면 영보이즈(Yungboiz) 크루였다. 새니가 뜨면서 다른 멤버들도 계속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곳이었다.

결국 건호는 일주일쯤 후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바꿨다.

‘yungboidani’

이 크루의 특징이었는데, 인스타그램 아이디와 예명 앞에 ‘yungboi'를 붙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건호는 영보이 다니가 되었다. 이건 건호의 크루뿐만이 아니었다. 에이셉이나 YBN 같은, 미국의 유명한 크루를 따라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 대부분이 미국 래퍼들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양산형 래퍼였다.

건호는 크루 사람들과 찍은 사진을 주로 올렸는데, 새벽에 작업실에서 같이 곡을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미공개곡의 영상을 스토리에 짧게 올리기도 했다.

건호는 새니 덕에 일약 팔로워가 이천 명을 넘어섰다. 새니는 작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랩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경력이 있었다. 본선 진출은 하지 못했지만, 예선에서 카메라가 여러 번 잡아주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덕에 팔로워가 상당히 많았다. 그가 건호를 직접 자기 게시물에 태그해 주며 팔로워를 불려 줬다.

건호는 일주일에 한 번 간격으로 사운드클라우드에 곡을 업로드했다. 대개 급히 만든 티가 역력한 퀄리티였고 피처링으로 그의 크루 멤버가 붙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건호가 열심히 음악을 하고 있고, 그가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사건의 발단은 건호가 업로드한 곡이었다. 그런데 한 유명 래퍼가 그 곡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이 곡이 자신의 곡을 베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카피캣 급식충?’이라며 건호를 태그해 조롱했다. 사실 내가 보기엔 둘 다 그저 유튜브에 있는 무료 트랩 비트에 의미 없는 돈 자랑을 도배한, 전형적인 한국식 트랩이었다.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면 둘 다 스키 마스크 더 슬럼프 갓을 어설프게 흉내내고 있을 뿐이었다. 오십보백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 래퍼의 팬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래퍼의 팬들은 악명 높기로 유명했고, 그들이 건호를 타겟으로 정했다. 순식간에 건호의 인스타그램, 사운드클라우드, 유튜브 댓글들은 해당 팬들의 욕설로 가득 찼다. ‘네가 뭔데 오빠 곡 베꼈어?’ 그들은 무자비하게 건호를 공격했다.

내가 자주 가는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들도 이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성인 남자 팬들이 대부분인 그 사이트에서는 건호에 대한 입장이 ‘어차피 얘도, 쟤도 다 스키 마스크 카피한 게 티가 확 나는데 왜 저렇게 불타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팬들은 달랐다.

건호의 팔로워는 고작 이천오백 명, 그마저도 하루마다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상대 래퍼는 팔로워가 삼십만 명을 육박했다. 제법 덩치가 큰 래퍼였다. 클럽이나 술집 같은 곳에서 가끔 그의 노래가 나오기도 했으니까.

영보이 다니는 SNS에서 거의 역적 수준으로 얻어맞았고 신곡이 나올 때마다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 내용은 이랬다. ‘이 새끼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기 끄니까 매일 노래 올리는 거 봐.’ 건호의 팔로워는 앞서 말했듯 매일매일 줄어 이 댓글이 달린 시점에는 원래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있었다. 그때 사건이 하나 더 터졌다.

‘영보이 다니 이번에는 음주 걸렸네요.’

해당 글을 커뮤니티에서 본 나는 즉시 내용을 확인했다. 인스타그램을 캡쳐한 것이었는데, 건호 크루 멤버가 올린 크루 회식자리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건호는 맨 뒷줄에서 종이컵에 담긴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다. 문제는 사진 속 테이블에 술 말고 다른 액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건 좀 억지 아냐? 하고 나는 생각했지만 그 팬들은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그들은 건호가 다니는 고등학교를 어떻게든 알아내서 신고를 넣었고, 술을 판 슈퍼를 신고하자며 사진에 살짝 드러난 영수증을 확대해 어디인지 찾아냈다. 나는 팬들의 단체 대화방에 몰래 팬으로 끼어 잠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다니 등교정지 14일 받았다네요! 성공했습니다.’

‘정의구현이네요! 수고하셨어요. 그러게 누구 곡을 건드려~’

곧이어 기사가 떴다. 건호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기사 속에 건호가 끼어 있었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래퍼들에 대해 다루는 기사였는데. 여기서 ‘고등학생 래퍼 K군(16)은 최근 SNS에 올린 사진에서 음주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어 논란을 사고 있다.’고 잠깐 언급이 된 것이었다. 이 기사 댓글들 역시 심각했다. 건호는 희대의 개새끼. 겉멋만 들어 힙합하는 놈, 나중에 나이 먹고 후회할 놈으로 둔갑했다. 건호의 사운드클라우드에 곡이 안 올라온 지 한 달이 넘어갔다. 이 수준이 되니 이제 나도 건호에게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건호야. 잘 지내냐?”

“네. 선생님 잘 계셨어요.”

그렇게 말하는 건호의 목소리는 침울했다. 마치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별말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야. 걱정하지 마. 걔네들도 지치게 돼 있어. 너 노래도 잘 만들더만. 왜 요새는 곡 안 올려? 샘이 니 곡 맨날 듣는데.”

“지금 믹스테이프 작업 중이에요.”

“아, 그래?”

믹스테이프라 하면 미니 앨범 형식으로 8곡 정도를 담아 공개하는 것이었다. 정규 앨범보다 곡의 질이 조금 더 떨어져도 괜찮다는 특징이 있었다. 언제 공개할 거냐고 내가 묻자, 건호는 이번 달 안으로 나올 거라고 했다. 오늘이 12일이니 늦어도 2주 안에는 나온다는 뜻이었다. 피처링도 몇 명 있어요. 기대하세요. 하고 건호는 전화를 끊었다.

건호가 말한 믹스테이프는 정말로 나왔다. 나와 통화를 하고 일주일이 조금 지나서였다. 거의 믹스테이프는 음원사이트 등재 절차가 복잡해서 사운드클라우드에만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건호는 이걸 음원사이트에도 공개했다.

믹스테이프는 ‘The Brave Kid’라는 제목이었다. 여덟 곡이 들어 있었는데 확실히 신경 쓴 게 보였다. 음질이 엄청 좋아진 걸 보면 비싼 돈 주고 좋은 마이크를 샀거나, 녹음실을 돈 주고 빌려서 녹음한 모양이었다. 피처링도 적재적소에 괜찮게 활용했다. 자기 크루 멤버뿐만이 아니라, 꽤 유명한 래퍼도 피처링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건호의 인맥이 이렇게 넓었나, 하고 감탄했다.

그 후, 건호가 속한 영보이즈는 점점 더 커져 갔다. 유튜브라는 플랫폼 덕분이었다. 멤버들이 유튜브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는가 하면, 미공개곡을 부르는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래퍼의 곡을 가져다가 거기에 자신들이 가사를 써서 리믹스하는 컨텐츠도 있었다. 영보이즈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눈 깜짝할 새 만 명을 넘었다. 건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예전보다 훨씬 많아져서 오천 명이나 되었다.

건호는 이제 예전처럼 자주 곡을 올리지 않았다. 언제 곡을 올리겠다고 선언하면 팬들의 기대하는 댓글이 뒤를 이었다. 건호가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수많은 곡들 중 대부분이 삭제되었다. 아마 건호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건호의 크루 중 한 명인 영보이 대시(Yungboi Dash)라는 래퍼와 건호가 서로 팔로우를 끊은 것이다. 영보이 대시는 건호보다 조금 더 인지도가 있었고, 옷을 잘 입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후 건호는 ‘도둑놈 극혐’이라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가 하면. 유튜브 영상에서도 대시와 건호가 함께 나오는 일이 전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시가 영보이즈의 영상에 나오는 일이 사라졌다.

그러더니 대시는 어느 날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dashbanger’로 바꾸고, 프로필의 ‘Yungboiz’라는 문구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른 영보이즈 멤버들도 대시의 팔로우를 끊어버렸다. 즉 대시가 영보이즈에서 탈퇴한 것이다. 아마 내가 모르는 무슨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걸 건호에게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해서 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 동안 나는 새로운 곡을 열심히 만들었다. 비트를 유튜브에서 30달러 주고 사고. 유명한 믹스 엔지니어에게 믹싱을 맡겼다. 드디어 한 곡이 생겼다. 믹싱하는 데 십만 원, 비트에 삼만 원, 녹음실 빌리는 데 십만 원. 도합 이십삼만 원으로 한 곡을 만든 셈이다.

정말 건호가 존경스러웠다. 건호는 아르바이트로 작업실도 빌리고 하는 것이다. 나는 건호에게 녹음실을 한 시간만 빌리자고 전화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나는 내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곡을 업로드했다. 십 분도 지나지 않아 내 곡을 누군가가 공유했다는 알람이 떴다. 그건 바로 건호였다.

짜식.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되게 챙겨주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건호의 유명세라면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볼 듯했다. 시간이 어느새 새벽 세 시였다. 나는 충동적으로 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안 주무시고 계셨네요.”

“너도 안 잤잖아. 내 사클 봤지?”

“아. 그거 곡 좋아요. 진짜로.”

건호는 그렇게 말하며 픽 웃었다. 우리는 밥이나 한 번 먹자는 시답잖은 말을 남기고 통화를 종료했다. 건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지만 꾹 참았다. 건호네 식구들끼리의 일이니까, 내가 일일이 물어보는 건 좀 그랬다.

그런데 대시와 영보이즈의 관계는 그렇게 좋게 마무리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대시가 인스타그램에 ‘사람 도둑놈으로 몰고 미쳤냐?’ 는 글을 올렸고, 이에 대응하듯 다음 날 올라온 영보이즈의 유튜브 영상에 ‘아 이제 하나가 없으니까 숨통이 트이네요. 살 맛 난다.’라는 대사가 들어가기도 했다. 이거 이러다 디스 한판 붙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 현실이 되었다.

시작은 디스인지 아닌지도 모를 것이었다. 새니의 신곡에 ‘도둑놈은 젖혀두고 I cannot ride with you’라는 가사가 들어갔던 것이다. 이 가사만 봐서는 누가 그 ‘도둑놈’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대시는 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스타그램에 해당 가사를 캡처해 올리고 웃는 이모지를 곁들였다. 필사적으로 쿨한 척 하는 것 같아 보기가 별로였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대시의 디스 곡이 나왔다.

‘Fucking Young’. 제목부터가 누굴 대상으로 했는지가 뻔히 보였다. 그런데 대시의 가사가 대단했다. 바짝 칼을 갈고 나온 것이다. 새니를 ‘여자 팬들 자기 방에 데려다가 따먹는 놈’이라면서 한방 먹이는가 하면, 건호에 대해서는 ‘네 체인 훔쳐간 게 나라면 씨발 CCTV 뒤져봐’라며 신랄하게 욕을 하기도 했다. 건호가 언제부터 체인 목걸이가 있었나 하고 인스타그램을 뒤져 보니, 정말 건호에게는 체인 목걸이가 있었다. 뜬금없지만 건호가 돈을 좀 만지긴 만졌을 거라고 혼자 생각했다.

그리고 대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가사를 곁들였다. ‘니들 방에서 약 빨고 술 먹는 거 나는 다 알지.’라는 내용이었다. 정말 마약을 했다면 영보이즈가 전부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었다. 영보이즈의 멤버는 건호까지 합쳐서 모두 5명이었다. 이 가사 때문에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는 불이 났다. 경찰에 신고를 하자, 언제 올린 사진에 눈이 풀려 있는 게 약 때문일 것이다 하는 식의 글이 순식간에 몇 페이지를 채웠다.

그리고 그 중 누군가가 정말 신고를 했다. 마약 복용이 의심된다.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 신고를 한 사람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새니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고 집 주소도 알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조사가 들어갈 것이었다. 나는 당장 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호는 신호음이 열 번 정도 울린 다음에야 전화를 받았다.

“야. 건호야. 이거 뭐야? 너희 크루 마약 했어?”

“지금 정신이 없네요. 제가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전화는 십 초도 안 되어 끊겼다. 뭔가를 부정하려는 말투는 아니었다. 정말 건호가 마약을 한 걸까? 그렇다면 그의 어머니를 볼 면목이 없었다. 새니의 이름이 조금 수상하긴 했는데. 정말 마약을 했을 줄이야. 미치겠다. 건호는 대체 어디까지 간 걸까.

그날 저녁 뉴스에 영보이즈가 나왔다. ‘언더 힙합 그룹, 마약 복용 혐의로 수사 중’이라는 제목을 달고서였다. 영보이즈 다섯이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경찰서로 들어가는 모습이 자료 화면으로 나왔다. 그 중 건호는 맨 마지막에 나왔는데, 건호가 들어가는 모습이 뜨자 그 화면에 ‘미성년자 1명 포함. 구속수사 예정’이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찍혔다. 이건 또 엄청 욕을 얻어먹겠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텔레비전을 껐다. 예상대로 건호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나를 부르기만 했다.

“선생님….”

건호의 어머니는 하던 식당 일도 조퇴하고 와서 울고만 있다고 했다. 어머님. 괜찮을 거예요.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구요. 네? 어머님. 내가 몇 번을 위로했으나 그녀의 울음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건호. 이 나쁜 새끼. 나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구속수사라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었다.

다행히도 건호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구속수사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용의자 중 하나로 취급받고 있는 건 여전했다. 모발 검사, 소변 검사 등 엄청난 검사를 했다고 건호는 말했다. 나는 건호네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 건호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해주었다. 머리를 노란색으로 물들인 건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건호의 어머니는 방에 누워서 문을 걸어 잠그고, 건호를 보려 하지도 않았다.

건호의 조사는 상당히 오래 걸렸다. 학교도 나가지 못했는데, 그게 나중에 건호의 출석 일수에 어떻게 적용될지는 나도 잘 몰랐다. 건호는 어느 날 조사를 받고 와서 학교를 차라리 자퇴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그의 어머니와 상의하려 했지만 그녀는 방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건호는 고민 끝에 어머니의 인감도장을 어디서 찾아와서 자퇴서에 도장을 찍었다.

금요일, 건호의 집에서 건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건호가 밤늦게 들어왔다. 밤 열 시가 훌쩍 넘어서였다. 건호는 평소와는 다르게 눈물을 훌쩍이고 있었다. 너 무슨 일 있었느냐고 내가 다그치자, 건호는 어머니에게 들리지 않게 내게 귓속말을 했다.

‘담배 한 대만 주세요.’

지금 이 시국에 담배 한 대 주는 게 무슨 문제냐 싶었다. 그러나 집 밖에서는 기자에게 사진을 찍힐지 몰라 우리는 건호네 집 화장실로 들어갔다. 건호는 변기에 걸터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연기를 깊게 빨았다. 그는 연기를 뱉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마약 한 적 없어요. 새니랑 다른 형들이 한 거에요. 검사 결과도 저는 성분이 안 나왔고요.”

“그럼 너는 이제 조사받으러 오지 말래?”

건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담배를 더욱더 깊게 빨았다.

“그런데 제가 다 불었어요.”

“뭘?”

“새니가 마약 했다는 거, 텔레그램으로 언제 마약 샀는지랑 어떻게 받았는지. 그 판 사람은 누구인지 그런 거요.”

아. 건호가 스니치를 했다.

스니치란 래퍼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해서는 안 될 짓으로 꼽혔다. 동료를 불고 자신은 비겁하게 풀려났기 때문이었다. 미국 래퍼 중 한 명이 동료를 고자질하고 풀려나자, 그가 속한 갱단에서 그를 총으로 쏴 죽인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미국의 일이고 한국에서는 정확히 어떤지 나도 잘 몰랐다. 그냥 욕이나 먹고 끝나지 않으려나. 건호에게는 그게 최선이었다. 건호는 담배를 한 대 더 달라고 했다.

나는 담뱃갑을 통째로 건호에게 넘겨주고 화장실을 나왔다. 화장실 문틈으로 훌쩍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는 그의 어머니에게 모든 일을 이야기해줄까 하다가 말았다.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곧 알게 될 일이었다.

다음 날 영보이즈의 마약 복용 사실이 뉴스 헤드라인으로 나왔다. 리더인 새니가 마약을 구매했고, 동료 래퍼들에게 마약을 권유하고 함께 복용했다는 사실과 함께였다. 앵커는 ‘함께 활동하던 미성년자 래퍼는 마약 복용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자백으로 모든 사실이 밝혀졌습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건호는 미성년자라서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힙합 팬들은 그게 전부 건호라는 걸 알고 있었다.

‘비겁하게 동료 팔아서 나왔네요. 좋겠네요.’

‘다니 다시는 음악 못할 듯.’

나는 서너 개 되는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를 전부 탈퇴하고, 두 번 다시 그곳에 들어가지도, 곡을 올리지도 않았다. 사람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건호는 벌써 일주일이 넘게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다.

건호는 10월이 되어서야 연락을 했다. 거의 2주 만에 연락을 한 것이었다. 전화는 자기 전, 야식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순간에 걸려왔다.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건호에게 흥분해서 물었다.

“야. 건호야! 너 뭐 하고 지냈냐? 지금 어디야?”

“샘. 저 내일 아침에 작업실 빼는데 얼른 놀러 오세요.”

나름 쾌활한 목소리였다. 맛있는 거 사오세요. 건호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건호의 작업실이 어디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잘됐다. 야식도 먹고 싶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건호 작업실 근처에 있는 피자집에 테이크아웃 전화를 걸었다. 불고기랑 베이컨 치즈를 반반 섞었다.

건호는 피자를 들고 가자 너무 좋아했다. 세인트루이스 식으로 사각형으로 잘린 피자를 우리는 한 조각씩 들고 손으로 먹었다. 작업실은 모두 정리가 되었고 컴퓨터랑 마이크, 녹음장비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왜 이걸 굳이 안 치운 거지? 궁금해하며 피자를 먹는데, 건호가 마지막 조각을 집어들며 말했다.

“샘. 저랑 마지막으로 곡 하나 같이 해요.”

“어?”

마지막이라니, 갑자기 왜 마지막인지는 몰랐으나 나는 우선 좋다고 했다. 우리는 건호의 컴퓨터에 있는 미완성곡들과 내 핸드폰에 있는 미완성곡을 쭉 훑었다. 한 시간 정도 천천히 들어본 결과, 우리는 건호가 훅만 써놓은 곡을 하기로 했다. 16마디가 두 번 들어가고, 마지막에 8마디가 들어가는 구성이었다. 의논 끝에 내가 첫 번째, 건호가 두 번째에 들어가기로 했다.

우리는 작업실에서 열여섯 마디의 가사를 그 자리에서 썼다. 건호는 비닐로 싸놓은 소파에서, 나는 컴퓨터 책상에서 썼다. 조명도 있던 모양인데, 이제 모두 치워서 천장의 백열등 하나만 남았다. 백열등이 핸드폰 화면을 노랗게 물들였다. 나는 가사를 뚝딱 썼지만 건호는 조금 걸리는 모양이었다. 급기야 건호는 잠시 나갔다오겠다며 작업실을 나와 삼십 분쯤 후 돌아왔다. 그리고는 당장 녹음을 하자고 했다. 우리는 마이크의 전원을 넣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켰다.

이번에도 건호는 녹음을 몇 번이나 다시 했다. 나는 세 번 만에 끝냈으나 건호는 열 번이 넘도록 녹음을 했다. 거기다가 갑자기 자기가 녹음해놓은 훅이 마음에 안 든다며 내게 훅을 하라고 부탁했다. 내가 훅을 불렀더니 이번엔 또 아까 거에 효과를 다르게 주면 될 것 같다며 퇴짜를 놓았다. 엄청 노력하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건호의 믹싱을 도와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 7시 32분에 마스터링까지 마쳤다. 겨드랑이와 등이 땀에 흥건히 젖었다. 건호는 이걸 내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라고 했다. 나는 곡을 올리면서 크레딧을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 물어보았다. 건호는 영보이 다니 말고 그냥 다니라고 써달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샘 곡에 제가 피처링한 걸로 해요. 샘이 더 고생하셨잖아요. 제목은 BUSTED! 로 하고요.”

“그게 무슨 뜻인데?”

“그냥 그걸로 해주세요.”

건호의 말에 나는 그렇게 했다. 커버 사진은 구글에서 ‘BUSTED’로 검색하면 가장 위에 나오는, 컴퓨터 게임 화면으로 정했다. 곡을 업로드한 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건물 밖으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나는 그제야 건호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야. 근데 작업실을 갑자기 왜 빼? 그리고 마지막 곡은 또 뭐고?”

“저 이제 음악 안 하려고요.”

건호는 이미 결심을 해놓았는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나는 재를 털다가 너무 세게 털어서 불이 꺼지고 말았다. 나는 담뱃불을 다시 붙이며 건호의 말을 들었다.

“엄마하고 얘기했어요. 이제 저 아빠 있는 데로 가서 살려구요.”

“아버지가 계신다는 곳이…?”

“아. 샘한테는 말씀 안 드렸구나. 저희 아빠 지금 포항에 계세요.”

건호의 말로는 그의 아버지가 포항에서 물회 식당을 운영하는데, 건호는 거기에서 살면서 자기가 뭘 해먹고 살지를 정하겠다는 거였다. 왜 서울에 안 남느냐고 나는 물었다. 건호는 해가 뜬 아침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솔직히 제가 요 몇 달 사이에 갑자기 팡 떴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건 원래 내 게 아니다. 누구한테 갈 운명이 실수로 나한테 들어갔다 이런 거요.”

“그 생각을 언제 했는데?”

“그때 화장실에 앉아서 담배 피우면서요.”

그는 웃으며 담배꽁초를 하수구에 던져 넣었다. 나는 건호에게 너는 재능이 있어. 계속 해보지 그래? 하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일단 안 하는 거예요. 나중에 하고 싶으면 다시 하는 거죠. 녹음장비 하나도 안 팔았어요. 포항에도 가져가려고요.”

“어. 그래.”

결심이 생각보다 굳은지라 나는 설득을 멈췄다. 건호는 담배를 한 대 더 물면서 내게 그렇게 말했다.

“샘이 처음에 PC방에서 텐타시온 노래 들려주셨잖아요. 그때 텐타시온에 대해서 찾아봤어요. 밤새도록. 어떤 집에서 태어났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요.”

그러고 보니 텐타시온도 아버지 손을 떠나 어머니에게서 자랐다. 건호랑 텐타시온이 어느 정도 닮은 면도 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LOOK AT ME!’ 그건 아직도 못 들어요. 너무 찡해요. 어릴 때 쓰던 일기 꺼내 읽는 기분이거든요. 얘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녹음하면서 어땠을지 그런 게 너무 느껴지니까. 울기도 하고요. 그런 게 있었죠.”

건호는 부끄러운지 그렇게 말을 끝맺었다. 잘 가라. 나는 그렇게 말하며 건호의 짐을 옮기는 걸 도와주었다. 짐을 옮기고 나니 벌써 오전 10시가 다 되었다. 나는 집으로 가서 곧장 쓰러졌다. 건호고 뭐고 너무 피곤해서 아무런 생각도 안 났다.

그날 꿈에서 건호가 나왔다. 건호는 텐타시온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 저 어때요? 건호가 내게 물었고 나는 멋지다고 대답했다. 그 다음 건호가 어떻게 말했는지는 기억이 확실히 안 났다. 정신을 차려 보니 침대 매트리스 위였다. 하지만 그때 건호의 표정이 매우 편안했다는 것만은 확실히 기억이 났다.

건호의 어머니는 식당 일을 그만두고 요양보호사로 취직했다. 건호의 안부를 물었지만 그녀는 자기도 잘 못 듣는다면서 괜시리 내게 미안해했다. 죄송해할 필요 없는데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건호의 번호가 있기는 했지만 굳이 연락하고 싶지는 않았다. 건호는 잘 자라고 있을 테니까. 건호의 SNS는 모두 지워져서 사진을 보지도 못했다. 그냥 잘 지내겠거니 하고 나는 다른 일에 집중했다.

내 사운드클라우드에 있는, 우리가 함께한 곡은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건호의 팬들이 가끔 '다니 돌아와' 하는 식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건호의 이름값 덕분에 곡의 조회 수에는 천을 뜻하는 k가 붙어 있었다. 4k. 조회 수 사천. 내가 낸 노래 중 가장 높은 조회 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운드클라우드에 알림이 떴다. 나는 알림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Dani posted a new track’. 건호가 새로운 곡을 업로드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당장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건호의 신곡을 들었다.

건호의 톤이 달라져 있었다. 그전에는 하이톤이었는데, 갑자기 육중한 로우톤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트랩이 아니라 붐뱁에 랩을 했다. 90년대 스눕 독이 생각나는 지 펑크 사운드의 노래였다. 제목은 ‘DANI'. 건호는 자신의 예명으로 곡을 만든 것이었다.

나는 건호의 곡에 하트를 누르고 곡을 내 타임라인에 공유했다. 건호가 잘 지내고 있었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건호였다. 나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건호는 살짝 사투리 섞인 억양으로, 이렇게 말했다.

“샘. 같이 곡 하나 더 하죠?”

 

 

작품 등록일 : 2019-10-13
재밌슴다 단지 좀 비싼듯 하여
뭏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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