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라의 안갈 만한 쿠바 가이드
쿠바 아바나에 하루이틀쯤 들러서 시가도 사고 럼주도 늘어지게 마셨다. 이 곳에는 세가지 좋은 점과 무수한 나쁜 점이 있으니 나열해보겠다. 

요약컨대 심약한 사람은 특히 가서는 안 될 나라이다. 음악과 바다와 럼주에 환장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갈 필요가 없다.

좋은 점 첫째: 동네 강아지마저 악기연주를 잘 한다.

좋은 점 둘째: 술이 맛있는데 싸다. 신선한 사탕수수를 갓 짜낸 즙에 럼주를 섞어 천상의 칵테일을 만드는데 만원도 채 하지 않는다. 200년 전에 만들어진 Floridita 바에서는 환상적인 다이키리를 만든다. 너무 맛이 좋아서 헤밍웨이씨도 단골로 왔다고 한다. 죽어서도 바에서 술을 드시라며 고주망태 느낌의 동상도 만들어두었는데, 이렇게 동상 정도는 세워져야 ‘아 내가 이집 단골이구나’ 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동상이 없으면 나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가도 한국에서는 4,5만원씩 하는 고품질의 트리니다드나 파르타가스 시가를 7천원에 즐길 수 있다. 파르타가스 시가 공장에 가서 노동자의 주머니에 미화 10달러만 뇌물로 꽂아 주면, 3년간 숙성한 깊은 향의 고품질 시가를 그 자리에서 신문지에 둘둘 말아 건네 준다.










좋은 점 셋째: 바다 색이 마치 형광 밀키스와 캔디바가 시험관 아기를 가져서 낳은 새파란 블루 파랑 청색 어쩌고 하려다가 도무지 형언을 포기했다. 윈도98 배경화면 속으로 뛰어든 기분이 든다.








이로써 장점은 끝이다.

안정된 치안을 장점으로 꼽는 사람도 많은데, 이 정도로는 한국을 멀리 벗어날 이유가 없다. 당신이 천명당 한명꼴로 총에 맞아 죽는 엘살바도르 출신이 아니라면 이는 장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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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0: 쿠바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무엇이 맛있는 음식인지는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정부에서 그 달의 식재료 배급을 어떻게 해 주느냐에 따라 식당 음식의 질이 오락가락 한다.

 가령 내가 머문 5성급의 대형 리조트에서는 아침마다 뷔페 식장에 신선한 달걀, 고기 요리, 생선 튀김, 팬케익 등을 차려놓았는데, 팬케익은 모형을 준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반죽이 너무 묽어서인 듯 하여, 한창 팬케익을 굽고 있던 요리사에게 슬쩍 말을 걸어보았다.

“굿모닝! 팬케익 가루가 부족한가봐요?”

“(어깨를 으쓱 하며 눈알을 굴려 천장으로 치켜뜬다. 입꼬리는 한 쪽으로 한껏 염세적으로 찢는다.) 그래도 지난달보다는 나아요. 그 때는 달걀이 없었소.”


첫째: 더워서 정신이 녹아버리고 머리가 잘 안돌아간다. 뭐 이곳 사람들은 여유가 넘쳐? 그것은 사실 너무 더워서 멍하니 있다가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가끔 빠릿한 사람들이 있는데,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 있어서 정신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둘째: 더럽다. 양치 후 수돗물로 입을 헹구는 것도 조심스러울 지경이다. 길가에는 개똥이 가득해서 얼굴을 찡그리고 싶은데, 개똥 바로 옆에 쿠바인들이 맨땅에 앉아 눈을 꿈뻑거리고 있기 때문이 표정 관리를 잘 하고 다녀야 한다. 

또한 골목을 걷다보면 갑자기 닫힌문이 휙 열리는데 그 때를 조심해야 한다. 집주인이 다먹은 닭뼈를 문밖으로 던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이지만 가장 중요한 단점은 쿠바 동무들이 생양아치라는 점이다. 음악인과 상인도 돈을 뜯고, 호텔 리조트 직원도 뜯고, 정부부처에서도 관광객의 돈을 뜯는다. 공산주의가 좋은 이유는 민주주의자들로부터 뜯어낸 돈을 기분좋게 나누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한 티비 채널에서 잘생김을 연기하는 못생긴 자가 여행 프로에 출연한 것이 유명세를 탔다. 그는 쿠바를 소개하며 한껏 느끼한 목소리로 “동전 굴러가는 소리에도... 춤추는 도시가... 있다 했다..” 라고 했는데, 이 남성배우 류 모 씨도 쿠바 정부로부터 뒷돈을 받고 한국인들을 꼬드기기 위해 저 따위 대사를 읊었음이 분명하다.

어디에나 음악은 넘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도 고품질의 음악이 있다. 쿠바는 신생아가 출생했을 때 음악에 소질이 없으면 미리 죽이는지도 모른다. 동네 골목의 개조차 밥 말리가 죽어서 현신했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나 퍼커션을 하는 것 같은데도 박자가 완벽하다. 길에서 어제까지 구걸하며 연명했을 것 같은 미이라 관상의 할배도 색소폰과 플룻을 번갈아가며 기가 막히게 연주를 한다.







유럽의 도시들이 나오는 영화나 티비를 보면 거리 악사들의 멋진 모습에 다들 환상을 품다가, 실제로 가보면 수전증 걸린 거렁뱅이들이 바이올린을 깽깽거리고 우리는 머리가 아프고 이게 유럽인가싶고 그런 경험을 다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쿠바는 다르다. 가장 좁은 골목길의 가장 작은 바에서도 검은 청년이 색소폰을 기막히게 불고, 그 음악에 맞춰 비욘세 도플갱어가 레게머리를 한 채 구성지게 노래를 하는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나와 너도 나도 길고양이도 소름이 쫙쫙 끼친다.

다만 노래를 부른 후에 항상 팁을 받으러 온다. 라니스터는 언제나 빚을 갚고, 쿠바인들은 언제나 돈을 뜯는다. 얼마나 짱짱하게 뜯냐 하면 명동 사채업자들이 다들 여기서 스킬을 배워갔음이 분명하다. 팁을 1달러라도 받을때까지 테이블 앞에 버티고 서서 눈을 크게 치켜뜨고 음악인들은 배가 고프다며 협박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내 부모보다도 좋은 신발, 안경, 시계를 걸치고 있다.

그렇게 상납을 하고 마저 밥을 먹고 있으면, 십 분쯤 후에 다른 이동식 밴드가 와서 또 기막힌 연주를 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시 돈을 뜯으러 테이블로 온다. 고양이의 눈빛으로 저 아까 돈 냈다고 해 봤지만 소용 없었다. 그 음치놈들은 우리 밴드가 아니었다고, 너는 방금 더 좋은 음악을 들었으니 팁을 다시 내라고 한다.


또한 대형 레스토랑이든 아이스크림 가게든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거스름돈을 ‘실수로 잘못’ 준다. 신비롭게도 항상 5천원 정도 자기네들이 더 가져간다.

계산이 틀리지 않았느냐 물으면, 실수한척 웁스 쏘리 하고는 어깨을 으쓱이며 그제서야 돈을 마저 준다. 그렇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돈을 세느라 하루가 저물어버린다.

그래도 럼주든 다이키리든 모히또든 쿠반리브레든 너무 맛있어서 참아진다. 아니 사실은 경찰이 온 도시에 깔려있는데 무서워서 잘 참아진다. 표정이 하나같이 험악해서 도베르만 사냥개들같다. 몸매도 도배르만처럼 잘 빠져서 감상할만하다.

특히 여경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섹시하다. 혁명 동지들이 얼굴과 몸매만 보고 여경을 뽑는것이 확실하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쿠바에서 제복들 사진을 찍었다간 감옥에 가게 된다. 하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다가는 할리우드에서 이동네 모든 여경에게 백억의 연봉을 제시하며 데려갈 것이고, 쿠바 당국은 그것을 우려하는 것이 분명하다.













쿠바에 관한 코멘트를 현지에서 인터넷에 올리기는 정말 힘들다. 그 곳에서는 인터넷을 한 번에 1시간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이버 욕도 후딱 해야된다. 

먼저 각자의 초능력으로 판매처를 알아낸 후에, 삼천원을 주고 종이 쿠폰을 사면 인터넷을 한 시간동안 쓸 수 있다. 종이 쿠폰은 싸구려 연금 복권처럼 생겼는데, 뒷면에 보이는 12자리 ID와 은박으로 가려진 12자리 비밀번호를 동전으로 긁어서 와이파이에 입력하면 된다.

 첫 번째 난관은 이 은박이 너무 잘 붙어 있는데다 종이의 질이 안 좋아서, 동전으로 은박과 함께 비밀번호까지 몽땅 벗겨내 버릴 확률이 90퍼센트쯤 된다는 것이다.
두 시간 쯤 가내수공업을 하듯이 동전을 들고 쿠폰과 씨름을 하고 나면 비로소 정확한 크기의 힘과 각도로 은박만 깔끔하게 벗겨낼 수 있게 된다.





쿠폰의 앞면에는 싸구려 요가복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원기옥을 모으며 명상을 하는 모습이 프린트되어 있다. 뒷 면의 12자리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일이 너무 힘드니까 중간 중간 앞면을 보면서 심호흡을 하라는 쿠바 정부의 배려다.






두 번째 난관은 멀쩡한 쿠폰이 있어도 막상 인터넷에 접속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쿠바 정부는 2018년에 들어서야 3G 인터넷망을 설치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도시 전역에 있는 와이파이 공유기 숫자가 아직은 매우 적다.


어디에 와이파이 공유기가 있는지 알아내는 일도 당신의 몫이다.
이번에도 각자의 초능력을 써 가며 도로를 열심히 헤집고 다니다 보면, 밑도 끝도 없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있는 곳이 있다. 

공원 벤치 두어 개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거나, 길에서 자고 있는 개 주변에 쓸데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그 개를 관찰하는 듯 보이거나, 호텔 건물 주변을 수백 명이 빈틈없이 둘러싸고 앉아 있어서 오늘 갑자기 이 호텔에서 대량 해고를 한 것 같거나, 쿠바 국기 근처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는데 도무지 애국심 때문에 모인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면, 그 곳이 바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자리다.

물론 한두 대의 공유기에 접속하기에는 너무 많은 도전자가 있기 때문에, 기본 구글 홈페이지를 전화기에 전송받아 띄우는 데에만 40분 정도가 소요되며, 그나마도 툭 하면 아래와 같이 '접속 비정상' 경고창이 뜨기 일쑤이니 그냥 포기할 것을 강력 추천한다.




작품 등록일 : 2019-08-15

▶ 별로라의 갈만한 피렌체 가이드

10년전에 쿠바 여행했었는데 글읽으니 재밌닼ㅋㅋㅋㅋㅋㅋㅋㅋ
Su**********   
아니말투가 넘웃굨ㅎㅋㅎㅎㅋㅋㅎㅋㅋ
bl********   
덕분에 가기 싫어졌다. ㅎㅎ
아침 잠이 많은 K   
너무너무너무 재밌는 여행기다
도쿄물낙지   
와 절대 가고 싶지가 않다 ㅠ
근데 여경 충격적으로 아름답네... ㅋㅋ
원하는대로 바라는대로   
여경 막짤 죽인다. 수천억 들인 헐리우드 영화 한 장면 캡처한 줄
AM   
글 몇페이지를 읽었는데 여경밖에 기억이 안나네
Ahorita   
첫번째 사진말야 맥주 병째넣은거야? ㅇㅁㅇ 멋진대 내스탈. 밀키스 바다사진 넘나 예쁜거 여경언니도 넘 섹시
h****   
여경 너무 모델이다
푸드덕   
치안 좋은것도 외국인 관광객 한정인거 같았음 관광객 건들면 돈줄마른다고 쥐도새도 모르게 정부에 끌려간다는 말이...같이 놀던 현지인들 집단폭행당하고 지갑뺏기는거 눈앞에서 보고옴ㅠㅠ
쿠바는 정말 아름답지만 누가 물어보면 절대 가지말라고 말합니다
효율충   
별로라언니 손이 멋지군
야무진 힘이 느껴진다
Nectar   
쿠바 여경들 진짜 너무나 아름답네..
lu*********   
사진들이 기가 막히네
특히 바다 보니까 장문의 단점을 봤는데도 혹할지경...아름답다ㅠㅠ
끼얏호우   
바다랑 여경사진 보니까 가고 싶어져
hr****   
로라 언니 내가 이글을 일케 공챠로 봐도될일인가 싶네요
룰루랄러   
담배 든 경찰언니 너무 섹시해
jupiter   
바다 사진=급성 쿠바뽕->단점이 너무 치명적이어서 쿠바뽕 소멸->글이 너무 웃겨서 쿠바뽕 리필
쿠바 가고 싶다...
582   
여경 사진 존나 섹시해
Oo123   
다시 읽으니까 영어 번역문 같음. 여기 쓴 글이 전부 영어식 표현임. 별로라의 글을 처음 읽는 영어 숙련자들은 모두 같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영어 관련 일을 하시나봐요?
관리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 또 읽으러 왔슴다
Ely   
별로라 언니 글을 정말 맛깔나게 쓰네 ㅋㅋㅋㅋㅋ 매력적이다
소소   
ㅋㅋ별로라 천재
토피넛라떼   
경찰언니 망사스타킹 ㅗㅜㅑ..
pr*****   
글잘쓴다
노무재밌노
특히 글보다 사진 잘찍네
여경사진 포즈 죽인다
ps*****   
당신 천재지
no****   
경찰 섹시해봐야 뭐...했는데 후덜덜...
뜨끈한 맥주   
너무 재밌어
밍밍   
아메리카 대륙의 인도같은 나라라더니 ㅋㅋㅋㅋ
id*******   
너무 예쁘다 쿠바 여경언니들

내 남친 가족도 갔다왔는데 걔네는 아예 아바나 안가고 카요코코? 라는데 있는 리조트에서만 놀다가 온다고 하더라고
구르는중   
언니 감옥 간다면서 사진 왤케 많이 찍었어ㅋㅋㅋ
Onestep closer   
이거보니까 더 가고싶어져따ㅎ
옴냠냠   
어떡하지? 게시판에서 텍스트로 읽었을 땐 아 쿠바 가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사진 들어간 버전으로 다시 읽으니까 좀 가고 싶은 기분 들어. 후우... 바다 색깔 아름답다. 그리고 망사스타킹 신은 경찰 우와 동아시아에서는 불가능한 광경 아니냐ㅋㅋㅋ문화충격.

가기 싫은데 가고 싶어지고 가기 싫어지다가 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여행기. ㅋㅋㅋ
보패   
여경언냐 존멋존섹 글도 넘 재밌고 유익
ng*****   
개잼 ㅋㅋㅋㅋㅋㅋ
컵피   
조은글
mf******   
Floridita 다이키리 참 맛있는데.. 쿠바 나오면서 10년인가 숙성시킨 럼 사서 그걸로 집에서 신선한 라임이랑 다이키리 만들어먹으면 더 맛나요ㅠㅠㅠㅠㅠ
도쿄쿄   
필력ㅋㅋㅋㅋㅋㅋ진짜 윗댓 언니처럼 가고싶은데 안가고 싶네ㅋㅋㅋ
과메기   
잘 봤엉. 잼난다
이젠 보석으로 보이지 않아도   
글 엄청 재밌네 ㅋㅋ 쿠바 어떤분위기인지 뚝딱
cy********   
"그렇게 상납을 하고 마저 밥을 먹고 있으면, 십 분쯤 후에 다른 이동식 밴드가 와서 또 기막힌 연주를 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시 돈을 뜯으러 테이블로 온다. 고양이의 눈빛으로 저 아까 돈 냈다고 해 봤지만 소용 없었다. 그 음치놈들은 우리 밴드가 아니었다고, 너는 방금 더 좋은 음악을 들었으니 팁을 다시 내라고 한다." <-- 이거 마누라가 멕시코에서 겪었던 얘기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음. 멕시코도 딱 이렇다고 함.
관리자   
와 경찰언니 이쁘다
tl***   
쿠바 관심도 없지만 넘 재밌어서 돈드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가 보고 싶은데 또 가기 싫게 써 놨네 ㅋㅋㅋㅋㅋ 재능있다
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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