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하자, 원하는 장면만 남을 때까지

 

정신을 차려보니 nn살의 한 가운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이때싶 삶을 돌이켜본다



어느순간 삶의 곳곳이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거 분명 내 인생인데.
내가 원치않는 것들로 인생이 가득차버려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르겠는 거대한 무력감을 느낀다.

 


이 인생의 주체는 나인데, 분명 이거 내 껀데.
들여다보면 마음속 한 구석에 설명하기 힘든 찝찝함이 남아있다.


그 찝찝함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런 삶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이렇게 살고 있다. 원하지도 않는 것들에 둘러 쌓여 아주 평범하게 추락하는 삶을.


살면서 이런 기분이 한 번이라도 들었던 적 있다면 그 즉시 당신은 벌떡 일어나 일 하나를 해야 한다.


잘라내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이든, 수년간 지긋지긋하게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생각이든, 도움 되지 않는 습관이든, 사다 놓고 내내 못 버리던 물건이든, 친구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든, 내 비위를 거스르는 것ㅡ,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ㅡ, 내 심기에 거슬리는 것이 나타날 때마다 그 즉시 당신은 머릿속으로 커다란 절삭가위 하나를 떠올린다. 전기톱도 좋다. (하여튼간에 ㅈㄴ흉악스럽고 흉물스러운 흉기일수록 더더욱 좋다.)


그러곤 무참히 잘라낸다.
싹ㅡ둑.
모가지를 쳐낸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그 자리에서 즉시 도륙을 낸다.

 

 

그것이 내 인생에 다시는 기웃거릴 일말의 여지조차 남기지 못하도록 처참하게, 피 튀기게,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라지도록 그 자리에서 즉시 대형 가위를 꺼내 잘근잘근 '조사 버리는' 것이다. 다시는 내 인생에 얼굴 들이밀 생각조차 못하도록 칼로 베일 듯 단호하게 싹둑, 잘라내 버리는 것이다.


처음엔 어려울 수 있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게 가능해? 원리가 뭐임? 근데 그거 없이 살 수 있을까? 그동안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마음 속으로 잘라낸다고 그게 정말 내 인생에서 사라질까?



사라진다.
반드시 사라진다.



시간과 함께 중첩될 수록 이 편집의 효과는 더욱 강력해진다.
당신이 당장 그 자리에서 자르고, 자르고, 또 잘라내고 계속해서 잘라낸 장면이 늘어난 만큼 이 힘은 더욱 더 강력해져 훗날 당신 인생엔 결국 당신이 원하는 것만 남게 된다. 그것이 바로 편집이 갖는 힘이다.



편집 되기 이전의 영상물을 본 적 있는가?
중구난방 난해한 장면들이 정신 사납게 연결되어 대체 이딴 걸 누가 보나 싶은 처참한 수준의 영상물을.

봉준호가 찍던 왕가위가 찍던 이스트우드 할바시가 찍던 좆도 상관 없이 편집 전 영상물의 꼬라지는 참으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감독이 필요 없는 장면을 잘라내기로 마음먹은 순간, 편집의 마법이 시작된다.


병신같던 삼류 영상물이 내 맘에 쏙 드는 예술품으로 변한다.
하나밖에 없는, 온전히 나만의, 나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좋아서 미칠 것 같은, 봤는데 또 보고 싶은 애착의 대상이 된다.


당신 인생도 마찬가지다.
당신 인생이 그렇게 중구난방 조잡한 장면들로 가득 차게 된 것은 당신이 제때 잘라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아이브 뮤직비디오 속 장원영이 되고 싶으면 그런 장면만 남을 때까지 편집해버리면 된다.
당신이 타란티노 스타일의 살육극을 원하면 당신이 노란 옷 입고 칼로 모가지 썰고다니는 장면만 남을 때까지 편집하면 되고, 리틀포레스트같은 아기자기 인생을 원하면 시골집에서 배추전 부치는 장면만 남기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면 마지막 기억엔 결국 당신은 배추전 부치면서 모가지 썰고 다니는 장원영으로 남는다. 

 

 

 

당신 인생의 처음이 어떠했던, 중간에 뭔 지랄을 하며 살았던 결국 당신 인생 최종장 마지막 장면엔 아, 나.. 배추전 부치던 장원영이었어. 그리고 난 그 삶이 참 좋았어, 그렇게 기억하게 된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후회없이 삶을 마치게 된다. 이 모든것은 당신이 당신 심기에 거슬리는 걸 그 즉시 삭제, 통편집 시켜버림으로써 가능해진다.



이 과정 속에서 당신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는다.
그 장면을 남길것인지 말 것인지는 오직 당신만이 결정한다.




카메라를 든다. 당신은 이제 멋대로 편집당하고 연출당하던 일개 출연자ㅡ당신 배역은 아마 주연도 되지 못하는 엑스트라였을 수도 있다ㅡ의 입장에서 벗어나 스스로 카메라를 들기로 한다. 이젠 그 자리에서 즉시 스스로를 감독으로 격상시킨다. 지긋지긋해졌으니까. 더 이상 원하지도 않는 장면에 한 평생 시달리면서 살기엔 남은 인생 계산해보니 수지타산 안맞고 뭣보다 좆같애서 못해먹겠으니까.



누군가에 의해 대상화되어 평생토록 @@##해야한다는 출연계약서를 쓰고 의무를 이행하던, 지긋지긋한 피사체의 삶을 우리는 이제 여기서 그만 끝내기로 한다.
이제 타의에 의해 강요되던 지긋지긋한 것들 단 한점도 남기지 않고 지워내기로 한다.



원치 않는 장면들, 모조리 인생 밖으로 밀어낸다. 온 몸 던져 어깨로 등으로 팔로 다리로 존나게 밀어내기로 한다. 이걸로도 안꺼지면 눈 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칼 들고 시퍼렇게 눈뜨고 쫓아간다. 이것도 안되면 대왕 크레인을 들여와서라도 어떻게든 들어끄집어내다버린다. 종양 덩어리같은 그것들 생살찢어 도려내더라도 반드시 내 인생 밖으로 배출시켜버린다. 이제 꾸역꾸역 더이상 짊어지고 가지 않기로 한다. 무심한 표정으로 ㅇㅇ이제 질렸으니까 꺼져, 확 마 씨발 안꺼져? 하고 서걱서걱 뎅강뎅강 잘라버린다.


내 눈앞에 보이는 화면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 어디에 조명을 키고 끌지 오직 나만이 결정하는 삶을 살기로 한다. 당신을 어떤식으로든 침해했던 것들 더 이상은 불허 하기로 한다. 그렇게 철저히 편집하고 정성스레 연출하여 내 세상엔 내 뜻대로, 내 입맛대로 존재하는 것들만 남기기로 한다.



결국 이거 하려고 여기까지 살아왔던 거다.

레디 메이드 인생 말고, 커스텀 메이드 인생 살라고

엄마 아빠가 눈코입 팔다리 붙여준 거다. 

이제 이게 아니면 인생이라고 부를 수 없는거다.

그래서 더이상 이전의 삶을 눈 뜨고 봐줄 수 없는거다.

그건 내 인생 아니고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를 이름표 없는 삼류인생이었으니까.

 

 

이제 당신은 원하는 모습의 인생을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당신은 언젠가 자연스럽게 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가지게 된다. 

 

 

왜냐면 결국 그런 것들만 남을 때까지 존나 자르고 자르고 또 잘라낼거기 때문이다. 맘에 안드는 장면 존나 잘라내기, 유치할 정도로 개초딩스럽게 내 취향 장면만 존나 남기기. 그것이 바로 편집이고, 편집의 힘이란 결국 감독 꼴리는 것만 남겨 결국 내가 원하는 것만 취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득바득 악착같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간절히 24시간을 맘졸이며 눈치보고 전전긍긍하며 보내던 과거는 전생의 이야기로 하자. 이제 그런 삶은 없다. 그냥 없다. 뒈져버렸다. 당신이 앞으로 그러기로 했으니까 이제 그런 장면들은 사라졌다. 이제 당신은 그저 몸에서 힘을 좀 빼고, 아ㅡ 인생 좆같네, 편집 좀 해볼까? 선언하면 된다. 당신이 하기로 한 편집의 힘을 믿는다. 그 편집이 데려갈 미래 속 환상적 장면들의 당연함을 반드시 믿는다. 진위여부에 상관 없이 믿어야 나한테 이득이니까 믿는다. 시발 뭔소리노? 존나 어이 없지만 믿는다. 믿음 없인 칼에 날이 서지 않는다. 그렇게 믿으면서 쓰잘데기 없는 것들, 나 귀찮게 하던거 전부 잘라낸다. 이러한 편집행위가 가져다 줄 원하는 미래의 당연함을 믿는다.



이젠 씨발 가위로도 모자라 작두를 꺼낸다. 작두 위에 필름을 올려놓고 맘에 안드는 장면들ㅡ존나 지긋지긋한 장면들, 어제 찍혔든 10살 생일파티에서 찍었던, 첫사랑 그새끼랑 첫키스를 했던 장면이든, 몇년 전 죽은 애미가 나오던, 애미를 낳은 할애미가 나오던 상관 없이 당신 맘에 안들면 아몰랑 서걱서걱 잘라낸다. 명분도, 도덕도, 다 필요없다. 평가기준은 단 하나다. 단지 당신에게 취향이 아니라는 죄, 그거 하나만으로도 그 장면은 당신 인생에 존재할 가치가 없으니 잘라버린다.


앞으로 마주치는 싫은 것들, 고통스러운 것들은 그 즉시 의식 속에서 편집하여 추방 시킨다. 당신 취향이 아닌 건 과감히 앵글 밖으로 밀어내버린다! 그딴 건 당신 의식을 차지할 가치가 없으니까 심기에 거슬리는 장면들 모조리 삭제한다! 그것이 어제 밥줬던 개고양이든 엄마이든 아빠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트럼프든 시진핑이든 무심코 마주친 길빵하던 배불뚝이 50대 아저씨든 뭐든간에ㅡ당신 입맛에 맞지 않는 개같은 것들이 포함된 장면들 전부 의식속에서, 기억속에서 모조리 소각시킨다. 

 

 

무삭제 무편집으로 좆같은것들 전부 끌어안고 마 좋은게 좋은거 아입니까!!!! 둥글게 둥글게!!! 모두 등장 시키던 삼류 잡극에 불과하던 인생, 이젠 깐깐하게 고르고 골라 당신 취향에 쏙 들어맞는 장면만 남겨서, 이세상 단 하나뿐인 명화로 만들자.



제때 그 자리에서 싹둑 편집.
이 습관이 시간과 함께 중첩될 수록 당신 삶엔 언제나 당신 취향의 아름다운 것들만 남게 된다.
두고봐라 진짜다. 안하면 손해본다.
삼전닉스 못샀으면 이거라도 한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노?

 

당신 인생 속에선 당신만이 유일한 결정권자니까. 당신 신체, 당신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모든 권력이 오직 당신에게만 있으니까. 당신 몸과 정신을 구성하는 그 모든 요소가 오직 단 한 사람, 당신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래서 세상은 당신이 '그러기로' 하면 '그런 게' 된다.


당신은 이제 타의에 의해 떠밀려 결정되어지던 삶 대신, 오직 당신만이 세계의 주인인 삶을 선택하기로 한다.


당신은 당신만의 것이다.

그리고 앞으론 그게 뭐든 간에, 당신이 그러기로 하면 이제부터 그런 것이다.

 

 

 

작품 등록일 : 2026-02-24
최종 수정일 : 2026-02-24
스크랩 만들어줘...제발 너무 명작이야
rl******   
문학관 글은 왜 스크랩이 안 되는거야
sweg   
임시저장글 오픈 기다립니다
978465   
생생하게 살아잇는 글이노
fl**********   
이거 트라우마 치료에서 똑같이 사용함
잘라내기 뿐 아니라
배우 다시써서 재촬영해 박제함
보글   
좋다
ap*******   
내가 원하는 것들로만 편집하기
yo***   
이 글은 볼 때마다 기분 조아짐
978465   
굿굿
아오이   
“ 내 취향이 아닌 죄”
썬플라워여인   
오 재밌다
wo*****   
감사
yu*****   
재미있군!
Gye   
탄산수같은 글
밍밍잉   
속시원한 글
달콤한체리   
고마워
움냥냥   
넘 좋다 잘 봤어
kk******   
흥미로운관점 !
yu******   
굿
라스푸틴   
좋은 관점 고마와
hy****   
내 인생의 편집권은 나에게
남기고 싶은 것만두자
레드향처도리   
띵글이네
존버언니   
존나 후련
wo*****   
사랑하오
ap******   
좋아 넘넘넘
li*********   
셀프 심리치료 좋다
툴툴이   
싹뚝싹뚝 조은글
로롱   
네빌고다드 글같다 내 인생에 좋은 기억만 남기는 과거를 삭제하는
bl********   
와따 속이 시원해진다 커스텀메이드로! 작지만 달러드림!
pa****   
좋아요
ch*****   
바로 이런걸 원한다
툴툴이   
좋다..
달붕   
좋아요
g2*****   
조타ㅜㅠ
초코하이뮤   
내가 이 세계의 주인인 삶을 선택하기로 한다. 내가 그러기로 하면 이제부터 그런것이다.
85**   
언니 고마워요
bb*   
그래, 편집하자 자르고 자르고 커스텀메이킹하자!!
Deep   
너무 너무 좋은글
!!******   
글 좋아요.
id****   
좋다
라라   
개좋다 언니 아멘
랑이   
오옹
자이젠   
좋네
cola   
아 너무 좋다
go*******   
소장과 동기화되고 있는 이드들 신기하다
소장 글 같아
레드향처도리   
됴아
내 인생은 나의 것
J   
네빌고다드같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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