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뭐닝
흐리다더니 짜릿하게 더웠다
오늘은 뭐할 거냐면 전기자전거 빌려서 줜나게 탈거임
서귀포 오는 이유의 90%가 이거임
푸른 바다 옆에끼고 머리카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해풍을 느끼며 페달질만 죽어라 하는 행복
여행오기 한달 전 쯤 좀 빡센 일이 있었는데 밤마다 천에 나가 자전거를 탔음
아무 생각없이 페달만 밟다보면 좀 살 거 같더라고
휙휙 뒤로 지나가는 풍경처럼 이 또한 지나갈 일
아 또 서귀포는 공원이 참 좋다.
칠십리 시공원 밤에가면 분위기가 오지고 담수풀 있는 자구리 해안공원도 마음이 평화로워짐
여기는 칠십리 시공원이랑 이어지는 작가의 산책로 부근
좆같은 예술작품들이 여기저기 있기는 한데 날씨 좋으니까 퉁치자고
돌담이랑 1도 안어울리는 소재 킹받지만 제주 사투리는 정말 재밌다
제주 이바이크 도착
사장님 영어 잘 하시고 친절함
PAS전용 대형 전기자전거 24시간 대여 5만5천원인가 그랬음 2시간씩도 빌릴 수 있고
내 자전거를 들고오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공항에서 포장해서 보내거나 배타고 오는 거 생각하면 다 넘 귀찮아서
그냥 헬멧만 들고오고 자전거는 항상 여기서 빌림
이번엔 서비스로 가방과 조명을 달아주셨다.
아 PAS전용이 뭐냐면 이거는 페달을 밟아야만 힘을 받는 방식. 이것만 자전거로 취급되고
스로틀이라고 페달질 안 해도 레버를 당겨서 출발할 수 있는 전기 자전거는 스쿠터류 원동기로 취급되어 원칙적으로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없음
(물론 다 이용함 하지만 사고가 난다거나 했을때 곤란해지겠지)
참고로 스로틀은 보험도 못 든다.
업앤다운이 반복되는 서귀포 도로들
하지만 전기의 힘이 있으면 오르막도 두렵지 않죠
오늘의 루트는 서쪽으로 서쪽으로
시계 방향으로 돌아서 산방산 찍고 근처 탄산온천에서 목욕하고 돌아올 거임
여기저기 들르면 주행거리 65km쯤 예상
저번엔 동쪽으로 표선해수욕장까지 다녀왔는데 왕복 70km까지 배터리가 버텨줬음
사장님이 60km 정도 가능할 거라 하셨는데 내가 멸치기도 하고 (체중에 따라 배터리 소모량이 다름)
무동력 구간 설정해가며 아껴 타서 킹능했던 거 같음
그래도 배터리 간당간당한 거 싫어서 이번엔 씻는 동안 배터리 충전 가능한 온천을 루트에 넣은거
천지연 폭포에서 내려와 바다로 향하는 민물
중간에 들른 조가비 박물관
관장님의 오페라 가수같은 아이라인이 예사롭지 않은 곳
푸하하
제주도는 ㄹㅇ음기랑 뭐 있는 거 같음 우울증 예술인들 촌락 생기는 거 봐도
이런 키치한 점이 재밌었음
절대 성형하지 않았음
나는 특색있는 공간에 오면 화장실을 꼭 간다. 공간의 에센스를 보여주는 곳
성수가 솟아오를 거 같은 holy한 변기
이게 모냐면 수도꼭지
개구리를 돌리면 이 동판을 따라 물이 졸졸
좌측 중간에 숨겨진 병 꼬다리가 보임. 케찹으로 반짝반짝하게 관리되는 중
조가비 박물관은 매니아의 광기가 느껴지는 공간이군요
구글 리뷰 쓰고 기념품 받아옴 안 쓸 거 같긴 하지만.. 암튼 다시 출발
옛날의 탈 것과 오늘날의 탈 것
물고기가 빵빵 공중으로 튀어오르고 낫같이 생긴 새가 활강하던 바다
사장님이 격정적으로 섹스폰 연주를 하고 있던 족발집
다정이네 김밥 한 줄 포장해간다 여기 김밥 맛있음
어제갔던 도리빨 한 번 더 입수 생선들 hi
오늘은 사람도 적고 물도 적었다. 두시간쯤 떠 있다 나와서 김밥 취식
생수통에 수돗물 받아서 머리에 한 번 뒤집어 쓰고 다시 출발
왓더헬
구름 넘나 회화적
드디어 보이는 산방산
넌 너무 이상하게 생겼어
옆에 바로 해안 있길래 잠깐 진입해봄
컬링 빗자루 같은 거 들고 배회하던 젊은이
동전찾는 건가 해서 뭐해요 물어보니까 측량 중이시라고
이거 다 용암이었겠지?
중국 음료수 병들이 굴러 다님 해류를 따라 떠내려온걸까? 줍어서 버림
holy한 빛내림
잠깐 파킹해놓고 감상
아주 깨끗하고 뷰가 끝내주는 산방사 화장실
이길로 쭉 해서 산방굴사까지 올라갈 거
참고로 여기 밤에와도 재밌다 그 미얀마처럼 불상들에 네온등 처리를 해놔서 아주 사이키델릭함
그거 알라고 수행합니다
보살님들이 올라오셔서 샤인머스켓을 보시하고 계셨다.
석불 위 굴 천장에서 약숫물이 똑똑 떨어지는데 마시면 소원인지 사랑인지가 이루어 진댔나..
사랑이 없음으로 소원을 빈다 뭐 빌었는지는 까먹음
다시 내려감
저 - 쪽이 아마 용머리 해안
부처님 뒤통수에 스위치 있다
조형적인 매표소 지붕
말없이 바다를 보고 있던 연인들
다른 커플은 근처에서 수풀을 다급히 뒤지고 있었다.
뭐 잃어버리셨냐 물으니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새를 찾는 중이라고, 찾아서 다시 올려주실 거라고.
이제 온천으로 ㄱ
탄산온천은 soso
칫솔만 딱 들고 들어갔는데 씻는 자리에 올려뒀더니 직원이 바로 버려서 쓰레기통 한 번 뒤졌고
매표소 아저씨 틱틱대고 이태리 타올 파는 할머니에게서는 고객들에 대한 적의가 느껴졌음
그리고 노천탕 애새끼들 ㅈㄴ시끄러 애 엄마는 더 시끄럽고 음캭캭캭 웃으면서 탕안에서 통화ㅈㄴ함
짜치는 보름달 모양 조명도 그렇고 인스타st포토스팟도 그렇고
온천이라기보다 관광지 준워터파크 같은 느낌으로 조성해놓은 느낌
잠수하면 얼굴이 따끔따끔한 탄산온천은 신기했음
아무튼 그랬고..
나와서 자전거 배터리 찾고 딱새우회 먹으러 출발
한참 달리는데 온천에서 갑자기 전화가 옴 (배터리 충전할 때 전번 적음)
노천탕 결제가 다른 항목으로 되었다고 다시 돌아와서 그것만 취소하고 재결재 해달라는데 (금액차이 없음+자기들 실수)
왜 일을 이렇게 하지 싶어서 못 간다고 하고 다시 달렸음
전반적으로 직원들이 긴장도가 높은 느낌이었는데 경영이 어렵나? 사장이 괴팍한걸까?
그리고 문제가 하나 생김
서귀포 야간 라이딩 하기도 참 좋은데 그거는 달이 떠 있는 날 이야기고
이날 밤은 무지 흐려서 컴컴한 거임 여기는 뭐 가로등이 있어서 괜찮은데
이런데도 있으니까
더 큰 문제는 조명 배터리가 조루였음. 쫌 쓰니까 한 칸 남음
이 조명이 나가면 오른쪽이 절벽인 암흑의 도로를 달려야됨
있다가 공도도 타야되는데 뒤지는 거 아닌가!
시발시발거리면서 운전하다보니 교감신경 풀가동으로 어깨가 뻣뻣해짐
그리고 자전거 도로에 불법주차 ㅈㄴ 많아서 자꾸 공도로 나가야됨
게다가 중간에 갑자기 비 쏟아짐!
가려던 딱새우 식당은 전부 문 닫음!
춥고 굶주리고 지친 상태!
이 때 쫀다는 말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난코스 나올 때마다 실제로 어깨랑 가슴이 쪼그라듬
근데 쫄아있다 한가지 깨달은게 내가 보조배터리가 있단 말임 휴대폰 충전 케이블도
그러면 휴대폰을 배터리에 연결해서 -> 플래시키고 -> 핸들 거치대에 고정하면 -> 라이트 대용으로 쓸 수 있자나?
설치해보니 미약하긴 해도 무조명보단 낫길래 그때부터는 마음의 여유를 되찾음
중간에 불법주차 트럭 짐칸에 가래침 한 번 뱉긴 했음..
낮에 만난 옛날의 탈 것
서서 잔다는 말이 진짜였구만
오늘 밤은 너무 깜깜해
별도 달도 모두 숨어 버렸어
저 불은 뭐신가 해서 다가가니 스쿠버 다이버들이 조명 떤져넣고 야간 다이브 하고 있었음 대단하군
구경 좀 하다가 드디어 문 연 식당이 하나 등장하길래 땡스갓외치고 들어가 짜장면을 시켰다.
그 고생을 하고 먹었는데 맛이.. 없어..!
식당에 생글생글 웃는 얼굴의 동남아 여직원 둘과 다크서클이 짙은 한남 분이 근무 중이셨는데
동남아녀들 한국말을 아직 못하고 주문이랑 수량같은 거 자꾸 틀림
웃는 얼굴로 미안해 미안~ 하면서 한남분 터치 슬쩍슬쩍하니까 한남분 화도 못내고 내가 니네 땜에 죽겠다죽겠어,, 하면서 수습
축 무사귀환~ 그래도 좆같으니까 옷 안 입어야지
아 호텔 앞 편의점에서 월드콘 사서 들어오는데
중녀가 소리꿱꿱지르면서 전화로 싸우고 있길래 거 다 자는 시간인데 조용히 좀 하시라고 함
지랄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바로 ok하고 볼륨을 줄이시길래
낮에 해수욕장 화장실 들어갔다 본 중녀들이 기억남
세면대 앞에 두 명이 서 있었는데 뭔가 내 눈치를 보다가
소변10초만에 보고 나오니까 궁댕이 내놓고 샤워를 하고 있는 거임
그러면서 왤케 빨리 나왔지! 라는 낌새로 당황하길래
중국 관광객들의 문화의식이 상승했다는 생각을 했음
옛날엔 눈치도 안봣던 거 같은데 관광역사가 길어지니 자의식들이 생겼어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한국인 안 나오는 채널 찾아서 좀 보다가 띵상하고 잠
모닝~
믹스커피 한 잔 타서 옥상으로 간다.
출입금지라고 적혀있는데 열려있으니 메시지를 유연하게 해석하기로
이제 짐 싸놓고 자전거 반납하고 서울 가야됨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자구리 해안공원 가서 산책할거임
해안공원의 담수풀
예쁜 치마 입은 아가씨가 바다 쪽을 보며 걷고있었고
잠시 후 연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이빙 복을 입고 물 속에서 쑥 솟아 올랐다. 데이트 하러 올라온 어인 같았음
스쿼트 중인 노인장께 응원 좀 보내고
이중섭 미술관 근처 산책 좀 하다가
선생한테 인사 한 번 올리고
자전거 반납
가느다란 풀때기를 한번 쓰다듬어 보고
오메기떡 한팩 사서 (현금으로 내니까 게시라고 덤 하나 주심)
공항으로 출발
풍력발전기 ㅈㄴ멋있음 에반게리온 사도같이 생김
중간에 저런 개복치 붕어빵 같이 생긴 섬을 지나던데 뭔 섬인지?
동네 도착하니 일상적인 풍경도 여행의 연장처럼 느껴짐
혼자 여행하는 거 엄청 오랜만인데 환기가 한번 싹 되는게 좋구만..
별거 없는 서귀포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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