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ody knows...

Cliffs of Moher, Galway, Ireland
모허 절벽(Cliffs of Moher)에 갔을 때,
약간의 고소공포증과 더불어 경고판을 무시하지 못한 난 이 벽을 넘지 못했지만
같이 갔던 친구는 저 벽 뒤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내가 보지 못한 풍경을 보았고 너무 좋았다고 했다.
1.
시골(Clifden)생활을 시작한 첫 날,
지낼 곳과 할 일을 알아봐줬던 이브가 나에게 말했다.
다른 이를 믿거나 의지하면 안 된다고, 특히 남자는 더더욱!
믿고 의지할 대상은 오로지 자기 자신 만이어야 한다고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는 말했다.
"Trust me, I've been there"
그녀의 말에 어느정도 공감을 했다.
다른이를 믿거나 의지하는 순간 불확실성이 생기고
언제 나를 실망시킬까 조마조마해 하는 모험을 하는 셈일 수도 있으니까.
2.
세상과 단절된 외국의 시골 생활은 쉽지 않았다. 몇개월이 넘어가자 너무 외로웠다.
베프의 엽서와 당시 썸남이었던 S의 아주 가끔 이어지는 연락이 나에겐 너무 소중했다.
S는 너무 힘들면 자기가 나를 도와 줄 수 있으니 크리프든 생활을 끝내라고 했다.
'뭘 어떻게 도와주겠다는거지?'
3.
너무 불안하고 외로웠다.
비자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내 머리속은 폭발 직전이었다.
비자를 어떻게든 연장하고 이 생활을 지속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4.
크리프든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비자 만료 마지막날에 맞춰서 한국행 귀국 티켓을 예약했다.
그리고 S에게 한국으로 돌아가기전에 마지막으로 만나자고 연락하며
로니스캇에 가고 싶다고, 트리오 공연이 좋겠다고 했더니 티켓을 예매해주었다.
걱정어린 목소리로 나를 도와주겠다는 말보다 결재가 끝난 공연 티켓이 더 좋았다.
5.
결과가 어찌 되든 뭐라도 해야했기에
가보지 못해 항상 궁금해하고 끙끙대기 보단 마음가는대로 내 한계를 넘어보기로 했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모허절벽에 놀러갔을 때가 떠올랐다.
내가 결국 넘지 못했던 그 벽 너머의 사람들이 사실은 부러웠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