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고양이 장마 수난기

더운 나라로 장기 출장을 다녀온 이후 어느 날이었다.

한국도 기나긴 장마가 시작되었는데,

내 사랑 20살 할배고양이가 계속 숨기 시작했다. 

 

사람이 찾을 수 없는 공간에 들어가 숨어버렸다.

밥도 먹지 않고, 갑자기 설사도 했다. 문제 없이 잘 먹던 사료와 간식이었는데.

 

그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하며 지켜보기만 했는데

3일 이상 사료도 물도 마시지 않았다.

 

몸도 움츠리고, 경계하고, 경련도 조금씩 있고,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는게 정말 속상했다. 

내가 늦잠 자면 침대로 와서 짜증섞인 목소리로 냐양! 했었는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컨디션이 좀 좋은 날이었던지 침대로 와 자기 꼬리를 내 팔에 둘러놓고 뒤돌아 앉아 있는 어르신.

사랑해.

 




장마 시작 전의 정원은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좋은 날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기회라고도 할 수 있을까. 

정원에 가서 풀뜯어 먹던 할배가 2층에만 숨어있고, 밖은 커녕 1층으로도 잘 내려가지 않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속상한 일이다.





맛있는 간식과 습식사료로 유혹해도 입도 대지 않았던 날들이었는데,

내가 너무 걱정해서였을까. 아침에 눈을 뜨니 침대로 와 내 곁에 앉아 있더라. 




정말 꽁꽁 숨어버려서 어디에 있는지 알수도 없었는데,

이 날은 자기가 어디 숨는지 알려주더라. 

고양이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어찌나 완벽하게 숨어버리던지... 장마야 이제 오지 마라.

 




숨으러 들어가는 저 궁딩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숨는 모습 보여주니까 웃음이 나더라. 



장마가 끝나고 눅눅한 공기가 사라지자, 우리 할배냥이도 숨지 않고 나와서 자기 시작했다.

어찌가 반갑고 고맙고 행복하던지. 

 

할배냥의 최애인간인 엄마 침대에서 자고 있던 모습. 

숨지말고 다리 쭉 뻗고 자. 



드디어 밖에도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식욕도 돌아오고, 밖으로 산책도 나간다. 

 

장마가, 습도 높은 환경이 고양이에게 얼마나 최악의 환경인지 알게된 이번 여름!

 

할배냥, 컨디션 회복해서 정말 고마워. 사랑해.

 

 


우리 할배냥 15살 정도 됐을 때 사진도 보고 가. 

막걸리 모델이다.






온 세상 털뭉치들, 건강하고 행복하길.

 

 

 

작품 등록일 : 2023-07-22
어르신 강녕하셔요
나야   
발이 인형발 같다. 할부지~~~건강해 늘거도 귀엽당
Yuna   
할배 20살이라는거 안믿길만큼 건강하고 이쁘다 ㅠㅠㅠㅠ 할배야 행복하렴
me******   
털뭉치 친구들 사랑해 아푸지말자~
고상한 척   
할배 사랑해요!
뭉끼   
오렌지 할아부지 건강하세요!!
na******   
피힝. 장마야 물러가랏!
머릿속 에덴동산   
할배 오래사이소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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