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전공한 미술작가의 작품: 이우환

 

10년 전에 갔던 일본 나오시마 섬에서 이우환 작품을 처음 봤다. 

Lee Ufan 이라고 쓰여진 미술관 입구를 보며 중국 작가인가 보다 했었다. 

엄청 더운 여름이라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을 흘리며 야외에 설치된 작품을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이 작가는 돌, 철판을 사용한다. 회색 콘크리트 건물을 배경으로 큰 돌 하나 툭, 그 옆에 철판 또는 철 기둥 같은게 놓인 작품을 빙글빙글 돌며 감상했다. 

 

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10년 전엔 그냥 기묘한 기분. 그거 하나만 느끼고 기억했던 것 같다. 

 





 

최근에 부산시립미술관을 갔다가 이우환 공간이 따로 별관으로 있는 걸 보고 놀랬다. 

어, 나오시마에서 봤던 작품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한 사람 같은데. 한국사람이었구나하고 생각했다. 

 

별관에 들어서니 마침 도슨트 투어가 시작되서 설명을 들으며 따라다녔다. 

내가 나오시마에 봤던 돌이랑 철판으로 만든 작품만 있는 게 아니라 경쾌한 기분을 주는 그림 작품도 있었다. 

도슨트가 설명하길 이우환 작가는 일본에서 철학을 전공한 철학가라고 했다. 그림과 설치미술을 통해서 그가 철학을 보여준다고 느껴졌다. 

현재 나이는 85세 정도이신데 세월이 흐르며 작가의 생각과 철학, 삶의 깨달음이 달라지며 작품도 변해가는게 신기했다. 재밌기도 하고.

 

내가 얕게 이해하기론 '돌, 철판'을 통해 자연과 산업사회, 인간과의 소통을 생각하게 하고, '선'을 그린 작품을 통해 생성과 소멸을, '점'을 통해 고요와 여백의 에너지를 전하고자 한 것 같다. 

 

그 누구에게는 정말 개똥철학 시부리네 할 수 있는 작품들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울림이 있었다.

 

오늘 읽은 '양의의 예술'이라는 이우환 작가와의 대화를 담은 책 내용도 기록해둘 겸 작품도 함께 정리했다. 누군가에게도 즐거운 시간이 되길.

 

 

<이우환 미술작가와의 대화를 담은 책 '양의의 예술' 내용 발췌>

 

- 자기가 표현하려는 것을 줄이고, 주변을 잘 살피고, 주변을 잘 살리고, 주변의 목소리도 듣고, 주변에 있는 여러 가지의 제각기 존재성을 살리는 그러한 표현의 장에 서자는 것입니다. 

 

 

- 지금까지 선생님 말씀을 듣거나 혹은 선생님 글을 읽을 때, 창조나 창작한다는 단어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제시'라고 하십니다.

- 내가 창조주라는 의식이 없고, 내 작품은 늘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창조라는 것은 작가가 생각한 대로 완결을 시키는 것이지만, 내 작품은 어떤 볼거리를 제시하면서, 공간이나 장소에 따라 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창작이나 창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 자의식을 없애는 것에 대한 내용으로 읽혔다. 자아(ego)를 죽이는 것. 나를 지우고 표현하는 것.

 

=> 아래 사진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 설치됐던 작품이다. 돌은 자연을 대표하고, 철판은 산업사회를 상징하는데 이 작품을 보는 우리가 작품 속에 직접 걸어들어가면서 자연, 산업사회, 인간 간의 소통과 대화가 발생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 나누고 바깥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많은 것을 이미 내포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대로 내뿜는 것이 아니라 참고 아껴야 해요. 

 

=> 월간이드에서 머릿속이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찬 사람은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고 했던 그 말이 생각 났다. 

이우환 작가는 점이라는 그림(아래 사진)을 그리기 위해, 아침산책을 하며 생각을 비우고, 호흡을 멈춘 상태에서 천천히 점을 그려낸다. 이 작업을 일주일 후 또는 열흘 후에 똑같이 반복하여 5번 정도 작업한다고 한다. 거의 수행이다. 

 



 

 

- (여백에 대하여) 잘된 그림에는 힘이 있어서 그려진 것들 사이에 울림을 일으키기 때문에 여백이 생긴다. 그려지지 않은 부분이 여백이 아니고, 그려진 것과 공간(그려지지 않은 것), 그 전체를 포함하고 그 주변까지 포함한 것의 상호작용에 의한 바이브레이션이 여백 현상입니다. 

 

일본 다다미 방에 꽂혀있는 꽃 한 송이는 아무렇게나가 아니고 잘 꽂혔을 때에 방 안을 환하게 비추고 울림이 있습니다. 그렇게 여백이 열리고 생성되는 겁니다. 

 

 

=>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닌, 비우고 비워내서 에센스 하나만을 보여주는 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아래 점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최근 작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80대 노인의 통달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이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 들어가면 밝은 빛이 쏟아지는 듯한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끝.

 

 

 

 <이우환 작품 감상하기>

 

1. 일본 나오시마섬에 있는 이우환 미술관

https://brunch.co.kr/@melanellie/19

 

2. 한국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

https://brunch.co.kr/@b600c4264662445/5

 

 

 

작품 등록일 : 2023-01-07
눈물나
ho**********   
좋다 아주
no**   
좋다
Ashera8   
내뿜는게 아니라 참고 아껴야 한다

이 말 좋다
언니 글도 조아
더 써주세염
딸라 드림
두루미   
미술 개똥도 모르는데 이우환 관 들어가서 작품보는데 눈물이 났음
룰루랄러   
이우환 본인 작업전 일본 미술그룹 '모노하'에게 존재론 철학으로 미술을 할수있는 논리를 불어넣어줘서 이미 유명한 인물
yd*****   
작품도 좋고 언니가 받은 느낌 설명한 것도 좋다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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