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층민들의 민낯을 그대로 그린 영화 <천주정>은 총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불편한 진실 탓에 중국 내에선 2022년인 현재까지도 상영 금지 되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나오는 10대 소년 샤오후이의 에피소드가 인상에 강렬하게 남았었기에 그를 통해 중국 9위의 대도시이며 한때엔 기회의 땅이었던 동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 본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샤오후이는 10대 소년으로 의류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지 노동자입니다.
근무 도중 머리 염색한 친구의 최신형 스마트폰을 빌려 씁니다. (샤오후이의 폰은 피처폰)
서로 대화하다가 염색한 친구는 재단기에 손을 다치게 되고 ㅠㅠ
반장은 샤오후이한테 왜 작업 중에 떠들었냐면서 뭐라 합니다. 이렇게 된거 다 니새끼 때문이다, 병원비는 우리가 부담하겠지만 개인적인 보상은 네가 알아서 하고, 걔가 손 다 나을 때까지 일 못하게 된 건 니가 대신해라. 니 임금에서 깔 테니 그리 알라며 으름장을 놓자
앙 추노띠 ^오^
친구한테 혹시 마땅한 일자리 없냐고 물어봤더니 클럽 삐끼 추천서를 써주겠답니다.
샤오후이가 일하게 되는 창핑이라는 클럽은 동관시에 위치해있습니다.
광저우와 선전 사이에 낑겨있는 동관시는 원래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세계의 기업들이 몰려와 '우왕 ㅋ 저임금 ㅋ' 하면서 공장을 세웠던 곳이거든요. 그러자 수많은 농촌의 젊은이들이 일하려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올라가는 인건비와 허술한 내수시장, 경영난과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공장들은 자연스럽게 문을 닫고, 공장 노동자 중 젊은 여성들은 매춘으로 빠져들었어요. 그러면서 경제도시에서 매춘 도시로 타락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중국 대도시의 윤락가에서도 '동관식 서비스' 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코스 요리 처럼 전신 마사지->펠라치오->성교 순서로 받는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로 치면 무슨 용주골 황제 서비스 이런 건가 봅니다.
돈 많은 대만 홍콩 틀딱들이 어허음 하고 앉아 있는데
구소련 군복을 입은 키 크고 예쁜 언니들이 나타나서 경례를 하니 돈 많은 변태들의 입이 귀에 걸립니다. 저 중에 마음에 드는 언니 골라서 성매매하러 가는 시스템
웨이터로 일하는 샤오후이는 여기서 일하는 리엔룽과 썸을 탑니다. 리엔룽이 샤오후이에게 큐큐 아이디를 묻자 작은 새라고 하는데 졸귀 ㅋㅋㅋㅋㅋㅋ
불교 신자 리엔룽은 업을 씻겠다면서 주기적으로 금붕어를 사서 방생하고, 절에도 갑니다.
리엔룽이 자신의 큐큐 아이디는 물 찾는 고기라고 하네요. 10대 애들이라 그런지 귀엽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부모 보호받으면서 학교 다니고 있었을 급식들인데.
낮에 리엔룽이랑 같이 금붕어 방생하러 가는 샤오후이 ㅋㅋㅋㅋㅋ
이날 가게 컨셉은 중국 소수민족인데 헐벗었습니다.
휴무일에 택시타고 절에 가는 샤오후이와 리엔룽
으앜ㅋㅋㅋㅋㅋㅋ 라디오가 주책을 떱니다
"뫄! 좋아한다!"
절에 도착해서 합장 후 반 배를 올리고 입장
자신을 챙겨주는 샤오후이한테 마음이 가기 시작하는 리엔룽 ㅠㅠ 와 씨 저 표정봐요
비가 와서 차안으로 들어갔는데, 샤오후이가 분위기 깔고 키스를 갈깁니다!
싸나이 샤오후이가 캔토니즈로 고백을 날리면서
동관 뜨자고 하지만
리엔룽은 거절합니다. 그리고 본인한테는 세 살 된 딸도 있다고 했는데 내가 봤을때 이거 구라임. 샤오후이를 좋아하지만 끝이 안 좋을 것임을 알기에 핑계 대고 안 받아준 거자나 ㅠㅠㅠ 언니는 다 알어,,
다음날 가게에서 VVVIP 머대리 변태가 간호사 언니한테 너 가고 열차 안내원 델꾸 오라고 합니다.
이미 온갖 황홀한 서비스에 내성이 생긴 변태 머대리는 오늘 열차 안내원 역 맡은 리엔룽한테 새로 개발한 테크닉 없냐면서 투덜댑니다. 그 모습이 존나 흉합니다. 쾌락조차 다 무심해졌다는듯한 저 표정을 봐라.
그걸 보고 현타온 샤오후이는 또 추노를 하고 ㅠㅠ
대만계 기업이 세운 공장에 들어갑니다.
심란하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저 대만인 관리자 아죠시는 한가한 소리를 하네요.
그 와중에 전화해서 빨리 송금하라고 지랄하는 엄마새끼 ㅗ
샤오후이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전에 일했던 공장에서 샤오후이의 실수로 손을 다친 동료가 문신충 친구들과 함께 찾아와서 샤오후이를 담궈버리려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려고 했으나 차마 못때리겠어서 그를 노려보고 부들대다가 떠납니다.
샤오후이는 그들이 떠나자 떨어진 쇠파이프를 주워들더니
난간으로 올라가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합니다.
그래도 무심하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 돌아가는 공장.
우리가 기르는 반려동물들이 죽을 때 쓰이는 표현들은 각자 다르거든요. 댕댕이나 냥이들이 죽었으면 "무지개다리 건넜다." 금붕어가 죽으면 "용궁 갔다." 그리고 애조들이 죽으면 "낙조(落鳥) 했다."라고 합니다. 새들은 죽을 때 둥지나 횟대에서 떨어져 바닥에서 최후를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새' 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던 10대 소년 샤오후이는 자유롭게 날아본적도 없이 살다가 낙조하면서 마지막 에피소드는 끝이 납니다.
빈부격차가 심한 중국. 시진핑 주석은 반부패운동이라는 명분하에 주적들을 제거하고, 동시에 빈곤 퇴치하겠다고 큰소리를 땅땅 쳤으나
응 이게 현실이란다.
"동포들, 중화인민공화국 중앙인민정부가 오늘 수립됐소!"
마오쩌뚱이 1949년 10월 1일 천안문 광장에서 뗀 첫마디로 그는 중국인들에게 '계급 없는 평등 세상'을 약속했었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나라를 시원하게 말아먹었습니다. 그 후 중국 경제의 재건을 위해 덩샤오핑은 개혁 개방 정책을 실시했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중국은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계급 없는 평등 세상'은 오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 세상 어디에도 오지 않을 것이고 그건 너무 당연한 현실이라는 걸 잘 아는지라 화도 안 나는데요. 또한 저는 중국에서 거주할 때 몰상식한 놈들한테 이골이 나도록 시달려서 걔네가 싫지만
샤오후이의 이야기가 너무도 마음이 아픈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규 사진 올리면서 몇 번 즙짰음;
그리고 현재 COVID-19로 인해 동관에 있는 공장들은 헐값에 내놔도 안 팔리고 있으며,
중국의 영화 감독들은 저런 영화대신 중국에서만 존재하는 주선율(主旋律) 영화라는 장르의 공산당을 찬양하는, 흔히 국뽕 영화라고 하는 쓰레기 같은 영화를 죽어라 생산하는 중입니다.
마니해라~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추가: 샤오후이가 왜 자살했는지 와닿지 않는다는 댓글들이 달려서 설명드리자면
1. 부모의 돌봄없이 막 자란데다 오히려 착취까지 당하고
2. 장시간 고된 노동으로 건강 팍팍 망가져가면서 억척같이 사는데도
3. 내 인생은 나아지기는 커녕 빚만 늘어남
4. 희망은 안 보이고 좌절만 반복됨
이런 인생이면 저라도 자살했을 것 같습니다.
작가 돈주기 ![]() |
인루천옌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중국이 영화를 못만드는게 아니라 당에서 영화를 못만들게 하는 구나
|
||
초콜릿스프 | ||
글 정말 읽기 쉽게 잘쓰고 재밌다 영화 개봉 박아버리는 공산당 빨갱이 중국은 정말 클라스가 다르구나 그런데 저런 곳 아직도 중국에 존재 할 것 같다
|
||
ba**** | ||
많은 생각이 드네 ㅠㅠ 한국에도 저런 곳 있음. 평택...삼성이랑 미군부대도 평택에 있고.. 우리나라 얼마 안남은 쌈리 라는 3종 (가장 저급... 청량리같은 집창촌 생각하면 됨)이 거기 있음
|
||
vpfl | ||
중국에 몇년 간 외노자로 일하며 여기저기 다녔었는데..
도시 마다 빈부격차가 너무도 심해서 동관 같은 곳에선 실제로 아직도 비스무리 한 일이 반복 될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
||
![]() |
||
얼마전에 카인의 오만이라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사회파 추리소설을 읽었다. 거기에 중국 가난한 지방에서는 지 자식을 헐값에 팔아먹는데.. 이게 암묵적 장기 수출용이라는거.....ㅠㅠ 소설이지만 아무래도 이런 사례도 있었기에 저 작가가 소설로 썼겠지?
|
||
![]() |
||
언년 필력에 항상 감탄함
너무너무 읽기 편해 |
||
![]() |
||
샤오후이 왜 자살한겨? ㅜ
|
||
na********* | ||
ㅠㅠ
|
||
he******** | ||
꼭 봐야지
|
||
회장 | ||
헐 나 이영화봤는데 이런내용이였냐 ㅠㅠㅠ 존나 섬세하다이기...
|
||
Lulu | ||
ㅠㅠㅠ 눈물남
|
||
la* | ||
아 나 이 영화 엄청 우연히 봤는데 원오브 인생영화가 되었어 그 담담히 관조하는 시선이랑 믿겨지지 않는 현실이랑 결국엔 또 다 엮여있는 옴니버스 구성도 짜임새 너무 좋았고 두고두고 잔상이 남더라구
마지막 공장은 폭스콘 아닐까 생각했었음 |
||
nada | ||
재밌다!
|
||
ti******** | ||
나 돈줬다 글이 너모좋다
|
||
hy******* | ||
잘봤어
|
||
![]() |
||
ㅠㅠㅠ
|
||
Oo123 | ||
ㅠㅠ
|
||
ep**** | ||
샤오후이 불쌍하다
|
||
lucid | ||
와...돈쥼
더 올려줘 이런거 |
||
![]() |
||
보고싶게 만든 내용이다...
소개해줘서 고맙. |
||
el***** | ||
ㅠㅠ..
|
||
dl******* | ||
좋은 작품 멋있어 ㅠㅠ
|
||
to******* | ||
언니덕에 새로운 작품 알게되었다 고마와ㅠㅠ
|
||
![]() |
||
낙조...
|
||
선인장 | ||
좋네요
|
||
so****** | ||
헐..단숨에 읽어써..ㅠㅠ
|
||
Toffl | ||
재밌다
|
||
![]() |
||
월간이든줄 알았네
너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
||
![]() |
||
허허..예로부터 동관에는 공장 아니면 KTV (룸싸롱) 뿐이라던데.. 이런 스토리가 있었군하..
|
||
gu****** | ||
ㅠㅠ
|
||
![]() |
||
샤오후이가 자살한게 와닿지 않네 음
|
||
![]() |
||
영화관에서 봤었는데 자세한 뒷배경은 몰랐었다. 저 어린 여자애 ㅈㄴ 섹시해서 기억에 콱 남았었다.
|
||
SophieK | ||
아.. 너무 잘 읽었어..ㅜㅜ
|
||
![]() |
||
이게 이런 영화였구나 ㅜㅜ 너무 재밌게 잘 봤어..
|
||
![]() |
||
언년언니 이런것도 너무 잘쓰네
영화한번 봐야겠다 맘아프다 증말 |
||
tt*** | ||
ㅠㅠ
|
||
![]() |
||
ㅠㅠ
|
||
![]() |
||
너모 잘 썼다.
거마워 |
||
sm***** | ||
ㅠㅠ 이런 영화가 있는줄도 몰랐어
|
||
xl***** | ||
ㅜㅜ
|
||
di****** | ||
ㅠㅠ 잘읽었옹
|
||
초장 | ||
언년씨 덕분에 조은 영화 한편 본 kibun이네여
|
||
히잉이 | ||
ㅜㅜㅜㅜ
|
||
ej******** | ||
ㅠㅜ
|
||
Assal | ||
ㅠㅠ둘더 그냥 애기네
|
||
![]() |
||
ㅠㅠ 아이고
|
||
an**** | ||
ㅠㅠ
|
||
관리자 | ||
에구, 맘 아픈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아니 지금도 있었을 법한 이야기인데 중국은 그 스케일도 크네.. |
||
qw****** | ||
벌꿀오소리 |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