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찐따 언년이의 2019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외화벌이 식당.Ssul

※ 이 글은 작년 2021년 상담게시판에 썼다가 고쳐 써서 재 업로드 한 것임을 미리 알립니다.

 



혼자서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로 왔다. 인천공항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가까운 항구 도시로, 그다지 볼거리가 많지는 않으나 해산물과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개 혜자인 동네이다. 갑각류 종류가 많고 저렴해요. 이 동네나 중국 다롄이나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그냥 국내 여행 온 것 같고 그럼 ㅋㅋㅋ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 역.

 

이름부터가 '동방 정복'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원래 중국 청나라 땅이었지만 러시아랑 영토분쟁이 일어났고, 결국 1860년 '베이징 조약'을 맺으며 러시아한테 뺏겼다 ㅎ

 

항상 날씨가 흐리고 비가 자주 오는 곳이다. 아 나는 대륙성 기후가 좋은데! 이날 GPS 켜고 구글맵 보면서 빨빨대고 돌아다니다가 북한 식당에 갔다.

 

이때는 남북 관계에 문제가 없어서 그런지 친절하게 맞이해주셨음. 분위기 안 좋을 때 가면 "남조선 사람한테 복무 안 합니다!" 하면서 내쫓고 소금 뿌림.




"봉사원 동지!"

 

하고 외쳤더니 북한 여성 종업원이 놀란 눈을 하고 주문받으러 왔다. 평양냉면과 송악 소주, 감자 전을 시켰는데 싯팔 이 사진 찍자마자 배터리 뒈짖해서 냉면만 찍음 ㅠㅠ으앙

식당마다 반찬들이 현지의 영향을 받는다. 러시아 당근김치인 마르코프차도 같이 나왔다. 가위 옆에 양념장이랑 겨자 보이지? 먹기 전에 종업원이 "넣습니까?" 하고 물어본 다음 황금 비율로 섞어주신다. 막상 남한 사람들은 양념장 안 넣고 슴슴한 맛으로 먹는데.

 

공연하는 시간에 맞춰서 방문해서 북한 언니들의 연주와 가무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맨날 숨어 듣는 노래들을 라이브로 듣자 가슴이 막 웅장해지고ㅠㅠ 박수 치면서 조용히 따라 불렀더니, 종업원 언니들이 나를 보고 수근수근 이수근 거렸고 주방장도 나와서 나를 구경했다.

 

결국 궁금하셨는지 나중에 술에 취한 나를 취조하시길래

 

"저는 한국의 서울에서 왔고, 평상시에 공화국에 관심이 많아서 조선 노래를 자주 들어요. 특히 모란봉악단, 사랑합니다!"

 

라며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날렸더니 분위기가 쎄해짐. 아 맞다 북한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쓰지 않는데 내가 미쳤지. 잼민이들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어른들이 야단친다고 한다. 성관계 맺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서 그렇다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란봉악단 단원들과 섹스섹스 이지랄한거자나!!! 물론 저 북한 종업원들은 외국물 먹어서 그런갑다 좀 모자란 애구나 ㅋ 하고 이해했을 것이다.

 

밥 다 먹고 계산 하기 전에 여기 저기 돌아 다녔더니 노어로 쓰여진 김일성 자서전이나 즈그들 체제 선전용 책들이 보였다. 그 책을 가리키며 "얼마입니까? 하루에 몇권이나 팔리죠?" 하고 물어봤다가 그딴거 묻는거 아니라며 혼났는데 너무 무서워서 술이 확 깼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러시아 인민들이 훌륭하신 수령님의 생애와 주체사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제서야 언니들의 표정이 풀리며 뭐라 하셨는데 북한 방언의 알아듣기 힘듦과 쫄아있었던 탓에 못 알아 들었다. 근데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라 배터리가 다 닳아버린 내 똥폰으로 막심(러시아 우버)도 못 사용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 호텔 명함을 지갑에 넣어놓고 왔기에 봉사원 동지한테 읍소하면서

 

"택시 좀 불러주시겠어요? 주소는 여기있습니다."

 

하고 명함과 천 루블의 뇌물을 함께 찔러줬더니 냅다 수화기를 들고 유창한 노어로 택시를 부른 후 차종과 차량번호를 알려주셨다.

 

계산까지 다 마치고 조금 기다렸더니 택시가 도착했다. 차가 너무 많았고 수포자인 나는 숫자를 잘 못 읽어서 머리가 하얘졌는데 아까 택시 불러준 언니가 비를 맞으며 뛰어나와 "저 차입니다." 하고 알려주셔서 '저 때문에 비까지 맞으시고 죄송하다'라고 했다. 당연히 일 없습니다! 라고 할줄 알았으나 너무 당당하게 "네!"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벙찜 ㅋㅋㅋㅋㅋㅋㅋㅋ

 

검은색 차량에 탑승하자 맘씨좋고 영어할줄 아는 러시안 아저씨가 영어로 인사해줬다.

 

기사님은 이동하는 내내 나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셨다. 너는 남한 사람이지?부터 시작해서 여기 어떠냐, 어린애가 혼자서도 잘 돌아다니고 씩씩하다 등등 칭찬도 듣고, 아무튼 이 기사님 덕분에 블라디보스토크가 부산과 자매결연 맺은 것도 알게 되었다.

 

호텔 앞에 도착했고 택시비를 지불했더니 거스름돈 주려고 하시길래 안 받고 "다 쓰비다니야(До свидания)!" 안녕히 가시라 인사했더니 입이 귀에 걸리시며 행운을 빈다고 덕담해 주셨다.

 

4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이 기사님의 연령대를 생각해 보면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되는 체제 변혁을 겪은 세대이다. 그 후 옐친의 병크로 인해 경제와 치안이 좆창나버린 보릿고개 시대를 보내며 얼마나 절절하게 po돈wer이 뼈에 사 묻혔을지 한국 MZ세대인 나는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정말 찐으로 노답인건 북한 사회다. 사회주의 국가라지만 여기서 사는 거 자체가 비사회주의적이고, 자유시장 경제체제보다 더 썩었고, 그냥 뇌물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 법대로 살면 굶어 죽어도 금방 굶어죽는게 북한이다. 예시 한 가지를 들면 이 새끼들이 무상 치료 시스템을 표방하지만 환자들은 삥을 뜯기고 나서야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주의를 책으로 배운 사람은 신봉하고 직접 몸으로 겪은 사람들은 극혐한다던데 몸으로 겪지 않아도 그것들 사는 꼬라지를 조금만 봐도 극혐하게 되는 게 정상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의 모습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존엄성부터 사라지고 각종 규율들을 야금야금 어기면서 목소리 큰 놈 혹은 뇌물 쓰는 인간들이 동네 힘쎈 사람 돼버리잖아.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 줄 모르고 앞으로 전투력 만렙찍은 탈북민을 포함한 존나세 북한 사람들이랑 다이다이 뜰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때를 지금부터 대비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월~금 체육관에 가 근력운동이랑 스파링 등등 2시간 넘게 뛰면서 물리적인 힘과 재력을 갖춰 안 찐따로 살아야겠다.

 

식당에서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해 가지고 봉사원 동지한테 혼나다가 푼돈 좀 드렸더니 냅다 용서해 주고 비 맞으면서 배웅해 주신 거 봐라.

 

건강 만세! 돈 만세!

 

 

+ 추가로 그루지야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 사진이나 몇 장 올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송아지 샤슬릭. 석류즙으로 만든 소스를 선택했더니 고수 중간중간에 석류알 뿌려주신 거 봐봐. 예쁘다.



하차푸리. 빵 안에 치즈랑 계란 노른자, 버터만 들어있는 간단한 음식임. 사진 찍고 나니 미녀 직원분께서 비벼주셨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



차코크빌리. 보르쉬랑 비슷할 줄 알았는데 전혀 달랐다. 토마토소스랑 닭고기가 들어간 수프로 은근 얼큰하고 속이 풀리는 맛이라 싹싹 다 긁어먹었음.

 

호텔 가기 전에 주류 마트에 들려서 구매한 벨루가 보드카 스페셜 에디션.

 

"여행으로 삶이 채워지기보다는 삶이 여행 같아지기를."

 

작품 등록일 : 2022-06-04
❤️
사다나   
ㅋㅋㅋㅋㅋㅋㅋ 당당한 네!!!가 너무 웃기고 뇌리에 남네
꿀주먹   
아개재밌음
봉사원동지!
밍밍   
봉사원동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orr   
사랑한다는 말이 고렇다니 넘 재미땈ㅋㅋㅋㅋㅋ
Ashera8   
아 너무 좋다
푸드덕   
러시아글 읽으니 내가존경하고 좋아했던 러시아코치님생각난당!! 잘지내고계신지ㅎㅎ아~차코크빌리 먹어보고싶당! 보르쉬는 존맛탱이었는뎅!!
올리브   
진짜최고다 ㅋㅋㅋ
키위**   
최고다
en*****   
너무 재밌다ㅋㅋㅋ
vi*****   
오우 넘 조아 언년 굿❤️
sc****   
❤️_❤️ 넘나 잼나용ㅋㅋㅋㅋㅋ 손가락하트날려준거 넘 귀엽다 ㅋㅋㅋㅋㅋ
동물유튜브덕후   
와 북한사람들 약간 곳곳에 숨어있는 느낌이네...
우짤래미   
블라디보스톡에 가볍게 다녀오고 싶어져따
craji147   
언녀니를 통일부 특채로 !!
aj********   
앙 재밌다
gl***   
2년전 불복 여행 생각난다 ㅋㅋ 좋다 잼나유
♥♥*   
언년쓰 땜에 러시아에 가고싶당..
Toffl   
너무재밌읍니다 딸라드렸읍니다. 재미난 이야기 많이 부탁드립니다.
ju******   
이번에도 역시나 재밌고 유익하다❤️
러시아 여행 뽐뿌오네… 푸틴 시발것 러시아 언제 갈 수 있을까….
살치살 꽃살   
언년이~ 사랑해~
SophieK   
언년이 매력녀!!
Le***   
봉사원 동지!ㅋㅋㅋㅋㅋㅋ
여공작   
성능좋은찌찌   
이 글 게시판에서 잼게읽었뜸
사랑합니다(남한버전)
er****   
재밌어 하트하트
뚜비   
멋져...
  
오 블라디보스톡 진짜 가깝구나 음식도 넘 맛있어 보인다
sy*****   
멋있고 용감한 언니ㅎㅎ
게미   
좋군
PL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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