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잡담

신의 잡담 by reiha

 

 

신은 자신이 만든 모든 것을 사랑했다. 인간조차 자신이 낳은 자식을 사랑하는데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그런 인간을 만든 신이 자신의 피조물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간을 만들고 이런 저런 계명(우상을 섬기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밥 먹기 전에는 손을 씻어라, 자기 전에는 양치를 해라, 돼지고기는 절여서 햄으로 만들면 맛있다. 등등)도 내리고 한숨 돌릴 때에서야 신은 인간들에게 '이것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 는 걸 알려줘야, 이 미친 망아지처럼 날뛰는 물건들을 다스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일단 본보기로 천국과 지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지만 문제는 신이 자신이 만든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데에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흥분해서 사람을 죽인 개새끼에게 벌을 내릴 수 있겠는가? 내가 그렇게 만들었는데그의 전두엽을 허술하게 만든 건 신이었지 인간이 아니었다. 사실상 이 불쌍한 인간들에게 (본인들은 모르고 있지만) 자유의지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신은 다른 차원의 지구 하나를 더 만들어서 '지옥' 이라고 이름 붙이고, 또 비슷한 것 하나를 더 만들어서 '천국' 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옥에는 불타는 용암 어쩌고가 죄인들의 몸을 영원히 불태울 것이고, ‘천국에는 젖과 꿀이 무한정 제공되어 무노동 고임금으로 행복하게 영생을 누릴 수 있다고 대강 홍보는 해 두었지만, 사실은 그냥 세 가지의 지구가 라디오 주파수처럼 서로 만나지 못하고 따로 따로 존재하는 것뿐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구, 죄인들이 모여 있는 지구, 믿음이 강하고 선한 인간들이 모여 있는 지구.

 

신이 간과한 것은, 악인에게도 레벨 1 대량살상 폭탄테러범, 전쟁을 일으킨 정치범, 다단계 사기범 등 부터 레벨 100 화장실에서 손 닦을 때 휴지 2장 이상 쓴 인간, 분리수거할 거 일반 쓰레기에 섞어 버리는 인간 등 이 있는 것처럼, 그들을 한 데 모아 놓으니 그냥 원래의 지구와 다를 바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선한 인간들을 모아놓은 천국 편 지구에서 조차 그 선한 인간들은 적당히 나쁜 일을 하고 적당히 좋은 일을 했다.

 

한 가지 다행한 것은, 인간들은 자신이 세 가지 중 어느 곳에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작품 등록일 : 2018-12-07
와우아앙아아앙 잘 읽히고 재밌어!!!!!!
수미칩   
워씨 좋아
piza   
너무 재밌다 진짜
밍밍   
아... 좋다.
보패   
언니 글이 미치도록 좋아요
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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