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이비 이야기 올려본다 -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 I(18)
l7*** 2023-03-18
제목은 사이비페이퍼의 전통을 이었지만,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는 사실 사이비보다는 이단이다. 사이비와 이단의 차이는 어제 내가 쓴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글 댓글에 es언니 to언니가 잘 정리해주심
https://idpaper.co.kr/counsel/news/news_view.html?cnslSeq=984096&page=3&sortType=3&schType=1&schTitle=&schType=1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는 흔히 몰몬교라고 한다 몰몬교이야기는 좀 길어질거 같아서 I과 II로 나눈다 20대 중반에 서울에서 본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는 이런 세상도 있구나 정도의 산뜻한 경험에 가까웠다면 몰몬교에 대한 첫 경험은 조금 더 묵직하다 나도 어렸고 또 감정이 섞이는 바람에(이게 모든 비극의 시작이지)

30여년 전에, 시골에서 뺑뺑이로 배정된 중학교1학년 교실을 열고 들어가니 58명 중에 눈에 띄게 예쁜애가 있었다 예쁘고 아름다운거에 사족을 못쓰는 나는 한눈에 반해버렸다 이 아이에게 배운것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거 이 애의 주도로 1년간 혹독한 왕따를 당했다

빨리 2학년이 되서 반이 갈리기를 기다렸다 과연 2학년때 반이 달라졌는데 첫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눈에 확 들어오는 또다른 예쁜아이 – 예쁜 애한테 쎄게 데인 경험이 있는 나는 일부러 그애에게서 멀찍히 앉았다

그 예쁜 아이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혼혈이라서 중학교가 있던 시골비행장옆에 작은 규모의 미군공군부대가 있었는데 그 시골에서 혼혈은 거의 전부 미군과 그 주변의 술집여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애들이라 어른들이 질색하고 애들도 자연히 다 왕따

보통 키순서로 자리를 정하는데 우리 반은 난리가 났다 이 애랑 짝꿍안하려고 키 큰 애들끼리 존나 싸워서 결국 출석 부순서대로 – 성으로 가나다 내림차순 – 했는데 이걸로도 해결이 안 됨 결국 키가 큰 애들중에서 담임이 나를 찍음 야 너 저기 가서 앉아! 담임과 눈이 마추졌고 애들이 쥐죽은 듯이 고요해짐 나는 그냥 그 애 옆에 앉았다 사건 종료

불과 한달도 안되서 나는 이 애랑 지내기위해 이번에는 자발적인 왕따가 되었다 그냥 우리끼리 말하고 우리끼리 밥먹고 그랬다 고맙게도 2학년 때 반 애들은 전원 우리들을 내버려 두었다 적극적으로 괴롭히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었고 ㅈ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알고보니ㅈ의 아빠는 공군부대 미군이 아니라 몰몬교선교사로 70년대에 한국 시골에 흘러들어온 사람이었다 미국 유타주출신 몰몬교인의 특징중의 하나가 남자애들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해외선교경험을 장려한다는 것 ㅈ의 생부는 그것때문에 겨우 19살 때 한국에 2년 예정으로 선교여행을 온거다 지금도 한국포함 세계 각지에 정장바지 흰셔츠에 넥타이매고 쌍으로 다니는 젊은 청년들은 다 이런 케이스다(여자몰몬교도들도 선교할 의무가 있다는데 한국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선교사들은 모두 남자다)

ㅈ이 엄마는 미국 정통 몰몬교도인 미국남자(우리나라 몰몬교 사람들은 이런거 좋아한다 -미국출신/정통몰몬교집안출신/백인남자)와 불꽃같은 연애끝에 병원한번도 못가보고 집에서 애를 낳았다 우리나라 법률혼을 하지 않은 모양 1998년전에 어머니가 한국인인 혼혈아들은 한국국적이 안나왔다 아버지가 한국인이어야 한국여권이 나옴 결국 내 친구는 외삼촌의 호적에 올라갔다 외가에서 키워주기는 했지만 외모가 누가 봐도 한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국민학교 내내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좁은 시골에서 혼혈에 사생아로 크면서 마음고생이 많았다

중학교3학년이 되었다 우리는 반이 갈렸지만 여전히 친구였다 둘다 학교전체가 인정하는 왕따였지만 우리 둘 다 나이도 좀 먹었고 이제는 그런건 상관없게 되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가고 친구는 공부를 꽤 하는데도 집에서 상고를 보냈다 우리는 고등학교떄는 만나기 힘들었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같이 커피숍도가고 삼겹살도 먹고(식단에 관해서는 안식일교회보다 몰몬교가 제한이 덜 하지만 커피 차 술을 못먹게 하니까 늘 주스마심 고기는 핏기없이 바짝 구워먹어야 되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는 시골 집근처 대학을 가고 내 친구는 회사 다녔다 친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성경을 배워서 그 시절 그 시골 그 나이에 보기드물게 신학에 대한 깊이가 있었는데 신앙때문에 항상 괴로워했다 자기는 참기독교인은 맞는데 참몰몬교인은 못되는 거 같다고 몰몬경(교조가 쓴 책인데 성경과 같은 권위를 지님)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교주님이 쓴 몰몬경은 자기가 보기엔 성경이라기보다 성경의 해석서 같다고 하면서 괴로워하는 친구에게 그랬다 야 내가 보기엔 다 똑같아 어쨌든 난 네 편이야

그러다가 친구의 만 20세생일이 가까워지자 집에서 친구를 선보러 서울로 보냈다 지금은 만 19세인데 90년대에는 한국에서 성인이 되는 나이가 만 20세였다 이제 결혼시켜야 되는데 안그래도 인구없는 시골 몰몬교회에 마땅한 총각이 없어서(안식일 교회처럼 몰몬교도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끼리 결혼해야 되는게 중요하다 안식일교회랑 다른 점은 몰몬교는 예전에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했다는 거다 지금은 미합중국 연방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인구다수가 몰몬교도인 유타주안에서도 못하는 짓이지만 어쨌든 예전에는 그랬고 지금도 미국시골이나 나이든 사람들끼리는 와이프 여러명과 사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고 한다)

친구는 서울에 다녀오더니 변했다 시골에서 혼혈에 사생아라고 멸시받던 ㅈ은 서울의 몰몬공동체에서는 공주취급을 받았다. 정통/몰몬교/미국인/백인남자의 자식이자 누가봐도 촌티 풀풀 순결한 만19세아가씨랑 다들 결혼하고 싶어서 많은 사람들이 너무 환영해 줬다는 거다

이제 친구는 더이상 나를 만나 고전 신학 서양철학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만난 같은 신앙을 지닌 남자들이 미국몰몬교인 백인남자의 자식인 자신을 얼마나 선망하는지 서울 몰몬교 성전이 얼마나 큰지 서울에서는 기독교의 종파중의 하나로 자리잡았고(이건 좀 허풍이다) 여기 시골사람들이 미개해서 미국에서 온 정통 기독교의 교리를 이해를 못하는게 아쉽다는 둥 교회안다니는 한국사람들의 음주 흡연 동성애에 관대하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는 둥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ㅈ의 만20세 생일에 거의 딱 맞춰 결혼이 결정되었다 새벽부터 버스 기차 지하철 또 버스를 갈아타고 나는 멀리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친구나 친구가족들은 이미 나를 몰몬교도로 만드려고 노력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끝까지 그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참석자 전원이 몰몬교도인 결혼식에서 나는 멸시의 눈길을 뚫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생각보다 결혼식은 간단했다 시댁이 속해있는 와드(몰몬교 조직)에서 정해준 식장은 너무 외진곳에 있어서 찾아가기가 힘들었고 얼마 없던 꽃도 전부 조화 돈 안 쓴 티가 나는 신부화장과 드레스 친구는 선보러 다닐 때 공주 취급 받았다고 했는데 결혼에 동의하자마자 하녀가 됬다

그 결혼식에 다녀온 후 25년이 다 되어간다 친구는 전혀 연락이 없다(신혼여행 다녀와서 했던 마지막 전화통화 시댁어른들이 너랑 연락하는 거 안 좋아 하셔) 나도 연락하지 않는다 처음 몇 년은 고향에 갈때마다 친구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을 들어왔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지금도 중학교 한국사 시간에 배운 고구려 주몽신화에 대해 ㅈ과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유화부인은 자신이 천제의 아들 해모수의 아이를 배었다고 믿고 주몽을 낳았다’
‘우리 엄마는 정통몰몬교인 미국남자의 아이를 배었다고 믿고 ㅈ을 낳았다’

자기가 보기엔 해모수가 먹튀한거 같은데 유화부인이 정신승리했고 어쨌든 주몽은 엄마말을 믿고 자신은 천제의 자손이자 하백의 외손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고구려의 동명성왕이 된거같다고 ㅈ의 엄마도 외가집도 다 정신승리한거 같으니 본인은 동명성왕까지는 못 되어도 뭔가는 되보고 싶다고 어린 시골 중학생 ㅈ의 기막힌 통찰과 해석 푸른 하늘이 드높던 90년대 초 어느 가을 날 우리는 함께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순결이나 결혼 압박 몰몬교에서는 거의 여자아이들에게만 중요하게 여겨지는 걸 봤다 여자들이 피임안하고 애를 계속 낳는것도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다만 ㅈ의 이름을 불러준 서울 사람들과 시댁 어른들이 그 애를 그냥 꽃으로만 여기지 않기를 바랄 뿐
재밌는데 누가튀겼노
몰몬도 미국에서는 나름 큰 집단... 로버트 할리가 몰몬이었는데 아직도 몰몬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
ka**** 2023-03-18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ㅈ 잘 살고 있으면 좋겠네...
as**** 2023-03-18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글 잘 쓴다
di******** 2023-03-18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글 재밌다 언니 이런저런 종교에 많이 얽혔었구나
id********* 2023-03-18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걔를 좋아했니?
ro********** 2023-03-18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오 좋은글
2편 기다릴게
ba******** 2023-03-18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재밌당 2편 기대ㅎ
. 2023-03-18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90년대 초 어느 가을 날. 이란 소설 본 기분
주작이란 소리 아님
명동쫄면 2023-03-18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우와
na***** 2023-03-18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중학교 때 친구는 ㅈ 한명 뿐인것 같은데...
지금까지 연락은 안 해도 잘살고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괜찮을텐데 그렇지 못해서 좀 슬픈 느낌이 나
na******* 2023-03-18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셜록홈즈에서도 몰몬교 다룬 이야기 읽었던 기억이 난다 ㅈ 잘살았음 좋겟다
im******** 2023-03-19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존나 재미써요
ㅇㄷㅍㅇㅍ 2023-03-19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언니필력과 대상에 대한 애정과 연민등등이 아름다울정도야
kr***** 2023-03-19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글재밋다
ch***** 2023-03-19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이거 보니 생각나네. 로버트할리가 몰몬 선교사로 한국왔다 정착했던거
li*** 2023-03-19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필력...오우
un******* 2023-03-19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몰몬 상종못할 종교
원래 졀 감정 없었는대
천국의 깃발 아래라는 앤드류 가필드 나오는 시리즈 보고 아얘 책를 샀음.

정명석 저리가라임. 미성년자 강간, 여자 돌려쓰기, 친인척간 관계

ㅅㅂ 저거 2대교주 브리검 영 자식이 200명이 넘었는대, 길바닥에 지나가면서 지자식이나 알아봤을까. 저럼서 아직도 미국 유타 깡 시골에서는 어린 여자들 세뇌시켜서 일부다처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가르침. 보면 조온나 큰집들 있음. 그거 다 처랑 애새끼들 많아서 ㅇㅇ

심지어 이새끼나 1대교주 조셉 스미스도 결혼한 여자도하나님의 뜻이라고 뺏음. 스미스랑 결혼하고 얘 죽은 담에 브리검 영어 결혼함. 존나 얘뻣나봄.

토악질 나서 읽다가 끊었다. 저 드라마는 실화 근거로 한 이야기 이고 책은 모르몬 역사임.
wh********** 2023-03-19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언니 송탄출신이양??
to***** 2023-03-19 이 답글 돈주기    이 글 튀겨버리기 (0℃)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문의: idpaper.kr@gmail.com

도움말 페이지 | 개인정보취급방침 및 이용약관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