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라서(書)] 갈 만한 부산 감상-1(17)
★Laura 2022-02-06
부산은 한국에서 가장 시원시원한 도시다. 시원한 바다 위에는 거대한 선박과 크레인 기둥들이 쭉쭉 위로 뻗어 있고, 누군가 마음대로 깔아 놓은 도로 위에는 버스고 승용차고 간에 외지인들 모두가 새파랗게 질리도록 엑셀을 밟아대고, 땅 위에는 부동산 개발 대회라도 치른 듯이 높이 쌓아올린 빌딩들이 대형 거울이 되어 시퍼런 빛을 반사해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식탁 위에는 갓 잡아 올린 굴, 갈치, 전복과 같은 식재료들이 시원시원한 손놀림으로 요리되어 손님의 위장에 언제든 노로바이러스를 일으킬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손님들 역시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에, ‘이것은 푹 익힌 것이 맞느냐’ 따위의 계집애들이나 할 법한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부산의 한 남자 고등학교도 여간 시원스러운 것이 아니다. 학교의 상징은 ‘부지런하게 일하자’ 는 의미의 일벌이고, 교가 가사도 청소년들에게 부르게 해도 되려나 싶을 만큼 시원스럽다. 노래 일부만 살짝 들여다 보아도 오금이 저릴 지경이다:

<아침 안개 저녁비 모진 바람에, 참을 찾아 달구는 영원의 젊음. 불러라 벅차는 영광의 노래….. 동해바다 거친 파도에 사나이의 뜻이 자란다. 받으리라 화랑의 정신….. 우렁차게 노래 부르자 젊은 피의 뛰노는 가슴…>

도무지 16세의 남자아이들이 입학하여 부를 수 있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시원스러움이다.

설립은 무려 1898년에 되었으며 올해로 개교 123 년이 지났지만, 사나이들답게 일제 강점기까지의 역사는 제끼고 관립이 된 이후의 졸업생들만 동문으로 인정하는 바람에, 이번 신입생은 100회라고 한다.

부산은 위스키바도 심상치가 않다. 일단 아무도 찾아올 수 없을 만큼 험준한 달동네 산중턱에 위치해 있는데, 사나이의 기개를 쥐어짜 어떻게든 도착하고 나면 주인 아저씨가 고생했다며 나폴레옹보다도 오래된 위스키를 임진왜란 때의 가격에 내어 준다.

위스키같은 사치재를 파는 곳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하이테크놀로지 재고기록 장치도 없고, 그냥 스프링 달린 공책에 볼펜으로 시원스럽게 ‘얘가 이거 두잔 먹음’ 이라고 적어둘 뿐이다.

부산의 한 호텔에서 신년을 기념하여 만든 케이크도 서울의 호텔에서 만든 것들과는 다르다. “기념 케이크는 응당 화려해야 제맛인데, 화려한 건 뭐니뭐니해도 금이니까, 계집애들처럼 눈꼽 몇 조각 얹지 말고 칠갑을 하자” ㅡ 라는 사고의 흐름을 거친 것이 분명한 복주머니 모양의 붉은 색 케이크는, 위에 얹은 너댓 개의 마카롱에 온통 식용 금으로 도색을 해 놓은 바람에 마치 금화를 가득 담은 주머니를 연상케 한다. 보는즉시 그 번쩍임에 눈이 멀어, 곧 있을 생일 케이크로 꼭 쓰고 싶었다.

+ 케이크 이미지: https://m.idpaper.co.kr/book/view.html?workSeq=11556

잼따
복슬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ㅋㅋㅋㅋㅋ
go********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시티 오브 맨
부산
ab*****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ㅋㅋㅋ 뭔데 한문한 한문단 다 웃기놐ㅋ
ji***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부산인인데 흐뭇하게 읽음
근데 글에서 계집애란 표현은 서울 계집애 말하는 건가? 우리 쓰까국녀들은 저런 표현에 사용되는게 전혀 적절하지않음ㅋㅋㅋㅋㅋㅋ
rl****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rl 저건 계집애고 넌 가시내
ab*****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케이크 실물이 심히 궁금해지는 ㅎㅎㅎ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곧 있을 생일' 미리 축하해요!
bu*****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모티. 남편이 빡치게 하면 가끔 혼자갔어

이 사장님 커피단골집 나랑 겹쳐서 자주 마주침
mo******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글 진짜 잼써
sa*******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위스키바... 상호명 앙망...
혹시 모티바?
li*****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케이크 사진 있지? 문학관에 올려줘요
an****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초량 모티 맞는듯ㅇㅋㅋ언덕 경사 미쳐서 한번은 네비가 대로변 아닌 곳으로 안내해서 택시 아저씨가 골목길 사이로 구불구불 오르다가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었음
ㅋㅋㅋ 사장님 엄청 친절하심
s0***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ㅋㅋㅋㅋㅋㅋㅋ싸나이만 남은 동네ㅋㅋㅋㅋㅋㅋㅋ
ev******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ㅋㅋㅋㅋ
le****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남고는 동래고인가??ㅋㅋㅋ
ps***** 2022-02-06 답글쓴이 돈주기   
mo 그 커피단골집은 그래서 어디요?? 거좀 같이 압시다
★Laura 2022-02-09 답글쓴이 돈주기   
싸랑하는 내 고향 붓싼
pp**** 2022-02-09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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