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대왕 6편 - 대왕의 흑역사, 간지와 허세사이(9)
ra***** 2022-01-30
https://youtu.be/lG2OQKqdE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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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 정복군주의 비범함에 대해 충분히 소개한 것 같으니 그런 그에게도 인간다움을 부여하는 일화들을 소개해보고자 함. 타고난 기질자체가 그렇기도 했지만 알렉산더는 스스로도 '군왕답게' 혹은 '남자답게' 보여야 한다는 의식이 매우 강했던 것으로 보임. 때론 이 마초스러움이 지나쳐 가오와 허세가 온 몸을 지배했을 때의 각종 병크들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그가 남긴 흑역사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1.
https://images.app.goo.gl/VeoVR3S52xk621Wq6
https://images.app.goo.gl/tL3E3zvsGBDid5MR6
동양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적토마라면 서양에는 부케팔로스가 있음.

알렉산더가 수행한 모든 전투에서 목숨을 맡겼던 애마로 검은 몸체에 이마 부분만 흰색 털이 있는 흑마였다고 함. 원래는 부왕 필리포스에게 보낸 말이었는데 기품 넘치고 잘생긴 용모와 달리 성미가 포악해 아무도 길들이지 못하고 있었음. 백전노장인 자기 부하들까지 감당을 못하자 짜증이 난 필리포스는 말을 치우라고 명령했는데, 당시 소년이었던 알렉산더는 한 눈에 부케팔로스가 준마임을 알아보고 "만약 길들이기에 성공하면 말을 저한테 주세요!" 라는 고대 잼민이의 패기를 선보임.

사실 부케팔로스는 땅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놀라서 미친듯이 날뛴 거였음. 이걸 간파한 알렉산더가 고삐를 붙잡아 말머리를 태양 쪽으로 돌리고 살살 쓰다듬으며 달래니까 점차 안정을 되찾게 됨. 올라탄 이후에도 고삐를 성급하게 잡아당기거나 때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루자 결국 부케팔로스는 알렉산더를 주인으로 인정하고 자신의 등을 허락했다고 함.

부케팔로스는 평생 자기 주인 외에는 아무도 태우려 하지 않았고, 알렉산더도 충성스럽고 용맹한 자신의 말을 지극히 사랑하여 둘은 평생 함께 전장을 누비게 됨. 헤파이스티온과는 다른 의미로 영혼의 단짝이라고 할 수 있음.

https://youtu.be/VHgWnCwWpAQ
힘을 줘서 연출한 게 느껴지는 영화 장면
알렉이 엄마로 나온 졸리언니 미모는 덤

뭐 여기까지만 본다면 정복왕다운 기개, 기원전부터 이어진 인간과 동물의 유대관계로 훈훈하게 마무리 할 수 있겠으나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음 일화를 보자.

알렉산더는 페르시아 정복 후 욱시이라는 지역에서 딱 한 번 부케팔로스를 잃어버린 적이 있음. 자기 실수이니 군대를 동원해서 직접 찾아야하는데 애먼 그 지역 주민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리더니 말을 찾아오지 못하면 주민들을 싸그리 죽여버리고 도시도 깡그리 없애버리겠노라 엄포를 놓음.

...인성 무엇? 말한텐 그렇게 스윗하면서 사람한테는 대체 왜 그럼? 당연히 도시에는 비상이 걸렸고 불쌍한 주민들이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사방팔방 뛰어다닌 덕분에 부케팔로스를 금방 되찾었다 함.

그리고 뭘 어떻게봐도 고대 권력자 깡패새끼의 횡포로밖에 안 보이는 이 이야기는 후대 덕후들의 눈먼 빠심에 의해 각색되어 당시 백성들에게 알렉산더가 얼마나 경외받는(...)존재였는지, 알렉산더가 부케팔로스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로 전해지고 있음.

참고로 인도원정을 함께 한 부케팔로스가 히다스페스 전투를 끝으로 쓰러질 당시 나이는 30살임. 자연사라지만 알렉산더가 평생 치뤘던 전투와 행군의 난이도를 생각해보면 심각한 노인..아니 노마학대가 아닐 수 없음.


2.
알렉산더의 흑역사 대부분은 술을 절제 못해서 발생한 경우임.

흔히 페르시아 제국의 도시는 바빌론만 떠올리기 십상인데 수도인 페르세폴리스 역시 화려한 유적들과 어마어마한 부를 자랑하는 대도시였음. 기록에 따르면 알렉산더 군대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노획한 보물이 12만 달란트에 달했다고 함.

하지만 이곳을 점령한 알렉산더 군대는 페르세폴리스의 궁전과 유적들에 불을 질러 파괴해버림.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세간에 가장 잘 알려진 건 술에 취해있을 때 옆에서 시중을 들던 애첩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충동적으로 벌인 사고라는 것. (무려 150년 전 페르시아 전쟁 때 아테네를 불태운 크세르크세스 1세에게 앙갚음하자니까 기꺼이 응했다고;;)

그렇게 당대의 찬란한 도시문명으로 이름 높았던 페르세폴리스는 알렉산더 술주정 한 번에 홀랑 타서 잿더미로 변해버림. 이 사건은 제 아무리 알렉산더 악개라도 쉴드 못치는 최대병크. 술깨고 스스로도 어어 없었는지 본인 명령에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를 한동안 입 벌리고 바라보다 망연자실 했다고 함. 이건 알렉산더 스스로도 두고두고 떠올리며 이불킥 한 본인피셜 흑역사임.

안 그래도 침략 당한 중동권, 특히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의 직계를 자처하는 이란에선 알렉산더를 곱게 볼 수가 없는데 이 사건 때문에 더더욱 현신한 악마새끼 내지 칭기즈칸에 앞서 온 파괴신 정도로 이미지가 나락을 가버리게 됨.

이외에도 전투 도중 하마터면 스틱스강 건널 뻔한 걸 구해준 은인이자 아빠뻘 부하장군을 술자리 말다툼에 격분해 홧김에 죽여버린일이나, 말라리아 걸려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포도주는 끝까지 못 놨다는 기록을 보면 술이 웬수라는 말이 이렇게 적절할 수가 없음.


3.
인도 원정 도중 있었던 에피소드임. 늘 그렇듯 선봉장에서 신명나게 싸우던 알렉산더였지만 이날은 너무 깊숙이 들어가는 바람에 적진 한 가운데 고립되어 버리고 적군 수십명을 혼자 상대하는 희대의 빅매치가 벌어지게 됨.

보통 사람이었다면 얼마 못 버티고 전사했겠지만 알렉산더는 보통 범주를 넘었기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선방함. 이후 도착한 지원군에 의해 무사히 구출되었으나 당연히 여기저기 찔리고 긁히고 찢어지는 심한 부상을 입게 됨. 이 때 상처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천하의 가오충도 못 버티고 차라리 이 자리에서 날 죽여달라고 울부짖었다고 함.

그러나 평소 아몬의 아들이니 어쩌니 하며 자신을 신격화 해온 탓에 주변 병사들은 걸레짝이 된 알렉산더 몰골을 보고서도 "대왕님 신인데 그것도 못 참아요?" 라는 심각한 눈새 발언을 해버림. 이 말에 꼭지가 돈 알렉산더는 "야 지금 시뻘건 인간 피 철철나는 거 안 보여? 나도 사람이야 사람!" 이라며 더 서러워했다고.

그리고 이 일화는 알렉산더가 적군 수십명을 혼자 상대했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이 아닌 '언제는 신으로 대접하라더니 칼 좀 찔렸다고 징징댔데요 에벱베ㅂ베~' 하는 조롱조로 기록됨. 이로부터 우리는 평소에 도를 넘는 허세와 가오는 결정적인 순간에 독으로 돌아온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음.


4.
히다스페스 전투의 승리 후 사로잡은 인도 부족의 왕은 "사실 난 인도에서 가장 약체지롱~"이라는 함정카드를 발동함. 당연히 뻥카였지만 공교롭게도 그 다음 타자가 당시 인도에서 가장 강력한 난다왕조였음. 이 소식을 듣고 집단패닉에 빠진 마케도니아군은 더 이상의 종군을 거부한다며 바닥에 드러누워 버림. 부하들의 단체 항명을 맞닥뜨린 알렉산더는 어르고 달래고 윽박질러 봤지만 통하지 않았고 자기도 이틀 동안 막사에 틀어박혀 쉬익쉬익대며 분을 삭였다 함.

결국 어쩔 수 없이 회군을 선언했지만, 돌아가기 전 여기까지 왔다 간 걸 기념하기 위해 제단을 세우고, 숙영지를 다시 짓고, 막사를 실제 원정군에 필요한 크기보다 훨씬 더, 최대한 크게 지으라고 명령함. 한 마디로 후세 사람들이 보고 경탄해 할 만한 유적지를 남겨 후세가 자신의 원정을 초월적인 스케일로 상상하게 만들고자 했던 것.

...그리고 이 밑장빼기 시도는 후세의 역사가들에게 딱 걸렸고 위와 같은 기록으로 남게 됨^^


+
5편을 쓴 이후 두 달이나 지났는데 기다리신 분께는 도게자부터 박겠습니다.
원래는 알렉산더 사후 에피소드를 주제로 이번 편에서 마무리 할 예정이었지만 또 다른 영혼의 단짝 부케팔로스를 빼놓을 수가 없어서 주제와 목차를 다시 정하다보니 늦었...사실 핑계고 역덕인데 잡덕이라 딴 데서 놀다가 늦었지롱ㅋㅋㅋㅋㅋ

하지만 절대 최애가 바뀐 건 아님. 사랑의 크기가 커질수록 까빠가 되는 제 성향상 이번 편으로 대왕님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았다고 봄^^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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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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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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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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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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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오 재밌다! 이드녀들은 어쩜 이리 똑똑한지
pe******** 2022-01-30 답글쓴이 돈주기   
브금 뭔가 짱깨 무술 영화 생각나

대왕님 잼민이 시절 얘기 잼밌다 비범한 잼민이…

일화 1번 부케팔로스 이미지 링크 속 대왕님은 별로 잘생기지 않았군…

ㅋㅋㅋㅋㅋㅋㅋ 혐성이누 히틀러가 동물한테는 잘해주고 사람은 죽였다는 거 생각나네

업적이 훌륭하면 혐성짓도 미화가 되는구나

역시 충동성+술=사고침 필수 공식이군

페르시아 중동 이란 이런거 계보가 어떻게 되는지? 같은거 잘 모르겠더라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읽는데 너모 헷갈렸어

가오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렉산더도 휴먼이다 이기!!

밑장빼기 존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장 3개월 반 동안 연재하느라 고생했다 언니 푸틴시리즈 재밌게 잘 봤음
ru******** 2022-01-30 답글쓴이 돈주기   
pe
수줍.. 달러 감사합니다
ra***** 2022-01-30 답글쓴이 돈주기   
야호 신나 이번 편도 훌렁 읽음 감사감사
회사원 2022-01-30 답글쓴이 돈주기   
선입금 후정독

라선생님! 존경합니다!
진미오징어 2022-01-30 답글쓴이 돈주기   
ru
테마가 해적인데 갑자기 짱깨쿵푸로 장르변경 되어버리노ㅋㅋ

싹수부터 남달랐음. 제국을 건설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비범해야 하나봐

이 에피소드만큼은 예쁜 이미지가 없더라고 그럭저럭 무난한 거 골라옴

혐성임 나도 저거 첨 읽었을 때 바로 총통새끼 떠오름ㅋㅋㅋㅋㅋ

정복군주 치고 이 정도면 천사라는 의견도 많은데(해골탑 쌓았다는 몽골의 환경전사에 비하면 더더욱) 오래 살았으면 또 모르지. 대왕님 평가가 그렇게 박하지 않은 건 헬레니즘 뿐 아니라 요절한 덕도 많이 봤다고 봄^^

중동사는 내 분야가 아니라서 자세하게 말을 못해주겠는데 페르시아가 어느 특정 시기에 존재했던 특정 국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페르시아=이란임. 자기들이 부를 때 이란이고 이민족이 그 부근에 있던 국가를 통칭해서 페르시아라고 불렀음. 기원전 페르시아 전쟁에서 스파르타랑 300찍고 대왕님이랑 영혼의 한타 뜬 제국은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고, 십자군 원정 즈음에 동로마와 대립한 제국은 '사산왕조' 페르시아임

극한의 가오충. 가끔 했던 짓거리보면 요절이 아니라 천수 누린게 아닌가 싶으요ㅋㅋ 병사한 것도 누군가 명부 뒤적거리다 어? 얘 진작 죽어야 하는데 왜 안 죽었지? 하고 급하게 데려온 느낌임

동시대 뿐 아니라 후세의 관심도 놓치기 싫었던 욕심쟁이♡

알렉이 연재 시작하면서부터 언니한텐 그저 압도적 감사함 힘이 많이됐음. 대왕님 사후 부하들이 제국 갈라먹고 싸운 디아도코이도 소개해볼까 싶긴 한데 이것도 건드리기 시작하면 한없이 늘어질 거 같아서 엄두가 안 나네. 2차 대전 리뷰는 월간이드 히틀러편 완결이 안 나서 아직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음. 소장쿤이랑 소재 겹칠까봐 기다리는 중
ra***** 2022-01-31 답글쓴이 돈주기   
회사원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아

진미오징어
저도 맞존경♡ 방구석 역덕에게 보내주신 관심과 달러에는 그저 감사할 따름ㅠㅠ 다음 역사리뷰도 양질의 텍스트로 돌아오겠읍니다
ra***** 2022-01-31 답글쓴이 돈주기   
아 해적이었누 ㅋㅋㅋㅋㅋㅋ

그러게 요절해서 평가가 좋은 걸수도 있겠다 ㅋㅋㅋ 그런 생각은 못 해봤네

아하 페르시아가 나라이름이 아니었구나 언니의 지식은 어디까지인가…!

연재하는데 힘이 됐다니 기쁘구만 나도 언니랑 같이 달리면서 즐거웠어 다음 연재도 기다릴게

디아도코이 검색해보니까 사후에 뛰어든 사람 전체를 디아도코이라고 하는구나

유료상담도 상담 내용 겹쳐도 개설 가능한데 글도 소재 겹쳐도 상관없지 않아? ㅋㅋㅋ 무한 경쟁의 시대랬어
ru******** 2022-02-04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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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dpaper.co.kr/counsel/news/news_view.html?cnslSeq=836763&page=1&sortType=1&schType=1&schTitle=
ra***** 2022-03-06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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