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천] 나코 쿨투라(0)
nameless 2021-09-11
오랫만에 이 영화가 생각이 나서 글을 써 본다.
2012년이었나 13년에 나왔던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멕시코 범죄를 다루었다.
막 끔찍하게 죽이고 폭파하고 그런 자극적인 영화는 아니고 담담하게 카르텔로 인해 변해버린 일상을 살아가는 전혀 다른 두 남자의 일상을 번갈아 보여준다.
(개봉 당시만 해도 멕시코 카르텔과 실상을 다룬 영화는 한국에 거의 없었기에 새로웠음)

두 주인공이 나오는데 하나는 경찰, 다른 하나는 멕시코버젼 힙합장르라 할 수 있는 나쵸 가수. 두 남자 모두 어릴적 유년기에는 마약이 창궐하지 않아 평화롭게 지냈었다. 하지만 마약이 창궐하며 일대지역의 공장 가게 모든것을 카르텔이 잠식시키며 정상적인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도시로 만들어버렸다. 변해버린 마을에서 동네를 돌아다니던 꼬마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엊그제 우리 삼촌이 죽었어. 총을 맞아 죽었어. 까만 승합차가 오더니, 탕탕탕! 여러 사람이 삼촌을 향해 총을 쐈어. ...꿈이 뭐냐고요? 이 마을에서 더이상 사람이 죽지 않는 것이요.

경찰인 남자는 어릴적 마을에 대한 기억을 못 잊어서 목숨을 걸고 경찰 감식반을 계속 하는 중이다. 하지만 윗선 경찰의 부정부패로 사건은 100건 중 1건조차 용의자를 밝히지 못한다. 무슨 생각으로 그는 쓸모없는 경찰일을 계속 하는 걸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남자와 함께 일하던 경찰국장은 테러협박을 받고,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은퇴를 한다. 그 뿐인가? 영화가 시작된 처음 함께 나오던 두 명의 경찰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아이를 데디러 유치원에 갔다가 그만 암살되는 등 더이상 화면에 나올 수 없게 된다. 가족들은 묻는다, 왜 경찰을 계속하냐고, 제발 그만 두라고. 돈도 얼마 안 되고 목숨이 위험한 일, 아무도 안 하려는 일이라고. 그 말 그만하기로 하지 않았냐며 남자는 묵묵히 고개 숙인 채 서둘러 밥을 먹는다. 가족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는 자기 방으로 되돌아간다. 온 종일 얼굴이 굳어있던 그가 처음으로 활짝 웃어보인다. 조그마한 자기 방을 둘러보며 마약에 물들기 전 자신의 유년기와 마을에 대한 좋았던 기억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시체를 감식하러 현장에 방탄복을 가득 챙겨입고 가면 방독면도 꼭 써야한다. 현장의 시민 중 누가 카르텔 조직원일지 모르니 얼굴이 알려지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가장 슬픈 순간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심지어 비난할 때이다. 주민들은 경찰을 욕한다. 어쩔수 없다 대부분의 수사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하니까. 크리스마스 전날 총격사건이 일어나 레드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가게 앞 하수구로 흘러내리는 피가 도보를 바다로 만들어 놓았으니까. 남자는 다음날 다시 또 출근을 하러 자기 방을 나선다. 매일 자기 방을 나설 때마다 두렵고 초조하단다. 그러나 상사가 협박으로 은퇴를 하고 동료들이 총에 맞아 쓰러졌더라도 그는 아직 경찰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범죄현장에 중무장한 채 찾아가 감식을 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쵸가수는 가수로 대성하길 꿈꾸는 포부어린 기회주의자다. 그의 가사는 전형적인 나초음악답게 총을 쏘고 은행을 털고 경찰을 두들겨 패며 톱으로 적 카르텔 조직원의 목을 썬다. 그리고 수많은 여자 엉덩이에 둘러쌓여 고급양주를 마시고 마약을 한다. ...사실 그는 한 번도 범죄를 저질러 본 적이 없는 곱게 자란 중산층이었다. 그래서 가사를 적을라 치면 멕시코 뉴스 커뮤니티를 떠돌아 다닌다. 그곳에는 검열되지 않은 시체사진들이 즐비하고 하루에도 잔혹한 범죄뉴스들이 수백건 씩 업로드 된다. 어떻게 하면 리얼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는 진짜 마약 제조와 판매를 하는 시골 가정집에 찾아가 현장을 체험도 해보고, 팬이 된 카르텔 조직원으로부터 선물받은 권총으로 사람은 못 쏘고 빈 유리병을 쏘면서 리얼이 되어 돈을 쓸어담기 위해 노력한다. 그에게 범죄의 온상지가 되어버린 작금의 시대는 유명해질 기회이다. 십대 청소년소녀들은 나쵸를 이어폰으로 들으며 자기 남자친구가 카르텔 조직원이라면 언제든 다리를 벌려줄 것처럼 군다. 해마다 멕시코에서 사람을 죽이는 가사가 담긴 나초음반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중이다. 꼭 올해는 나쵸가수 랭킹 1위에 들고 말리라,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나쵸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 그는 아직 잊지 않았다, 지난날 자신을 별 볼일 없이 취급했던 유명 밴드를.

...영화 자체는 그다지 흥미있게 편집되지 못했다. 다만 사실의 전달 정도가 좋은 편이고 특히 경찰감식반 주인공 편은 볼때는 무덤덤했지만 돌이켜 생각났을때 뭔가 마음을 울리더라. 가슴이 짠해지는.

주의할 점은 19세 다큐인 만큼 약간은 잔혹한 장면이 있다는 건데 신경을 잘 쓰지 않으면 모르고 훅 지나갈 장면들이니 괜찮을 것.
(1.총격테러를 당해 차에서 사망한 여러 시체들을 보여준다. 영화와 다르게 피도 깨끗이 닦여있고, 다만 인상깊은건 죽을 때 당시 남아있는 경악하는 표정들. 표정이 살아있어서 시체같지 않더라.)
(2.황량한 외진 길 한 구석에서 발견된 알수없는 덩어리. 여러개로 잘려진 시체조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것이라 저게 뭔지 알 수 없는 그냥 덩어리로 보일 뿐이라서 전혀 안 잔인하다.)
(3. 카르텔 두 곳이 싸우게 되고, 한 쪽이 다른 조직원 하나를 고문하고 죽였으며 그걸 영상으로 담아 적대 카르텔에 보냈는데, 그 영상을 아주 짧게 굉장히 안좋은 화질로 보여준다. 도끼로 팔을 자르는 장면인데 흑백조에 도트가 다 보이는 수준이라 안 잔인하다.)

옛날에 본 기억만으로 쓴 거라 내용이 부정확할 수 있다. 그냥, 오늘 갑자기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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