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말하는, 강자에 대한 약자의 원한(40)
SA*****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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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올라온 니체 글에 관심 있어 보여서, '니체 다시 읽기'라는 책을 요약해봤어.

기독교에 개인적인 감정은 없으니까 양해를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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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는 허무주의(무신론, 회의주의, 낭만주의적 감상, 숙명론, 퇴폐주의 등)가 창궐하는 시대를 보았다.

왜 허무주의가 창궐할까? 니체는 고민했다.

고민한 결과, 니체는 근대 철학의 근본 뿌리가 틀려먹었기 때문이라고 깨닫는다.


2.
그 당시 근대 철학은 기독교와 강하게 손을 잡고 있었다. 그래서 니체는 기독교의 근본이 되는 가치관부터 파헤치기 시작한다.

니체는 우리가 별 거슬림 없이 생각하는 '선과 악'의 기준에 대해 망치를 들이댔다.

흔히 우리는 이타적인 행위가 선한 것이고, 이기적인 행위는 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기독교의 기본 교리이기도 하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네 원수도 사랑하라.


3.
니체는 선과 악에 대한 이러한 이해가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니체는 선한 것 혹은 우량한 것의 본질이 이기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강력한 자, 고귀한 자,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이 가지고 있는 '힘'의 특성을 우량이라고 불렀다.

쾌락을 낳는 힘, 창조하고 궁리하는 힘, 곤란을 제거하는 힘, 스스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힘을 가지고 있다'라는 감정이야말로 '우량'이라는 말의 본질이다.


4.
기독교는 선과 악, 이기성과 이타성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역전시킨다.

그리고 니체가 보기에 그 정도는 선을 넘었다.

인간은 누구라도 '자신의 것'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에게 여유와 힘이 있을 때 '타인의 이익'도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것을 생각하고 다음으로 타인을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다. 그러나 기독교에서는 이 자연스러운 순서를 역전시킨다.


5.
기독교는 '자신'을 생각하고 자신의 쾌락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악'으로 간주한다.

'타인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 선한 것이고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은 악하다'라는 관념이 도덕과 윤리의 본질이라고 상정한다.

이는 극히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이후 기독교의 이 사고방식은 '유럽의 인간의 이상형' 전체를 지배하는 근본이 되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6.
원인은, 이러한 가치 체계가 비속하고 약한 인간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인간들은 반동적이다.

무엇이 선과 악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일단 '적'을 악하다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우리들(약한 자)은 선하다'라고 규정한다.

강한 자에 대한 증오로 이를 갈면서 본인들이 가진 속성들(비참함, 가난함, 힘없음, 미천함, 부족함, 병듦, 추함)이 바로 선의 특성이라고 정의한다.


7.
비참한 자만이 선한 자이다. 가난한 자, 힘없는 자, 미천한 자만이 선한 자이다.

고민하는 자, 부족한 자, 병든 자, 추한 자만이 오직 신을 공경하는 자, 신에 귀의하는 자이고, 그들의 몸에만 축복이 있다.

이에 반해, 비록 너희가 고귀하고 권력 있는 자라고 하더라도 너희야말로 영원히 악한 자, 잔혹한 자, 음탕한 자, 탐욕스러운 자, 신을 배반하는 자이다.

너희는 또 영원히 구원될 수 없는 자, 저주받은 자, 지옥으로 떨어질 자이다.

가난한 자, 병든 자, 고민하는 자야말로 행복하다.


8.
이러한 기독교의 가르침이 의미하는 것은 '강자와 부자와 권력 있는 자보다 약자나 비참한 자만이 선한 자, 행복한 존재'라고 하는 새로운 심리적 전도다.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부와 힘을 바라고, 이것들인 인간에게 있어서는 일반적인 우량이지만 기독교는 이를 역전시킨다.

강자에 대한 증오와 원한의 감정. 이것이 르상티망이다.


9.
그리고 이러한 르상티망은 더 기묘한 형태로 발전된다.

바로 '죄'와 '양심의 가책'이라는 발상이다.

우리가 강자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품는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그 증오를 실현할 수 없다. 약자는 강자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상 속에서만 복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 적을 향한 증오와 반감 그리고 공격 본능은 곧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다. 나는 무력하고, 이 복수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10.
그 결과 이 복수심은 그 감정의 소유자인 자신으로 향한다.

나는 선하다. 강한 자는 나쁘다. 그런데 내 내면에는, 강자와 부자가 되고 싶은 동물적 본능이 있다. 이러한 동물적 본능 때문에 나는 괴롭다. 강해지고 싶은데 강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렇게 괴로워야 하는 걸까? 이유 없는 고통이 있을 리 없다. 이것은 대체 누구의 탓인가?

아하! 알았다. 바로 내 탓이다. 바로 내가 죄인이기 때문이다!


11.
내 안의 이러한 본능은 절대자의 시험이다.

이 동물적 본능이 바로 나의 '원죄'다. 나는 죄인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죄인이다.

모든 사람이 '유일신'에게 속죄할 수 없는 부채를 가지고 있다.

그는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희생했기 때문이다.


12.
이 부채를 갚기 위해서 우리는 금욕해야 한다.

이웃을 사랑하고 동정하고 내 안의 자연스러운 본능과 감정을 억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통받을수록, 그 고통이 클수록 나는 더 큰 속죄를 해내는 것이다!

나는 이 고통이 기쁘다! 나는 이 고통을 사랑한다! 나는 내 원수도 사랑할 것이다!


13.

니체가 보기에 이러한 교리는 약자가 피지배, 무력함, 궁핍 등을 참아내고 삶을 계속 살아가는 데 있어 부득이한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철저히 반하는 행위다. 이러한 생각에서 기반을 둔 도덕은 글러먹었다.

또한 니체가 보기에 기독교는 정말로 똑똑하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도덕과 가치 체계를 제시한 뒤, 그 체계를 따르면서 고통이 발생하자, 바로 그 고통이야말로 네가 선하고 속죄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연결고리를 만든다.

그 결과 선순환이 일어난다.

기독교를 열심히 따를수록 더 고통스럽고, 더 고통스러울수록 더 만족스럽다(죽어서 천국에 더 확실히 갈 수 있으니까)! 그래서 기독교를 더 열심히 따른다!

빠져나갈 수 없도록 완벽하게 닫힌 굴레다.


14.
기독교는 자연스러운 육체와 에로스, 현세의 욕망, 쾌락, 기쁨이었던 인간의 본성을 철저히 부인하고 그것의 완전한 반대물로서 신을 내세웠다.

인간 육체의 자연성을 '악마'의 속성으로 적대시하고 현세에 있어서 삶의 욕망을 일체 부정한다.

현세의 것은 아무것도 의미 없고, 죽은 뒤에 내세만이 모두 의미 있다.

기독교는 '성스러운 신'이라고 하는 초월적인 이상을 저편에 세우고, 그 앞에 현세 속 자신의 삶이 적대적으로 무가치하다고 정신승리를 해버린다.


15.
이러한 '삶을 절대적으로 부정하고자 하는 의지' 이것이 바로 니힐리즘, 극한의 허무주의를 낳는다.
와 언니 너무 요약 잘 했다
니체 책 사다만 놓고 제대로 못 읽었는데 이거 보니 니체사상 쏙쏙 들어오네.
다시 읽어봐야겠다.
달러 드려야지
qk**** 2018-11-14 답글쓴이 돈주기   
니체 고마워 언니
be****** 2018-11-14 답글쓴이 돈주기   
독수리같은 인간이되자
s0*** 2018-11-14 답글쓴이 돈주기   
오 ㅅㅣ발 이런 고가치의 글을 공짜로 읽을수있다니
4e******** 2018-11-14 답글쓴이 돈주기   
약자가 짜놓은 프레임에 강자가 걸려들어가면 너무 억울함ㅋㅋ 약자는 뒤도 안돌아보고 피해야함 아는데도 힘듬
lo** 2018-11-14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작지만 돈드렸어용.
ch******* 2018-11-14 답글쓴이 돈주기   
돈줬다!! 니체는 정말 똑똑했던 것 같다 약자들이 짜는 프레임 게임 정말 싫다 책임감을 악용당하는거 정말 싫어
ec*** 2018-11-14 답글쓴이 돈주기   
똑똑한 언니야. 이번 글도 너무 좋다. 돈 받어. 나도 니체를 알기 전후로 인생이 다르다.
ob****** 2018-11-14 답글쓴이 돈주기   
바쁜 현대 사회에 이런 똑부러진 요약글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봐.
ttt 2018-11-14 답글쓴이 돈주기   
내가 아는 어떤 기독교신자랑 닮아있다.
약자들은 잘사는 사람보고 이기적이고 싸가지없다고 욕 할 수 밖에 없음
지들은 못하는걸 쟤들은 너무 쉽게하기 때문에
레이지 2018-11-14 답글쓴이 돈주기   
ㅠㅠ
xxx 2018-11-14 답글쓴이 돈주기   
http://digthehole.tistory.com/m/492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도 비슷한 말을했지
즐겁지 못하다면 어떻게든 즐거울 수 없는 상태를 매력적인 유혹으로 바꾸어야 하고 그것이 반쾌락주의자들의 피학적 행복이라고
유진정 2018-11-15 답글쓴이 돈주기   
우왕 요약 굳! 니체 읽다가 되게 현타왓었는데 니체 좋아 주인도덕과 노예도덕..
so****** 2018-11-15 답글쓴이 돈주기   
완전 동의 옛다. 자연이 정의하는 ‘선’을 대하는 병든 약체의 괴리란... 우습고 우습다
ee 2018-11-15 답글쓴이 돈주기   
요약 지림..
la**** 2018-11-15 답글쓴이 돈주기   
기독교는 약한자를 지배하기에 딱 좋은 이론
av**** 2018-11-16 답글쓴이 돈주기   
한국도 흥부와 놀부같은 이야기가 많네 드라마속 여주인공은 가난하고 남주는 부자인데 남주엄마나 아빠가 존나 사악하게 나오고 ㅋㅋㅋㅋ 크고나니 흥부와 놀부에서 놀부는 뭔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음ㅋㅋㅋ
su****** 2018-11-16 답글쓴이 돈주기   
굿!!!
Darian 2018-11-16 답글쓴이 돈주기   
이건 약자의 정신적 자위행위 같은 거네.
그럼 혼자만 즐기면 되는데
자기보다 나아보이는 주변에 원한을 품게 되기 쉬운 듯.

나쁜 풀에 노출되면 이런 꼬인 존재들을 접할 위험.
가지 2019-03-28 답글쓴이 돈주기   
이런게 반기업적 정서랑 좀 연관되어있는거같음
그래서 기독교가 흥하나
나이들수록 한국인들 돈에 대한 편견과 도덕중시. 진짜 짜증난다
동네에 공장 간신히 들어와도 허구헌날 인건비 올려달라고 파업하고
시발 같이 뒈지자는거야 뭐야
sevensoun 2019-03-28 답글쓴이 돈주기   
감동받
달러드림
pe********* 2019-03-28 답글쓴이 돈주기   
이런 개념이 니체로부터 온거구나
니체를 천재라 할만했네
그리고 니체가 얼마나 생각을 많이 했을지도 알겠음
Nana 2019-03-28 답글쓴이 돈주기   
일하면서 느낀다
세금이 많다 내돈 다띠어간다 cctv는 왜다냐 ㅋㅋㅋ시발 새끼들
emi 2019-03-28 답글쓴이 돈주기   
처음으로 돈을 드리오
ju***** 2019-03-29 답글쓴이 돈주기   
난 이언니가 참 유익해
la***** 2019-03-29 답글쓴이 돈주기   
니체가 쏙쏙 들어오네 정리 짱이다
12***** 2019-03-29 답글쓴이 돈주기   
오옹 좋당
테일러 2019-03-29 답글쓴이 돈주기   
나 언니추천으로 이 책 읽고있는데
지금 새벽 3시 재밌어서 잠을 못자고있다
pe********* 2019-05-22 답글쓴이 돈주기   
넘 좋다 고마워
wi****** 2019-05-22 답글쓴이 돈주기   
존나 좌빨얘기넹. 좌빨의 논리=르상티망
ke*** 2019-08-28 답글쓴이 돈주기   
르상티맡
th********** 2019-08-28 답글쓴이 돈주기   
기독교 유교 각종 종교들 자체가 왕권,계급을 합리화하려고 이용된 아이디어잖어
불교 들어온것도 왕권강화하려고 들여온

그게 다 니 삶의 한계(신분)를 받아들여라
(전생에서) 죄를지었기 때문에 어쩔수없다
욕심을 갖지마라 마음을 다스려라 말하는거
춫천 2019-08-29 답글쓴이 돈주기   
이글 재밋다
로빈훗ㅌ 2019-09-04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글 잘읽고 있습니다
sj** 2019-09-18 답글쓴이 돈주기   
니체 책으로 읽으니까 어려웠는데 정리 잘했다!
땅콩버터 2019-09-18 답글쓴이 돈주기   
ma**** 2019-10-12 답글쓴이 돈주기   
아존나재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ki****** 2020-04-07 답글쓴이 돈주기   
정리 쩐다리..감사
고딩때 가난하고 불행한 베프가 유복한 나를 공격할때 르상티망을 어렴풋이 깨달았음 .. 가난하다고 착한게 아니라고!!! 덮어놓고 부자욕하던 진보충도 생각난다
gomi 2020-04-14 답글쓴이 돈주기   
존나 좋은글. 가난하고 어리석으면서 평등외치고 강자를 욕하는 애들만 보면 혐오감이 드는 이유를 이제야 명확히 알았네 ㅋㅋㅋㅋㅋ
re********* 2020-05-11 답글쓴이 돈주기   
재밌다
j9* 2020-08-07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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