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되는 사각관계의 유형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클로저, H2)(23)
SA***** 2018-02-27
SA 추천글 모음
https://idpaper.co.kr/counsel/item/item_view.html?cnslSeq=829157&rurlList=https%3A%2F%2Fidpaper.co.kr%2Fuser%2Fmy%2Fmy_writing_list.html%3Ftype%3D1

----------------------------------------------------------------------

#1.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영화 <클로저>
만화 <H2>

모두 흥미로운 사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각관계는 너무 개인적이고 삼각관계 역시 인간 군상을 포괄하기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사각관계는 사랑할 때 만나는 대부분의 인간 유형을 네 명의 주인공으로 치환할 수 있으며, 꼬여가는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여러 감정의 흐름을 풍성히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2.
사각관계 속에서도 끌려다니지 않고, 네 개의 꼭짓점 중 하나에 서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걸까.

사각관계를 다룬 이야기들 속 주인공 네 명은, 서로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묘하게 엇비슷해 보인다. 남자 두 명과 여자 두 명이 나온다는 공통점 밖엔 없음에도 불구하고.



#3.
어찌 됐건, 지금부터는 내가 느낀 기시감을 바탕으로 각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요약해보려 한다.


1. 토끼

토끼는 예술가다. 혹은 그런 뉘앙스를 풍긴다.

그는 거짓말과 유머를 즐기며 능청스럽다.

그는 바람둥이인데, 센스가 좋고 누구에게나 섬세하다. 변화구에 능하다.

그의 손을 잡으면 일상과는 다른 차원의 모험 속으로 데려가 줄 것만 같다. 선이 얇다. 성격이 나쁜 경우도 가끔.

그는 자신의 인생을 감히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우연성은 오히려 삶의 원동력이다. 휩쓸림 없이 미래가 빤히 보이는 인생만큼 그를 질식시키는 것도 없다.

그는 농담처럼 살고 싶어 하지만, 막상 그런 삶이 찾아오면 두려움을 느낀다. 그는 약한 존재다.


2. 곰

덩치가 크다.

그는 쉽게 망설이는 법이 없으며 원하는 것은 반드시 손에 쥐는 사람이다.

덕분에 당연히 능력 있는 남자로 성장. 교수라면 최연소, 운동이라면 4번 타자, 전문직이라면 업계 에이스다. 일도 사람도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

변화구는 쓸 수 있지도, 쓰고 싶지도 않다. 언제나 정공법. 보통 자상하나 화낼 땐 불같다.

그는 통제 가능한 그의 미래에 자부심을 느낀다. 과감하게 리스크를 감수할 줄 하는 면모를 가졌지만, 기본적으로는 불확정성과 변동성을 싫어한다.

그는 그가 감히 보지 못하는 생각들을 선망하며,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인다. 다만 그런 모습을 숨기고 싶어 한다.

그는 무겁고, 진중하며 순애보적이다. 가끔 허세 뒤에 숨을 때도 있다.


3. 새

그녀는 새다.

기본적으로 자유롭다. 그녀는 가끔 우수에 젖지만 누구에게도 쉬이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끌어당기는,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으며 마찬가지로 거짓말에 능수능란하다. 눈이 깊다.

그녀 역시 예술가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누군가의 뮤즈다. 필요할 땐 한없이 섬세하고 예민해진다. 문제는 가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무심해질 때가 있다는 것.

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흠모하지만 차라리 그녀를 잘 모르는 채로 상처받고 떠나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출구 없이 흥미로우면서도 나약한 그녀의 내면을 알고 나면, 평생 그 모습들을 뇌리에서 지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파괴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원한다. 파괴 당하지 못하는 삶은 시체 같은 삶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4. 양

그녀는 양이다.

그녀는 순애보를 넘어 집착적이고, 헌신적이다. 누구보다 순수한 사랑을 믿으며 올곧은 사람이다.

항상 텐션이 높은 경우도 있다. 현실에서도 자주 보이는 유형이지만, 사각관계 속 양은 보다 집요하며 포기를 모른다.

상처도 많이 받지만, 쓴 알약을 물에 삼키듯 모조리 삭힌다. 억장이 무너져도 모르는 척을 잘 한다. 웃을 땐 티 없이 웃는다.

그녀는 처음부터 사람을 홀리진 못하나, 천천히 중독시켜간다. 흔히들 양은 순하고 착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라고 한다. 자기 분을 못 이겨서 다른 양을 들이받기도 한다. 그녀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네 명 중 가장 표독해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약하지만 무겁고,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돌아설 때 누구보다 냉정하다.



#4.

곰과 함께 있을 땐 왠지 모르게 자꾸 토끼가 생각나지만, 토끼에게 실망하거나 상처받고 외로워질 때면 곰의 품이 그립다.

양과 함께 있으면 이보다 더 평화롭고, 안정되고, 권태로울 수 없다. 새와 함께 있는 곳은 자유와 방종의 공기가 가득하지만 그곳은 현실이 아니라 한때의 몽상 속이다.

어느 날 토끼는 곰을 시기질투하며 새를 실망시킨다. 그리고 양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게 됐음을 뒤늦게 깨닫고 몸서리친다.

곰은 오래전부터 새에게 들러붙어있는 토끼를, 토끼의 방식으로는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곰만의 방법으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려 하지만 가끔 새는 그런 그가 가엽고 불쌍하다.

새는 토끼와 노는 게 꽤나 즐겁지만, 토끼가 비겁하게 현실을 들먹일 때면 숨기기 힘든 역함을 느낀다.

그럴 땐 곰에게로 가 피로함과 복잡함을 푼다.

하지만 자신을 품을 그릇은 못 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다. 양에겐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지만, 그녀가 책임질 부분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양은 토끼로 항상 속이 탄다. 그런 모습들을 숨기는 곰과는 달리 종종 운다.

토끼를 한없이 원망하면서도 그를 떠날 수 없어, 항상 같은 자리에서 토끼의 숨통을 빠듯하게 조이거나 집요하게 버티고 있다.

그녀는 짧게 보지 않는다. 길게 보고 이미 돗자리까지 펴놓았다. 포기가 스스로 납득될 때까지 영원히 앉아있을 기세다.



#5.

출연진:

토마시 댄 히로

프란츠 래리 히데오

사비나 안나 히까리

테레자 앨리스 하루까
오오 분석 재밌다 ㅋㅋㅋㅋ
nu****** 2018-02-27 답글쓴이 돈주기   
오 좋다
jh**** 2018-02-27 답글쓴이 돈주기   
굿
mi**** 2018-02-27 답글쓴이 돈주기   
문학이다
넘나 감명받아써
내 인생이 토끼, 곰, 새였다.
fo******* 2018-02-28 답글쓴이 돈주기   
he** 2018-02-28 답글쓴이 돈주기   
좋아
cy***** 2018-02-28 답글쓴이 돈주기   
난 새랑 양이랑 섞인듯
4각관계 좋아ㅋ
la******* 2018-02-28 답글쓴이 돈주기   
글 존나 잘써
hy****** 2018-07-18 답글쓴이 돈주기   
al******* 2018-07-18 답글쓴이 돈주기   
화양연화도 2인이 안나오긴 했는데 왠지 비슷하지
양과 곰
pr******* 2018-07-18 답글쓴이 돈주기   
와 시발 뭐야
ey********** 2019-07-08 답글쓴이 돈주기   
재밌다 ㅎㅎ
be****** 2019-07-09 답글쓴이 돈주기   
와 너무 좋다
!!**** 2019-09-28 답글쓴이 돈주기   
또써줘
hu******* 2019-09-29 답글쓴이 돈주기   
난 새로구나
do****** 2019-09-29 답글쓴이 돈주기   
루이제 린저 삶의 한가운데도 보면 관계가 다 이래 ㅁㅊ 무슨 공식이야 무야
da***** 2019-09-29 답글쓴이 돈주기   
난 새기도 하고 양이기도 하였네..
gk******** 2019-09-29 답글쓴이 돈주기   
우와 최고. 돈줬다bb난 지금 토끼같은 세컨드가 필요한 새인듯
ch******* 2020-03-10 답글쓴이 돈주기   
난 지금 곰이 너무 필요해 ㅠㅠ
!!**** 2020-03-19 답글쓴이 돈주기   
글 멋지다
So***** 2020-03-19 답글쓴이 돈주기   
너무 재밌다 글 많이 써줘
ck******* 2022-10-29 답글쓴이 돈주기   
맞아맞아
ry***** 2022-10-29 답글쓴이 돈주기   
새가 줄리아로버츠고 양이 나탈리포트만 맞아?
jj**** 2024-03-13 답글쓴이 돈주기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문의: idpaper.kr@gmail.com

도움말 페이지 | 개인정보취급방침 및 이용약관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