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우울의 굴레에서 벗어났다.(6)
PMSTT 2023-05-25
나중에 다시 우울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때 읽으려고 쓰는 일기


이번 생리전 증후군(pms)은 너무 잔인했다.
안그래도 Adhd로 인해서 생리전 증후군이 정신적으로 심하게 오는 편인데, 두달 연속 먹은 호르몬 약 때문인지 이번엔 더 심각했다.
(Adhd는 도파민이 부족한 사람이라 평소 세로토닌 수치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세로토닌이 여성호르몬과 크게 관련되기 때문에 adhd 환자는 생리주기에 영향을 훨씬 크게 받음.)

심한 울증이 생리전 일주일 전부터 시작하여 생리 시작과 동시에 끝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생리 끝까지 지속되어 거의 2주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2주동안 누워서 자살 생각만 했다.

우울도 관성이라고, 생리가 끝나도 우울은 계속됐다. 부정적인 생각의 굴레에 완전히 갇혔다.

이 굴레를 대체 어떻게 끊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평소 좋아했던 친구들과 술마시기나 클럽가기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되려 친구들이 평소와 다르게 힘이 없다며 걱정했다.

조금 심각한 수준임을 느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정신과에서 약처방을 받았다. 평소 몇번 먹으면 기분이 나아지곤 했던 필요시 약이 이번엔 일주일을 먹어도 호전이 되지 않았다. 이불속에 콕 박혀 있었다. 하도 누워있어 침대에 닿는 부분들이 아렸다.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내 작지만 아름다웠던 원룸은 쓰레기장이 되고 파리가 날렸다. 집앞에 나가는 건 고사하고 당장 설거지를 할 힘조차 낼 수 없었다.

3주째 누워서 우울을 떨고 있으니 남자친구가 나섰다. 강릉 호캉스를 덜컥 예약해 줬다. 평소 여행을 끔찍히 싫어하지만 살려고 몸을 일으켰다. 여행을 다녀오면 기분이 좀 나아지려니. 이거라도 안 가면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서.

몇주간 누워만 있었더니 저혈압과 현기증에 정신을 못 차려서 차로 실려다녔다. (덕분에 몸은 편안했다)
며칠 하루 한끼를 먹는둥 마는둥 해서인지 몸이 음식들을 받아들이질 않았다. 배탈이 나서 들르는 식당과 카페마다 화장실부터 찾았다.

이렇게 신체 컨디션이 최악이었지만 다행이었던 건 날씨가 너무 좋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끝도 보이지 않는 바다와 차갑지 않고 적당히 시원한 바람을 잔뜩 맞았다.

특히 호텔 수영장이 너무 아름다웠다. 호텔 옥상에 있는 야외 수영장이었는데, 동해바다가 다 내려다 보였다. 수영장에 몸담고 있는 순간에 정말 행복했는데 이러고 집에 가면 다시 불안하고 우울할까 봐 시간이 멈추기를 계속 바랬다.

1박2일의 강릉 여행+호캉스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너무 피곤해서 짐 정리고 뭐고 다 던져놓고 씻지도 못하고 잠에
빠졌다.

다음날은 2시에 운동이 있었다. 개인 PT였는데 선생님 회당
단가가 9만원인가 그랬다. 졸라 비싼 피티.. 공부도 엄청 많이 하고 실력있는 분이라서 몸이 너무 안좋을 때 등록해 놓은 것 이었다.

낮 12시에 일어나면서 취소할까 말까 고민을 엄청 했다. 전날 배탈도 거하게 났기 때문에 몸이 물에 젖은 수건 같아서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회당 단가가 10만원에 육박하는 수업을 날릴 수는 없어 선생님께 강도 낮춰달라고 카톡하며 일어났다.

대충 죽과 포카리 스웨트로 배를 채웠다. 센터에 도착했어도 와 이거 운동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다.

그래도 역시 돈값하는 수업의 질이었다. 선생님은 아주 낮은 강도부터 천천히 다양한 방법으로 내 몸을 자극시켜 주셨다.
운동이 끝나고 나서는 몸이 회복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이로웠다. 이게 이렇게 나아지는구나.

덕분에 기운을 차려 카페도 가고 서점도 한바퀴 돌아보았다. 책도 몇 권 샀다. 침대에서 이렇게 탈출하는구나.

정리를 해놔야겠다. 다음에 또 이런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1. 세로토닌을 강제로 많이 얻을수 있는 활동을 예약한다. 취소하면 돈이 많이 날라가는 것으로. (ex:환불이 안되는 호캉스, 환불이 안되는 여행티켓 등)
기분을 환기하고 평소와 다른 편안한 자극을 느끼며 고갈된 호르몬을 회복시킨다.

2. 몸을 아주 낮은 강도에서 부터 움직일 수 있는 수업을 예약한다. 비싸고 실력이 보장된 선생님이 좋다. 그렇지 않은 선생님은 오히려 몸상태와 맞지 않아 무리가 올 수 있다.
(팁 : 회복PT, 재활PT 쪽으로 예약한다.)
몸을 강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도받는다. 낮은 강도부터 시작하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고통스러우면 안된다.



이거시 금융치료 〰️
mi******* 2023-05-25 답글쓴이 돈주기   
아니 남친이 있네 ㅜ
럭셔리미녀 2023-05-25 답글쓴이 돈주기   
우울있으면 좋은 기분은 저절로 안 생겨나고
농사짓는 기분으로 기분을 키워야함 ㅠ
do***** 2023-05-27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는 점점 더 건강해질것 같다
ha********* 2023-05-27 답글쓴이 돈주기   
똑똑하네
da**** 2023-05-27 답글쓴이 돈주기   
오 여기다 예쁜 옷이나 가방 구두 지르고 예쁘고 귀여운 동물들 보면 낫는다
Le*** 2023-05-27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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