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 그래서 중요한 게 이거다.
당신들은 하멜이 될 수도 있고 박연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어느 관점에서의 선택인가.
당신이 인생을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면 당연히 하멜같이 살아야 한다. 스크롤 줄줄 올려서 저 위에서 말한 것도 아니고 다섯 문장 전에 말했다. 인생 공격적으로 사는 쪽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는 것이라고.
그런데 사실 약간 이상하게 빠지는 샛길도 있다. 아무나 가는 길은 아니지만, 분명히 있는 길이다. 탐험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알려 주고 싶어졌다.
이제부터 만날 하던 이야기를 하겠다.
그늘녀 사회생활 전략 제 3탄이다. 이번엔 그늘 그늘을 넘어서 저거 정신병자 아니냐 싶은데 그런데도 인기 끄는 법이다.
"고지능 그늘녀"가 아니라 "불안장애 그늘녀", "우울증 그늘녀"인데도 별 문제 없이 사회생활 하는 법이다. 그냥 어찌저찌 장애인인 거 안 들키고 사회생활 한다 수준이 아니라 사랑을 받는 법이다.
(...) 정병녀들이 평소에 무슨 생각 하고 사는지 살펴보면 솔직히 생존이고 뭐고 사실 별로 관심 없다. 풍진 세상 태어난 김에 살아는 봐야겠으니까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감정적 고통이나 혼란에서 벗어나려고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먹고자고싸고 하는 거 잘해보려는 마음이 주변 정상인들에 비해 딸린다는 거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정병녀들의 핵심이 뭐냐? 코어가 뭐냐?
사랑을 받는 거다.
아무리 소름끼쳐해도 소용없다. 우리가 원하는 건 단 하나다.
사랑! 그것도 보통 사랑 가지고는 안 된다. 하해와 같은 사랑! 아빠가 딸을 사랑하는 거 같은 사랑! 나의 어떤 존재의 근원의 본질에 대한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사랑. (이게 도대체 뭔 개소리여 싶은 사람들도 많을텐데 그게 정상이다)
문제는 그 노력이 헛다리를 짚는다는 것이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어떻게 해야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모르는 거다.
그래서, 지금부터 당신들은, 성격을 바꾸지 않고 매력을 얻는 법을 배운다. 정신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계속 달고 살면서 그걸 오히려 내 매력으로 탈바꿈하는 법을 배운다.
"야 여기 얘 보고 그냥 머리부터 발끝까지 따라해"라는 구체적이고 단호한 접근법 실전편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어제까지의 너는 싹 잊고 오늘부터 매력녀로 다시 태어난다 전략이 아니라, 오늘 지금의 당신을 그냥 인정한 채로 어쩌구 저쩌구한 마음가짐을 가져라 학좀적 원론을 한 번 들이파 본다.
2. 죽음이라는 평등
(...) 결론은 같다.
그 어떤 종교를 찾아가도 현자를 찾아가도, 성경을 읽어도 노자를 읽어도, 정신병원을 가도 교도소를 가도, 삶의 비밀은 마찬가지고 하나다.
그냥 계속 살아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완벽한 안정이나 완벽한 치유는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창작을 통해서, 허구fiction를 통해서, 반복하고 재연하고 상상하면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쫓아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3. 권위와의 화해
(...) 그러니까 우리는 근본으로 돌아간다. 고립이라는 고통,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하고도 명쾌한 방법, 인간 관계를 맺는 태도와 방법론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이제 이 긴 챕터를 시작할 때 보여주었던 이미지가 왜 거기 있었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살았던 아름다운 두 예술가가 삶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관계를 맺었고,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이번 챕터의 핵심이 제목에 있다. 권위와의 화해. 여자의 일생을 놓고 따지자면, 아버지-남편과의 원만한 관계다.
4. 은둔
(...) 지금까지 이것과는 완전히 반대의 노력을 하면서 살아왔을 수도 있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말이 통할 수 있게 내가 잘 노력해 봐야지. 우리가 수준이 좀 다른 것 같지만 저 사람이 속상하게 느끼지 않게 내가 배려해 줘야지. 세상이 싫지만 내가 고립되지 않도록 열심히 애써 봐야지.
얼핏 들으면 고결한 노력 같지만, 결론부터 말해 이런 노력은 당신 인생에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다. 당신을 호감 가는 인간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룹 내 대표 비호감으로 추락시킨다.
5. 예술혼
(...) 죽음과 고립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그저 무력하게 압도되지 않고, 절망에서 끝나지 않고,
아니, 나는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남겠어. 내 생각과 내 방법으로 이것들을 기억하겠어.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말겠어. 나는 죽지 않겠어. 쓸 수 있는 모든 무기를 다 써서 죽음에 저항하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자연히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에 힘을 쏟게 된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죽음과 공포에서 멀어지고 싶은 인간은 다른 인간과 어울려야 한다는 사실을.
6. 명랑한 돌봄
(...) 정신병자에서 사랑받는 예술가가 되기까지, 그 마지막 장이다. 이 장에서 모든 설명이 끝난다.
지금까지 박완서와 김혜자, 이 두 예술가의 삶의 태도를 논할 때 뺄래야 뺄 수 없는 특징들을 소개했다. 트라우마, 그리고 트라우마에서부터 시작한 평등 의식, 그 평등 의식이 극단주의, 편협함, 옹졸함 따위로 빠지지 않도록 막아 주는 권위와의 화해, 그러면서도 지극한 완성도를 추구하며 남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게 하는 예술혼. 모두 중요한 특징들이다. 어느 것 하나 다른 하나보다 덜 중요한 것이 없다. 이 모든 것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박완서도 김혜자도 그런 삶을 살면서 그런 유산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아주 결정적인 요소가 하나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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