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로맨스 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내가 왜 하필 알랑알랑 로맨스 소설을 쓰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설렘 가득한
미칠듯이 두근거리는
뼈가 녹을 듯 환상적이고 황홀한
그런 로맨스는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담담하지만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상상만 하면 오한이 돋는걸...
나는 사랑 이야기에 공감을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사랑하지 못하느냐!
그건 아니다.
남자가 토이스토리를 좋아한다길래 이런 것도 사다줬다.
여럿 중에 제일 못생겼음에도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아마 그 사람이 토이스토리를 좋아해서 그랬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곰돌이 스티커도 그 사람 카드에다가 붙여주고 옷도 이뿐거 골라줬다. 남자는 내가 골라준 옷을 입고 돌아다닐 때마다 "네가 입던 옷 중에 제일 예쁘다." 라는 소릴 듣는다며 또 골라달라고 했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역시 오빠는 내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거야." 라고 대답했다.

그 사람이 있는 지역에 놀러가보기도 하고.
그 도시 꽃집에선 파인애플을 키우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기억이 안나는데,
내가 자는 남자를 흔들어 깨우더니
"오빠. 내가 오빠 왜 좋아하는 지 알아?"
라고 물었더랬다.
남자는 잠꼬대인지 뭔지 헷갈려하다
왜 좋아하냐고 응수해줬다.
무의식적으로 뭔 말하는지도 몰랐던 나는 또박또박
"오빠 옆에 있으면 고생 안 해도 될 것 같애."
라고 대답하고 잠들었다.
남자는 이게 잠꼬대인지 뭔지 헷갈려하며
저 말의 뜻은 무엇인가 생각하다 잠을 설쳤다.
난 전혀 기억이 없어! 지어낸거지!
부끄러워 부인하자 남자는 깔깔 웃었다.
남자는 자기가 믿음직해 보였나보다고, 고맙다고 그랬다.
이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도맛호야, 우리 같이 고생해야 해.
나는 사람이 빈말도 못한다고 남자의 등짝을 때렸다.

내가 본래 국밥충이라 맛집 찾아다니고 이런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 남자는 그런걸 되게 따져가지고 분위기 좋고 맛있다는 데만 가려고 한다. 특히 조명이랑 인테리어를 엄청 따진다. 나는 이 남자랑 데이트하면서 태어나서 첨으로 식당 웨이팅을 해봤다. 국밥집은 아저씨들이 허버허버 먹고 뛰쳐나가서 웨이팅을 할 일이 없다.
그런데 국밥은 잘 쳐먹는 내가 밥이 좀 비싸다 싶으면
기준이 까다로워지는데, 남자가 데리고 간 집이 맛이 없다 싶으면 표정부터 못 숨기고 소금맛만 나네, 이 재료로 이것밖에 못만드녜, 음식 조화가 이게 뭐녜 난리를 치는 것이다. 이미 까다로운 미식을 타고났는데 어쩐단 말여. 내가 국밥만 먹었어도 이미 장금이다 이것이야.
어느 날 남자가 꿈을 꿨는데, 꿈의 내용은 뭐였냐 하니,
맛있다고 소문이 나 골목골목 찾아간 식당이 또 내 입맛에 안 맞아서 뭐 이런데를 데려오냐고 신경질을 부려대 본인이 쩔쩔 맸다는 내용이었다.
꿈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나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임이 있어서 남자 본인도 그 모임에 가입했다고 했다. 모임 이름은 "도맛호 생존자 모임" 이런 식이었고 사람들은 내가 또 쳐들어올것을 대비해 집을 짓고 옹기종기 살고 있었다. 그러나 존나 짱 쎈 내가 집을 다 부수고 쳐들어왔고 어떤 공격도 먹히지 않아 모임원 모두가 처참하게 당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꿈 마지막엔 부상을 입고 병원에 갔더니 다 나아 그 뒤에 또 나랑 밥을 먹으러 갔다고 했다.
아니 싸우다 다치기 까지 했는데 나랑 왜 또 밥을 먹어?!
남자는 그래도 다시 나았으니까.. 라고 대답했다.

나는 이런 시골 도넛에 우유 한 잔 시켜서 먹음 되는데
굳이 예쁜 카페를 가려고 그른다.
가끔 구찮다.
그래도 혼자 있을땐 버거킹이랑 서브웨이만 먹는다길래
뭔가 불쌍해서 걍 같이 가준다.
"도맛호야. 내가 생각해봤는 데 나 정도 되니까 너가 좋아하는 거 같아."
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거 같아서 맞다고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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