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나는 할머니와 같은 방에서 잤다. 어쩌다 잠에서 깨면 나는 할머니가 죽지는 않았을까, 슬그머니 콧구멍에다 귀를 갖다 대곤 했다. 희미한 숨결 소리를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과 죽음은 여러모로 닮았다. 첫째, 누워야 잠이 들고 죽은 사람은 누구나 누워있다. 둘째, 어둠과 연관되어 있다. 셋째, 의식이 끊어진다.
시골의 하루는 길고 지루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대청마루나 작은 방에 누워서 기울어지는 햇빛을 받으며 이런 저런 공상에 빠지곤 했다.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기도 했다. 잠에서 깨어나면 어느새 세상은 칠흑이었다. 낮과 밤은 어찌나 자주 뒤바뀌는지. 도로 잠들기 위해서 애를 쓸 필요는 없었다. 자도 자도 잠은 쏟아졌고, 시골의 한밤중은 눈을 뜬 것이나 감은 것이나 다르지 않았으므로.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날이면 이 방이 어쩌면 무덤 속과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러다 마당으로 나가보기도 했다. 그런 밤 유독 별빛이 찬란했다. 대문 안을 유령처럼 돌아다니면서 나는 죽은 사람인지도 모른다며, 홀로 즐거워했다.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깨어난다. 그러나 깨어나지 못하면 죽게 된다. 매일 매일,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깨어난 사람들이 서로 모여서 깔깔거리고 할퀴고 떠드는 꼴들은 얼마나 해사한가. 나이가 들수록 잠은 줄고, 죽음은 한 발짝 더 거리를 좁혀온다.
나는 마당에서 돌아와 할머니 곁에 누워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숨소리에 맞추어 잠에 빠져 들곤 했다. 그런 잠들이 모이고 모여서 언젠가 나도 나의 손녀와 잠들게 될까. 슬그머니 내 콧구멍에다 귀를 갖다 대는 손녀를 모른 척 하며, 나는 또다시 까무룩, 잠이 들 것이다. 내일이야 오든 말든, 죽음과도 같은 깊은 잠을 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