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
우리는 선택하지 않았으나
불쑥 찾아온 쪽은 사랑이었다

단단히 묶여진 탓에
누구라도 달아나려 하면 숨이 터억 막혔다
나는 눈을 흘겼고 이건 너를 찢었다
마련된 사랑은 아주 날카로웠다
사실 이건 네가 단조질한 탓이다

시든 폐를 비집고 튀어나온 사랑은
감기걸린 아이가 쉬는 숨처럼 
색색-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듣고있자면 세상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는 가위가 있다
네가 습관처럼 집어드는 걸 안다
날 사랑하는 게 널 망칠때면 
이따끔 그것을 꺼내들어 우리 사이를 끊어보려한다
그런데 이 가위는 아주 무뎌서 아침나절 내내 헛손질을 하다가도
오후 세 시쯤엔 매듭은 외려 더 엉켜버리고 말아

머지않은 날 우리의 사랑이 무참히 터져버리라는 것을 알잖아
말끔히 치우는 것은 둘이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그래도 우리는 어리고 어리석어서 매일 펌프질을 한다

쿵쿵
작품 등록일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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