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못 깎아도 괜찮아
가끔 가끔 누구를 기다리며
조용히 잠기곤 해

그리고 그러고 나면

말끔해진 요거트를 생각하거든요
뭘 잘해도, 못해도 욕을 먹기 쉽거든요

과일을 잘 깎으면 
술집여자 출신이라며 욕을먹고
못깎으면 가정교육을 못받은거냐며 욕을 먹거든요

이러나 저러나 욕을 먹는게 세상이면
나는.. 꽉찬 만두를 찐만두를 먹을래요!

그리고 욕조 곰팡이를 닦아내는거에요
강력한! 세제!라고 쓰인 걸 뿌리고
그냥 맨손으로 닦아냅니다

욕실은 상처와 회복의 공간인데요

뇌는 상처받은 기억들을 자꾸 생각해내거든요
그럼 일부러라도 곰돌이의 털이나
강아지가 나에게 안겼거나
아기같이 여린 것들이 나를 보며 웃고
포근하게 안기는 그런 상상으로 덮어요

구부정하게 만든 허리가 아파올때
다시 생각하는거죠

나는 다른걸 잘하니까…
그럼 된거지…

그러다가 보면
더이상 궁금하지 않은 것들을 머릿속에서 지워요

미안하게도 동시에 미안하지 않지만
지워버리는거에요

상처내고 회복하고
그리워하고 오히려 잘됐다고 단념하고
선택을 후회하고 공상에 젖고
미안해하고 지루해하고
그러면서 자꾸 시간을 보내는거에요

자꾸 그렇게 잊어가는거죠

친구가 내게 과일 못깎는거에 대해 묻자
내가 떠오른건, 울 엄마!
엄마는 과일을 잘깎는다고 룸싸롱 여자 출신이라는
소문에 욕을 먹었거든 그래서 쓴 글

과일 못깎아도 괜찮아 먹고싶은대로 먹어
작품 등록일 :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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