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첫째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고양이였다. 내가 싫어하는건 다시는 안 했고 내가 좋아하는건 나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더 하려고 애쓰던 고양이였다.
한 번은 첫째가 선반의 캣닢을 먹고 싶어서 선반위로 점프했다가 물건을 와르르 쏟은 적이 있었다. 내가 첫째야 그러면 돼 안돼? 하고 정색을 했더니 다시는 선반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하고 싶은건 무조건 하고 봐야 하는, 내 반응은 별로 개의치 않는 둘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첫째는 원래 천상 외동 성격의 고양이다. 소심하고, 예민하고, 다른 고양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둘째랑 둘이 찰싹 붙어 있을 때마다 내가 "아이고 우리 첫째 세상에서 제일 착한 형아네, 누나 기쁘라고 둘째랑 같이 있어주는거야?"라고 칭찬했더니 부쩍 둘째와 붙어있는 시간이 늘었었다. 그런 고양이였다.
최근에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켤 때마다 헬스장아재처럼 으으으으엌 하는 소리를 냈더니 급기야 자기도 스트레칭 하면서 뀨우웅 하는 소리를 내곤 했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웃으면서 아이고 우리 애기도 끙끙소리 내? 하면서 쓰다듬곤 했다.


내가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다가 자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다 자러 간다는걸 학습하고는 밤이면 내가 책상에서 일어날 때마다 화장실로 뽀로록 앞장서서 달려갔다. 그리고 내가 자기 생각대로 화장실에 오면 으쓱해하며 기분좋아했다.
밤이면 내 품에 안겨서 한참을 고릉대다 잠들곤 했다. 자면서 내가 몸을 뒤척여도 참아주고 심지어 내가 낮잠을 자다가 자기 몸에 침을 한바가지 흘렸는데도 내가 일어날 때까지 그렇게 가만히 누워서 나를 참아줬다.
내가 자기에게 뽀뽀하는게 나의 애정표현 방식이라는걸 배워서는 내가 입으로 쪽쪽 하는 뽀뽀 소리를 내면 자기의 조막만한 머리를 내 입술에 콩 들이박곤 했다. 아침에 내가 일어나서 기분 좋을 때나 애교 부리고 싶을 때도 그 작은 머리를 내 입술에 콩 콩 들이박았다.
자기도 간식을 좋아하지만 동생이 간식을 좋아하는걸 알기에 항상 양보하곤 했던 고양이였다. 동생이 치대고 들이대도 받아주고 놀아주던 착한 형아였다. 다른 고양이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동생이 처음 왔을 때 무려 3일만에 받아주고 그루밍해주던 착한 고양이였다.

팬더믹 시국에 미국에 와서 거의 1년간 아파트에 감금되어 사람들을 보지 못할 때도, 미국에 와 있는 와중에 게다가 격리 2주가 걸려 한국에 쉽게 가지도 못하는 와중에 아빠가 위중해서 슬퍼할 때도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셔서 마음을 앓고 있을 때도 내가 남자에게 차여서 끙끙거릴 때도 모두 내 곁에 있어줬던 착한 고양이였다. 내가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에 어떻게 그 때 딱 내 옆에 있어주다가 갔다.

오늘은 밖에 한 시간쯤 나갔다 집에 돌아오니 바닥에 거품토가 작게 있고 첫째가 기운이 없었다. 점점 기운 없는게 심해지더니 급기야는 싱크대 밑에 들어가 숨으려고 하고 이것만큼은 동생에게 절대 양보하지도 않았던 캣닢도 거부했다.
응급실에 전화했더니 한곳에서는 바로 오라고 하고 한곳에서는 상황을 지켜보라고 했다. 이미 미국에 와서 응급실행을 한 번 겪고 200만원 가까이 깨졌던 터라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갈 수록 상황이 나빠졌고 급기야는 호흡을 겨우겨우 몰아서 하기 시작했다. 침대에 올려두고 쓰다듬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줬지만 이렇게 죽을 거라는게 너무 빤히 보여서, 친구에게 거금의 돈을 빌려서 응급실에 갔다.
응급실에 가자마자 산소방에 들어갔다. 응급실에서 4시간 가량 가만히 기다리다가 상태가 안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밤 11시가 넘어서 집에 왔다. 12시에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아침에 다시 업데이트 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던 때 다시 전화가 왔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바로 우버를 불러서 병원에 갔다. 새벽이라 우버가 오는데 15분쯤 걸렸는데, 그게 너무 애가 탔다.
응급실에 갔더니 누워서 겨우 숨을 쉬고 있었고, 나를 보자마자 으앙으앙 하고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건강할 때의 응석부리는 울음이 아니라 겨우 겨우 한 마디 한 마디 토해내는 고통스러운 울음이었다. 여기서 약을 바꿔볼 수도 있지만 이미 강도 높은 약을 투여하는데도 이런 상황이라 별로 희망이 크지는 않다고 했다. 그리고 폐수종으로 호흡이 어려워서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내 욕심 같아서는 한참을 더 붙잡고 있고 싶었지만, 내 털동생이 이렇게 아파하는데 내 욕심으로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서둘러 의사선생님을 불러서 안락사를 하겠다고 했다. 약품을 준비하는 동안 "세상에서 제일 착한 우리 고양이, 사랑해, 누나 사랑해줘서 고마워, 누나한테 착한 고양이 되려고 항상 노력해줘서 고마워, 누나가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를 끊임없이 이야기해줬다.
마지막 순간을 위해 더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방으로 옮길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첫째에게는 스트레스일 것인지라 그곳에서 바로 내 무릎위에 올려두고 보내주기로 했다. 다행이 병원에 갈 때 내 땀냄새 듬뿍 배인 수면잠옷 상의를 담요처럼 둘러서 갔었다. 내 무릎 위에 패드를 깔고 수면잠옷 윗도리를 놓고 그 위에 첫째를 뉘였다. 그리고 정신없이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세상에서 제일 착한 내 털동생이라고 말해주는 동안 첫째는 잠이 들었고 금방 갔다. 그렇게 첫째를 떠나보냈다. "He's gone"이라고 말하는 의사선생님께 "So soon??"이라고 말하고 또 한참을 울었다.
첫째가 숨을 거두고 난 후에야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작은 방으로 옮겼다. 거기서 한참을 쓰다듬고 뽀뽀하고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그리고 엉엉 울었다. 화장을 하기로 했는데 바로 진행되는게 아니라 업체에서 일주일에 2-3차례 수거해간 후 연락이 오면 재를 받으러 가는 거라고 한다.
첫째를 두고 가는게 너무 속상했다. 누나 따라서 머나먼 타지까지 왔는데 여기에 내 동생을 놓고 가는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챙겨갔던 잠옷 상의를 같이 태워달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내 품에서 누나 냄새 듬뿍 맡으면서 가기를 바랬다.



그리고 집에 와서 한 숨 자고 일어나서 이 글을 쓴다. 너무 정신이 없다. 첫째가 입원하고 숨을 거두고 한참을 그 옆에 있을 동안 엉엉 울고 있었던데다 새벽 2-4시였던지라 하나도 정신이 없었다. 마지막 모습이 흐릿하게 기억날 뿐이다. 오늘은 몇년만에 첫째 없이 잠을 잤다. 원래는 첫째의 궁뎅이에 얼굴을 파묻거나 첫째가 내 목덜미나 겨드랑이에 얼굴을 파묻고 자는데, 오늘은 혼자 잤다. 잠은 두어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지금은 너무 정신이 없고 지금도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고 눈이 퉁퉁 부은데다 눈물이 얼룩져 잘 보이지도 않지만 글을 쓰고 있다. 우리 첫째의 마지막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영원히 사랑할 내 털동생, 털요정, 털천사, 내 고양이, 세상에서 제일 착한 내 고양이.
영원히 사랑해. 영원히 고마워.
누나가 제일 힘들 때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사랑해. 얼른 또 보자. 내 자식으로 태어나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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