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nie.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와 앨버타 주가 만나는, 해발 1000m, 13.5 제곱 킬로미터의 도시면적, 인구가 6000명 조금 넘는, 알파인 리조트가 있는 작은 마을이다.
Fernie 산 정상에서 바라본 마을.
주변에는 5곳 정도의 탄광이 있고, 이 지역의 석탄 생산량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광업 총생산의 59 퍼센트를 차지하고, 지역 총생산의 80퍼센트를 차지하며, 3000명 이상의 광산업 종사자와 12000명 이상의 파생업 종사자를 만들어 낸다.
이곳의 알파인 리조트는 꽤 유명해서 매년 겨울 세계 각지에서 스키와 스노우보드 매니아들이 메뚜기떼들 처럼 다녀가는데 주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넘어오는 앵글로 색슨 족들이다.
또한,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와 경계한 앨버타 주의 인구들의 여름과 겨울 휴양지로 활발히 개발중이며, 2022년 우리 회사를 찾아와 시공을 의뢰한 한 가족의 별장을 짓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것으로 나의 첫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건축가가 아니고, 건축가 지망생이며, 이 프로젝트에는 현장 기술자로 참여를 했다. 노가다꾼.

2024년 9월. 지구 온난화로 아직 반팔과 반바지를 입어야 하는 어느 가을날, 근 1년만에 마지막 점검차 모든 시공을 마친 주택을 재방문했다. 사진에 보이는것은 본관.

이 건물은 본관 맞은편에 있는 손님용 별관이다.

푸른 잔디가 인상적이다.

콤포짓 데크. 외장에 사용되는 건축자재는 급격한 온도와 습도의 변화, 그리고 충격에 대한 내구성이 핵심이다. 물론 샤프하게 각이 살아있는 깔끔한 마감또한 중요하다.

별채의 외장마감. 금속의 질감이 모던한 느낌을 더해준다. 금속으로 만든 마감재는 자를때에도 주의를 요하는데 그라인더와 같이 마찰력을 사용한 도구를 사용해서 자르면 절단면 주위에 고열이 발생해서 보호코팅이 녹을수도 있고, 담금질로 형성된 금속의 내부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다. 그리고 산화가 일어나서 결국 녹슬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니블러 라는 특수도구를 사용하거나, 만약 그보다 더 디테일한 세공이 필요할경우에는 철가위를 쓴다. 철가위로 끙끙대며 철판을 자르고 나면 팔뚝이 뽀빠이 처럼 불어나있다.

모든 시공의 핵심은 수평, 수직, 그리고 직각이다. 물론 때에따라 유연하게 적절하게 변화를 줄수도 있어야 한다. 열맞춤은 기본이다.

본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계단 옆에 작은 조경을 만들었다. 돌 두덩이와 식물 몇그루를 가져다놓았을 뿐인데 자칫 아무 의미없을뻔 했을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살아났다.

일부 석조 마감된 본관의 외벽. 현장에서 돌자르는 소리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신경질 난다. 한여름에 땡볕더위와 고층작업의 긴장감에 돌자르는 소리까지 더해지는 고행을 겪으면 제 아무리 부처라도 한번쯤은 개쌍욕을 하늘에다 쳐박고 침이라도 뱉어야 속이 풀릴것이다.

물받이에 사슬을 연결해 겨우내 지붕에 쌓인 눈이 봄을 맞아 녹을때즘에 물이 사슬을 따라 흐르게 만들었다. 보통 물이 똑 똑 똑 떨어지는것이 일반적인데, 재미있는 기능을 더했다.

금속과 목재가 만나는 부분. 외장목재로 사용되는 삼나무는 자연적으로 방수성과 방충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아름다운 질감과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 어디서 많이 맡아본 향인데..? 라고 느낀다면 아마 사우나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 삼나무 향이다.

본관의 계단. 저 케이블 사이의 일정한 간격이 법률로 정해져 있다. 아이의 머리가 들어가면 안되기 때문에 손으로 잡았을때 늘어나는 간격이 약 10cm 이하로 유지되어야 한다. 감독관이 지름 10cm 정도 되는 공을 가져와서 검사한다. 별것 아닌것 처럼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별관이 내다보이는 창가. 높다란 창문이 인상적이다. 지난 추운 겨울 인부 셋 넷과 달려들어 저 커다란 창문을 들어 맞추던 험난했던 기억이 생생해지면서, 지금 이 고요한 공간의 무게가 웬지 섭섭하게만 느껴졌다.

2024년 9월. 작고 아늑하고 평온한 누군가의 집. 자꾸만 언젠가 창문도 아무것도 없는 이곳의 먼지오른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고 밤늦게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놀았던 기억만 떠오른다.

2023년 2월 3일. 이제 이 집의 이런 모습을 추억하는 사람은 나 뿐이다.

집 지으면서 항상 궁금해 했었는데. 저긴 어떻게 될까? 여긴 어떻게 될까? 뭔가..여긴 분명 내가 예전에 살던곳 이였는데. 이젠 뭔가 서운하고 섭섭한 느낌.

같은 날 별관의 모습. 저건 어떻게 될까? 마감은 어떻게 하지? 궁금해 했던.

분명히 춥고 힘들었는데. 이날이 자꾸만 그립다.

뭐. 암튼.행복하게 잘 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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