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기르는 법 3 경청, 일기쓰기(21)
천하박색 2019-04-09
사실 다 아는 이야기다. 다만 내가 겪었던 어려움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려 한다. 눈치 기르는 법 3을 요약하면 대략 이런 말이다.
1) 경청하자. 어떻게? 내 말을 줄이면서. 2) 일기를 쓰자.
그런데 같은 조언이라도 그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더 잘 수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내 경험을 곁들여 길게 썼다. 이 글에서 눈치없는 사람들을 통칭하여 NN이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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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집중하며 읽는 노눈치어들(NN)은 대화하다가 말실수 등으로 상대 기분을 상하게 하고 이미 문제가 드러났을 때 ‘아 맞아 나는 눈치가 없구나 ㅠ 왜 이렇게 되었지? ㅠ ‘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대화할 때 눈치가 있다는 것을 분석해보면 대략 이런 요소들을 포함한다.
A. 말이 나오기 전 맥락과 상황을 파악하는 것
B.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는 것 (표정, 말, 어조 포함)
C. (그래서 그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것

1. 인지적 능력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기
사람의 말을 들어줄 때 능동적으로 몰입하면 의사소통의 질을 높일 수 있다. NN은 대화할 때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NN은 내가 말할 것을 생각하느라 상대의 말을 흘려 듣는다. 일반화하여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대략, NN들은 다른 사람들이 노력없이 수행하는 의사소통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의식적으로 그 부분에 집중하여 인지적 능력을 배당하면 균형을 잡을 수 있다.

1.1. 작업기억working memory에 대한 이야기
대화가 일어날 때 인지적인 과정을 비유해보겠다. 눈치 있는 다른 사람들은 장바구니(NN보다 큰 용량)가 있다. 그래서 그 바구니에 여러 물건을 담고 필요한 것을 꺼낸다. 반면 NN은 용량이 작다. 장바구니 없이 양 손에 물건 하나씩만 집을 수 있다. 용량이 작기 때문에 NN은 자기 생각을 손에 쥐고 있으면 상대가 주는 공은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손을 비워야 상대가 주는 공을 받을 준비가 된다. 내가 할 말 생각하는 것을 중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2. 행동 전략: [내 말을 줄인다]
대화할 때 상대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내 말을 줄인다. 꼭 필요한 말(상대의 질문에 대한 답, 내가 요구해야 할 사항 등)이 아니면 말을 참는다. 그래서, 이렇게 내 말을 포기해서 확보한 에너지를 상대에게 집중하는 데 쏟는다. 이렇게 훈련하면 상대의 표정을 읽는 능력도 길러진다. (관심술 말고 보통 다른 사람들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대충 들어서 상대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말자. 일단 지금은 상대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집중한다. 필요하면 상대방의 말이 끝난 후에 내 차례에 곰곰이 생각해본 후 내 의견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집중한다. 내 이야기를 할 차례가 아직 오지 않았다면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한다.

2.1. 상대 말에 뭐라고 답할까 정신 팔리지 말라. 지금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상대의 개인적인 이야기에는 내 의견을 내는 것이 별 상관이 없다. 심지어 내 이권이 개입된 이야기라 할지라도 적절한 시점에 발화해야 말에 힘이 실린다. 그렇다면 상대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는 잘 들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다.

2.2. 충동을 조절한다! 그 순간 다른 것에 관심이 갈 때라도 (예를 들면 지나가는 귀여운 강아지나 쇼윈도에 있는 멋진 작품이나 카페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흥미로운 물건 등) 시선을 상대방의 얼굴에 고정한다.
ㅋㅋㅋㅋㅋㅋ

행동전략을 다시 요약하면,
내 말과 생각을 멈추고 내 반응을 조금 뒤로 미룬다.
상대 얼굴에 눈을 고정하고 상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3. 일기를 쓴다.
일단 NN은 이런 특징이 있다. [눈치가 없다 = 좀 둔하다 = 나와 사람들의 감정에 둔하다.] 동반되는 특징에는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배우는 것’ 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 잘 돌이켜보지 않는다. 그래서 개선이 잘 되지 않는다.
일기를 쓰는 것은 정말 여러 면에서 이롭다. 일기를 쓰면 (1)나 자신의 생각과 (2)다른 사람의 상황을 살펴보고 (3)그 상황(시간, 장소, 개인의 특성 등)을 멀리서 또 가까이서 조망해볼 수 있다.

3.1. 일기쓰기가 사회성 개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
나도 원래 일기쓰기를 싫어했다. 어렸을 때 일기 쓰는 숙제가 제일 귀찮았다. 쓸 말이 없어 글쓰기가 곤욕스러워서 글씨를 크게 쓰고 그림을 그려서 칸을 채웠다.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게 어렵기가 덜그덕거리는 녹슨 기계 같았다. 중고등학교를 지나서는 일기를 쓸 때 나만의 세계, 어디서 읽은 일본 소설을 흉내 내는. 어떤 묘사로 뭔가를 알아챈 듯이 지적유희를 즐기는 데 지면을 할애했다. 주로 추상적인 느낌이나 생각만 썼다. 심지어 읽는 사람이 못알아듣기를 원하면서 쓰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읽으면 알아듣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는 그대로 잘 이루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
위는 사회성 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일기 쓰기의 예이다. 이렇게 쓰면 눈치를 기르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곡된 판단을 늘어놓는 것뿐이다. NN이 일기를 쓰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서 아닌가. 우리NN에게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통용되는 상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3.2. 일기를 쓰면 눈치가 길러진다.
일단 분량을 생각하지 말고 <있었던 일> 위주로 쓰기 시작하자. 하루나 며칠 후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며 되도록 객관적인 상황을 쓴다. 어떤 사람과 상호작용했다면 그 내용도 자세히 쓴다. 그리고 물론 내 생각도 함께 쓴다.
일기를 쓰면 흐릿하게 흩어져 있었던 조각들이 맞춰질 수 있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기록하면서 나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는 능력도 강해진다. 멍했던 생각도 언어로 표현하면 어두운 부분이 규명된다. 메타인지가 발달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생각해보면서 그때는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 일기를 쓰며 이해될 수 있다. (눈치가 길러지는 순간!)

3.3. 피드백을 통해 발전한다. 자주 쓰자.
일기를 쓰면 내 행동을 돌아보고 발전할 기회를 준다. 일기를 꼭 쓰자. (다시 강조)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맞아 나도 이렇게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잊으면 꽝이다. 일기는 자주 쓸수록 좋다. 자기 행동을 꾸준히 피드백 할수록 좋다. 데일 카네기도 강조한 지침이다. 목표를 정하고(예, 오늘은 친구를 만날 때 내가 할 말을 줄이고 듣는데 집중하겠다.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도 입을 다물고 있겠다.) . 하루가 지난 후 목표로 삼은 것들을 얼만큼 실천했는지 확인하며 글을 쓴다. 이때 씁쓸하거나 비관적인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한다(눈치 기르는 법 2 참조).
실수를 되돌아본 후 앞으로 나아질 내 모습을 그리면서 [다음에 이런 상황이 오면 이렇게 행동해야지.] 하고 머릿속으로 그린다. ! 시뮬레이션 한다. 어떻게 말할지 혼자서 말을 연습해본다. 상황과 관계에 적절한 말로 고친다.
예) 상하 관계에 따라서 더 공손한 말투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혹은 전후 상황을 간략히 전달해서 협조를 구하는 말 등. 이렇게 글을 쓰고 다듬듯이 생각해본다.

3.4. 어디에 쓸까?
종이에 쓰는 것도 좋고 노트북도 좋고 폰도 좋다. 그냥 최대한 자주 쓴다. 나는 워드파일에 비밀번호를 걸어놓고 노트북에 일기를 쓴다. 요즘은 아무 때나 쓸 수 있도록 폰 메모장에 새 메모를 열어서 생각나는 것을 아무것이나 기록한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으면 더 손쉽게 자주 일기를 쓸 수 있다. 손으로 쓰는 것도 좋다. 지금 당장 시작하라.

4. 닫는 말
눈치 및 사회성은 비가시적인 부분일지라도 노력으로 점점 나아질 수 있다. 잘못이나 실수를 돌이켜 생각해보지 않으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 때 일기를 쓰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쓰다가 말았다고 완전 놓아버리지 말고. 다시 시작한다. 아무쪼록 우리 NN들이 사람을 만났을 때 경청하는 훈련을 하고 일기도 쓰며 눈치가 길러져 살기 더 편해지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일기를 꾸준히 쓰면서 발전하는 스스로를 만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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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기르는 법 2: https://idpaper.co.kr/counsel/item/item_view.html?cnslSeq=442130
눈치 기르는 법 1: https://idpaper.co.kr/counsel/item/item_view.html?cnslSeq=4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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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주는 법 advanced level 팁:
https://idpaper.co.kr/counsel/item/item_view.html?cnslSeq=442593

오 이번글 좋아
증거 2019-04-09 답글쓴이 돈주기   
ca******** 2019-04-09 답글쓴이 돈주기   
눈치보는법이 있네 ㅋㅋㅋㅋㅋ
사회생활엔 필요한 능력인것도 같음

심리테스트에서
상대방 이해능력이 상위권인데
상대방 말을 잘 듣고, 나와 내 주변의 상황을 이해해야 함.
긴이야기도 잘 듣는데 그걸 못하면 짧게 짧게 잘라서 이해해야 함.
그리고 줄거리 같은거 요약하는 거 해보면 돼

그리고 내가 이해한것보다
잘 대응하면 그 사람은 내가 존나 잘 이해한 것 처럼 느끼기 때문에
이해만 했다고 끝이 아니라 대응을 잘해야 함.
인사를 내가 먼저 해서 상황을 주도하고
고맙다, 미안하다 이런식의 좀 마음을 달래는 말을 남발하지 않는 수준에서 적재적소에 해야 함.
맞장구도 잘 쳐야 하고. 질문도 적당히 해주고 그러면 돼.
전화같은건 언어외의 신호가 없어가지고 힘들 수 있는데 그러면 미리 전화걸기 전, 받기 전에 메모를 좀 쓰고 메모장보면서 대응하면됨
먹는사치 2019-04-09 답글쓴이 돈주기   
먹는사치 언니 조언 좋다.

근데 이 글은 일단 눈치가 없어서NN 망발을 하는 수준일 때
훈련할 수 있는 생존전략을 쓴거야.

근데 진짜 팁 좋네!
반응-피드백으로 내가 이해한 것을 표시해서 전달하고
전화할 때도 메모 해놓고 보면서 하는 거.

고마워!
천하박색 2019-04-09 답글쓴이 돈주기   
NN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도 넘 잘쓴다
진미오징어 2019-04-09 답글쓴이 돈주기   
전화는 진짜 무슨 그 알고리즘 순서도 같이 템플릿 만들어서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마음 많이 놓일것.
먹는사치 2019-04-09 답글쓴이 돈주기   
나 완전 도움 됨 이런건 어디서 알려주지도 않음
in******** 2019-04-09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들 500원씩 주다니!
조용히 옛다 하는 언니도 있고
고마워! 열심히 쓴 보람이 있네
천하박색 2019-04-09 답글쓴이 돈주기   
근데 이거 adhd 설명 아니냐 ㅋㅋㅋㅋㅋ
11***** 2019-04-10 답글쓴이 돈주기   
글이 너저분해서 좀 고쳐쓰고 소제목을 달았어.

11/ 응 adhd가 훈련해도 좋은 방식이지. 내가 전문가는 아니라서 어느 장애에 특정해서 쓰긴 어려운데, ADHD/ADD 진단을 할 때도 제시되는 특징(예, 깜빡깜빡 한다, 물건을 잊어버린다 등)이 일반인도 가끔 겪는 어려움이지만 빈도가 높아서 일상에 어려움이 있을 때 진단이 내려지니까. 이런 인지치료 같은 생활 팁은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됨.

나는 어렸을 때 약간 ADD에서 일반범위로 발달한 과정에서 노력했던 것들에 대해 글을 쓰고있어.
천하박색 2019-04-10 답글쓴이 돈주기   
진짜 고마워 ㅠㅠ 돈줫어
Rosy 2019-04-10 답글쓴이 돈주기   
내가 쓴 글을 가치있다고 생각하면서 읽어주는 것 같아서 기쁘고 고맙고 보람있다. 뭉텅이로 돈 준 언니들도 1달라씩 준 이드들도 댓글도 모두 고마워.

근데 우리 진짜 일기 쓰자 ㅋㅋㅋ 점점 나아진다!
천하박색 2019-04-10 답글쓴이 돈주기   
고마워 돈드림
qk********** 2019-05-15 답글쓴이 돈주기   
먼데 좋타 굳굳
ry***** 2019-05-15 답글쓴이 돈주기   
눈치기르는 법 실전편이네
좋다
니가먼데 2019-09-04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감샤함니댜..없는돈 털어서 드립죠
im******* 2019-09-04 답글쓴이 돈주기   
ㄴ im 봤다! 고마워~
천하박색 2019-09-04 답글쓴이 돈주기   
10딸러드림
to***** 2019-12-11 답글쓴이 돈주기   
오 눈치보는방법....
사모님 2020-09-28 답글쓴이 돈주기   
5딸라
ei******* 2021-06-29 답글쓴이 돈주기   
전화할 때 인삿말 언제 할지 써보기, 순서도 그려보기
대답할 에너지를 '듣기'에 의식적으로 집중하기
cappuccino 2021-09-06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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